출처 :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360441
절대로 그러실 분이 아닌, '도둑적'으로 완벽한 당신께
[리뷰] 이명박 전 대통령과 측근들을 위한 헌정 영화, <저수지 게임>
김인철(pomie) 17.09.17 19:34 최종업데이트 17.09.17 19:34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스마일이엔티
"이명박 개*끼."
첫 대사부터 강렬하다. '다큐멘터리' 형식이라서 지루하리라 생각했다. 근데 이 영화 재밌다. 비자금의 행방을 쫓던 주진우 <시사IN> 기자는 캐나다의 한 호텔에서 깨어난다. 그는 오늘도 어젯밤 꿈에 이명박이 나왔다면서 침대 위에서 혼잣말한다. 다큐, 탐정, 로드무비, 스릴러, 딥 스로트, 인터뷰….
이명박 전 대통령과 측근들의 비자금을 찾는 이야기. 주제는 단순하지만, 형식은 복합적이다. 엄청난 제작비를 들인 블록버스터처럼 화려한 액션이나 CG는 없지만, 긴장과 스릴이 넘친다.
캐나다 '센트리움'과 한국 '농협'에서 벌어진 사기
ⓒ ㈜스마일이엔티
캐나다 토론토의 '노스욕'에서 이요섭이라는 인물이 벌인 부동산개발 '센트리움' 사기사건 그리고 그가 한국에서 벌인 '210억 농협대출사기사건'. 영화 <저수지 게임>의 주요 내용은 이 두 사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08년 8월 28일 농협은 (주)씨티지케이라는 투자회사에 210억을 대출해준다. 그런데 대출 과정을 살펴보면 이상하다. 210억이라는 거액을 아무런 담보나 조건 없이 대출을 해줬다. 더구나 그 회사는 설립된 지 일주일도 안 됐다. 그리고 그 돈은 이요섭 '센트러스' 대표를 통해 캐나다의 '노스욕센트리움' 부동산 개발 사업에 투자된다. 하지만 그 사업은 진척이 없다가 결국 흐지부지되고 개발예정이던 부지는 경매로 넘어간 채 투자금은 모두 사라져 버린다. 당시 이 사건은 현지 언론에서도 크게 보도되었다.
그런데 거액을 사기당한 농협의 대처 방식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농협은 돈을 되찾기 위해서 소송을 걸거나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고발하면 되찾을 수 있었는데도 말이다.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그리고 이 황당한 농협대출사기사건은 이명박 정부 시절 벌인 사자방 사업(4대 강/자원외교/방산비리)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이는 더 큰 돈의 흐름과 연결된다.
주진우 기자는 몇 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농협 '디도스' 사건도 북한의 소행이 아닐 거라고 주장한다. 그들이 설계하는 '빅 플랜'을 위한 절차로서 한 차례 농협의 전산망을 내렸을 거라고 말한다. '에이 설마 그럴 리가?' 우리는 지난 일 년 동안 그 '설마'라는 부정의 감탄사가 얼마나 많이 폐기되었는지를 목격하지 않았던가? 정권이 바뀌자 그동안 설로만 떠돌던 문화관광부 '블랙리스트', 국정원 댓글 사건 등이 사실로 드러나는 걸 보면 그의 주장이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주진우 기자는 그렇게 사라진 거액의 돈들이 모두 '싱가포르'와 '캐나다'를 거쳐서 한결같이 '케이만군도(조세회피처)'로 흘러 들어갔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런 이상한 돈의 흐름은 이명박 정부 시절 내내 벌어졌던 다른 사업들에서도 똑같은 패턴으로 반복된다고 주장한다. 지난 8년간 그렇게 흘러간 돈이 수십조에 달한다.
'딥 스로트'가 고발하는 '사자방'의 진실
ⓒ ㈜스마일이엔티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긴장감과 스릴을 주고, 상당한 신빙성을 갖게 하는 점은 '딥 스로트(내부고발자)'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에 벌였던 수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사람 중 한 명이다. 프로젝트는 대부분 성공했고 그는 자신의 몫을 챙기고 해외로 떠났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사람 중에서 가장 적은 돈을 챙겼다. 억울하고 분했다. 스크린 속에서 변주된 채 들리는 그의 목소리는 화를 내기도 했고 억울해했다. 그는 잔뜩 겁을 먹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핵심 경제정책 중 하나인 자원 외교 사업은 아마추어리즘의 극치라는 비판을 받는다. 캐나다의 에너지 회사 '하베스트 투자건'은 엄청난 손실을 초래했고, 결국 '광물자원공사'의 부실(부채비율 1만 퍼센트)의 원인이 되었다. 이익을 본 사람은 분명 따로 있는데 손실은 모두 공기업(석유자원공사, 광물자원공사)에서 떠안았다.
'딥 스로트'의 고발에 따르면 그들의 수상한 돈은 모두 저수지(케이만군도)로 모였다. 그러나 정황은 있지만, 확증은 없다. 그리고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은 사라지거나 저수지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그리고 이 수상한 사건을 추적하던 주진우 기자와 예정되어있던 인터뷰를 취소하거나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다.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극
ⓒ ㈜스마일이엔티
그들은 저수지를 찾는 게임에서 실패했다. 주진우 기자의 말대로 '도박'에서 졌다. 그리고 그들의 주장은 단지 그럴듯한 음모론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만에 하나라도 그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사건'이라고 불렸던 '조희팔 사기사건'조차 그저 그런 사기사건으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단군 이래 이 정도로 큰 규모로 게다가 자기의 공적 지위를 이용해서 철저하게 뽑아 먹은 사람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돈의 흐름이 워낙 세밀하고 복잡해서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하기가 힘들다. 딱히 나와 관련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이렇게 생각해보자. 이 영화에 나온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면, 그리고 그렇게 도둑맞은 돈이 대한민국 국민 일 인당 '천만 원'이라면? 화가 난다.
그러나 주 기자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도 이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그의 논리는 합리적이지만 '자원외교', '4대 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벌인 사업 또한 합법적이다. 시간도 많이 흘렀다. 증거도 많지 않다. 관련자들은 대부분 사라졌거나 입을 다물고 있다. 기업에 돈을 모은 박근혜의 방식이 아마추어라면 현대건설 사장 출신인 이명박의 방식은 세련되었다. 그들의 방식은 시쳇말로 '도둑적(?)으로 완벽'하다.
겁 없는 그들이 이 영화를 제작한 이유
"그분이 사대강으로 해먹은 돈을 자손한테 물려주고 편안하게 여생을 살며 온갖 영화를 누리고…. 그걸 끝까지 봐야 봐야 하나요?" - 김어준, <파파이스> 159회 중에서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은 이 영화를 제작한 이유가 흥행을 위해서가 아니라고 말한다. 한 10만 명 정도 관객이 들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는 민간이 아닌 수사권이 있는 기관에서 조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영화를 후원하고 출연하고 제작한 이들의 바람대로 되기를 바란다.
이 영화가 '씨앗'이 되어 심증은 있지만, 확증은 없는 어쩌면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극'일지도 모를 '도둑적'으로 완벽한 그들의 비리를 꼭 찾기를 바란다. 9월 16일 자 영화진흥위원회의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저수지 게임'의 관객 수는 8만 명을 훌쩍 넘었다. 10만 명은 무난히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제 공은 민간의 영역에서 수사권이 있는 공공기관으로 넘어갔다.
ⓒ ㈜스마일이엔티
덧붙이는 글이 기사는 김인철 시민기자의 네이버 블로그(blog.naver.com/pomie_1999)와 페이스북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절대로 그러실 분이 아닌, '도둑적'으로 완벽한 당신께
[리뷰] 이명박 전 대통령과 측근들을 위한 헌정 영화, <저수지 게임>
김인철(pomie) 17.09.17 19:34 최종업데이트 17.09.17 19:34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스마일이엔티
"이명박 개*끼."
첫 대사부터 강렬하다. '다큐멘터리' 형식이라서 지루하리라 생각했다. 근데 이 영화 재밌다. 비자금의 행방을 쫓던 주진우 <시사IN> 기자는 캐나다의 한 호텔에서 깨어난다. 그는 오늘도 어젯밤 꿈에 이명박이 나왔다면서 침대 위에서 혼잣말한다. 다큐, 탐정, 로드무비, 스릴러, 딥 스로트, 인터뷰….
이명박 전 대통령과 측근들의 비자금을 찾는 이야기. 주제는 단순하지만, 형식은 복합적이다. 엄청난 제작비를 들인 블록버스터처럼 화려한 액션이나 CG는 없지만, 긴장과 스릴이 넘친다.
캐나다 '센트리움'과 한국 '농협'에서 벌어진 사기
ⓒ ㈜스마일이엔티
캐나다 토론토의 '노스욕'에서 이요섭이라는 인물이 벌인 부동산개발 '센트리움' 사기사건 그리고 그가 한국에서 벌인 '210억 농협대출사기사건'. 영화 <저수지 게임>의 주요 내용은 이 두 사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08년 8월 28일 농협은 (주)씨티지케이라는 투자회사에 210억을 대출해준다. 그런데 대출 과정을 살펴보면 이상하다. 210억이라는 거액을 아무런 담보나 조건 없이 대출을 해줬다. 더구나 그 회사는 설립된 지 일주일도 안 됐다. 그리고 그 돈은 이요섭 '센트러스' 대표를 통해 캐나다의 '노스욕센트리움' 부동산 개발 사업에 투자된다. 하지만 그 사업은 진척이 없다가 결국 흐지부지되고 개발예정이던 부지는 경매로 넘어간 채 투자금은 모두 사라져 버린다. 당시 이 사건은 현지 언론에서도 크게 보도되었다.
그런데 거액을 사기당한 농협의 대처 방식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농협은 돈을 되찾기 위해서 소송을 걸거나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고발하면 되찾을 수 있었는데도 말이다.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그리고 이 황당한 농협대출사기사건은 이명박 정부 시절 벌인 사자방 사업(4대 강/자원외교/방산비리)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이는 더 큰 돈의 흐름과 연결된다.
주진우 기자는 몇 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농협 '디도스' 사건도 북한의 소행이 아닐 거라고 주장한다. 그들이 설계하는 '빅 플랜'을 위한 절차로서 한 차례 농협의 전산망을 내렸을 거라고 말한다. '에이 설마 그럴 리가?' 우리는 지난 일 년 동안 그 '설마'라는 부정의 감탄사가 얼마나 많이 폐기되었는지를 목격하지 않았던가? 정권이 바뀌자 그동안 설로만 떠돌던 문화관광부 '블랙리스트', 국정원 댓글 사건 등이 사실로 드러나는 걸 보면 그의 주장이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주진우 기자는 그렇게 사라진 거액의 돈들이 모두 '싱가포르'와 '캐나다'를 거쳐서 한결같이 '케이만군도(조세회피처)'로 흘러 들어갔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런 이상한 돈의 흐름은 이명박 정부 시절 내내 벌어졌던 다른 사업들에서도 똑같은 패턴으로 반복된다고 주장한다. 지난 8년간 그렇게 흘러간 돈이 수십조에 달한다.
'딥 스로트'가 고발하는 '사자방'의 진실
ⓒ ㈜스마일이엔티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긴장감과 스릴을 주고, 상당한 신빙성을 갖게 하는 점은 '딥 스로트(내부고발자)'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에 벌였던 수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사람 중 한 명이다. 프로젝트는 대부분 성공했고 그는 자신의 몫을 챙기고 해외로 떠났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사람 중에서 가장 적은 돈을 챙겼다. 억울하고 분했다. 스크린 속에서 변주된 채 들리는 그의 목소리는 화를 내기도 했고 억울해했다. 그는 잔뜩 겁을 먹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핵심 경제정책 중 하나인 자원 외교 사업은 아마추어리즘의 극치라는 비판을 받는다. 캐나다의 에너지 회사 '하베스트 투자건'은 엄청난 손실을 초래했고, 결국 '광물자원공사'의 부실(부채비율 1만 퍼센트)의 원인이 되었다. 이익을 본 사람은 분명 따로 있는데 손실은 모두 공기업(석유자원공사, 광물자원공사)에서 떠안았다.
'딥 스로트'의 고발에 따르면 그들의 수상한 돈은 모두 저수지(케이만군도)로 모였다. 그러나 정황은 있지만, 확증은 없다. 그리고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은 사라지거나 저수지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그리고 이 수상한 사건을 추적하던 주진우 기자와 예정되어있던 인터뷰를 취소하거나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다.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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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저수지를 찾는 게임에서 실패했다. 주진우 기자의 말대로 '도박'에서 졌다. 그리고 그들의 주장은 단지 그럴듯한 음모론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만에 하나라도 그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사건'이라고 불렸던 '조희팔 사기사건'조차 그저 그런 사기사건으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단군 이래 이 정도로 큰 규모로 게다가 자기의 공적 지위를 이용해서 철저하게 뽑아 먹은 사람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돈의 흐름이 워낙 세밀하고 복잡해서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하기가 힘들다. 딱히 나와 관련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이렇게 생각해보자. 이 영화에 나온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면, 그리고 그렇게 도둑맞은 돈이 대한민국 국민 일 인당 '천만 원'이라면? 화가 난다.
그러나 주 기자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도 이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그의 논리는 합리적이지만 '자원외교', '4대 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벌인 사업 또한 합법적이다. 시간도 많이 흘렀다. 증거도 많지 않다. 관련자들은 대부분 사라졌거나 입을 다물고 있다. 기업에 돈을 모은 박근혜의 방식이 아마추어라면 현대건설 사장 출신인 이명박의 방식은 세련되었다. 그들의 방식은 시쳇말로 '도둑적(?)으로 완벽'하다.
겁 없는 그들이 이 영화를 제작한 이유
"그분이 사대강으로 해먹은 돈을 자손한테 물려주고 편안하게 여생을 살며 온갖 영화를 누리고…. 그걸 끝까지 봐야 봐야 하나요?" - 김어준, <파파이스> 159회 중에서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은 이 영화를 제작한 이유가 흥행을 위해서가 아니라고 말한다. 한 10만 명 정도 관객이 들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는 민간이 아닌 수사권이 있는 기관에서 조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영화를 후원하고 출연하고 제작한 이들의 바람대로 되기를 바란다.
이 영화가 '씨앗'이 되어 심증은 있지만, 확증은 없는 어쩌면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극'일지도 모를 '도둑적'으로 완벽한 그들의 비리를 꼭 찾기를 바란다. 9월 16일 자 영화진흥위원회의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저수지 게임'의 관객 수는 8만 명을 훌쩍 넘었다. 10만 명은 무난히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제 공은 민간의 영역에서 수사권이 있는 공공기관으로 넘어갔다.
ⓒ ㈜스마일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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