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9047

‘삼청교육대 모욕’ MB 국정원과 MBC의 공통점
원세훈의 ‘조직 장악 플랜’, 누가 MBC에 갖다 심었나… 김재철·안광한·김장겸 등은 국정원과 어디까지?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2017년 09월 24일 일요일

MB 정부 국가정보원 블랙리스트를 다룬 지난 23일자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은밀하게 꼼꼼하게-각하의 비밀부대’ 편)가 화제다. MB 정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비판했다가 지난 10년 동안 차별과 댓글 폭력에 시달렸던 방송인 김규리씨 눈물에 시청자들이 공감했다는 평가다.

김씨는 광우병 정국인 2008년 5월 ‘싸이월드’에 “나라님은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지켜줘야 한다”며 미국산 쇠고기를 무분별하게 수입하려 했던 MB 정부를 비판했다.  

하지만 글 작성 취지보다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먹느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 안에 털어 넣겠다”라는 한 대목만이 회자되며 ‘인터넷 우익’들의 공격을 받았다.

배후는 국정원이었다. MB 정부 국정원은 2009년 7월 ‘좌파 연예인 대응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정부 비판 성향의 문화·예술인을 대거 퇴출시켰다. 김씨도 ‘좌파 연예인’으로 분류됐다.  

이날 SBS 방송에서 김씨는 “내가 쓴 글 중에 ‘청산가리’ 하나만 남게 해서 글 전체를 왜곡했던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며 “그 누군가가 10년 동안 가만히 있지 않고 내 삶 사이사이에서 계속 나를 왜곡했다”고 밝혔다.  

▲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진=연합뉴스
▲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진=연합뉴스

이 밖에도 SBS 방송에서 눈에 띄었던 것은 MB 정부 시절 원세훈 국정원장의 ‘인사 방식’이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소위 ‘좌파 인사’들을 솎아내기 위해 단행됐던 인사 조치가 방송에서 공개됐다.
국정원 인사처장 출신의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원세훈 원장은) 인사권을 행사하는 데 무자비한 공포를 동원했다”며 “일례를 들면 2·3급 고급 간부들을 삼청교육대라는 교육에 입소시켜 목봉 체조를 시키는 굴욕을 줬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지난달 31일 CBS와 한 인터뷰를 보면 원세훈 원장의 인사 조치로 스트레스를 받던 국정원 직원이 사망했던 사례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전직 국정원 직원도 SBS 방송에서 “수백 명을 보직 없이 만들어버린다”며 “정보 파트에 있는 사람을 갑자기 대공수사로 보내, 수사하던 사람을 여기 저기 산업스파이 잡으라고 보냈다”고 증언했다. 이어 “그러면 국정원이 마비가 돼 버리는 것”이라며 “자기를 위한 ‘YES맨’을 만들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원세훈 원장이 인사를 통해 국정원을 장악하는 방식은 기자·PD에 대한 MBC의 인사 배제 조치와 크게 닮아있다.  

2012년 파업 과정에서 노조 집행부를 포함해 언론인 6명을 해고한 김재철 사장의 MBC는 파업 참여 MBC 기자·PD·아나운서들을 서울 신천동에 위치한 MBC 아카데미(이른바 ‘신천교육대’)에 배치해 브런치 교육을 받게 하는 등 자괴감과 굴욕을 줬다. 

최일구 기자 등 후배들과 함께 파업했던 간부급 인사들에겐 연이은 징계를 내려 사직을 유도했다. 기자·PD들을 직무와 무관한 스케이트장 등으로 발령하는 것 역시 ‘원세훈식 인사’와 다르지 않다. 그 까닭을 최근 공개된 국정원의 MBC 장악 문건(‘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에서 유추할 수 있다. 

2010년 김재철 MBC 사장 취임을 계기로 만들어졌던 MBC 장악 문건은 원세훈 원장 지시로 국정원에서 작성돼 그해 3월 청와대 등에 보고됐다. ‘좌편향 인물과 문제 프로그램 퇴출→노조 무력화→민영화’ 계획을 담은 문건이다.  

▲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의 MBC 장악 문건은 김재철 전 MBC 사장을 위한 ‘레드 카펫’이었다. 김장겸 MBC 사장은 김 전 사장이 이행한 ‘국정원 플랜’을 완성시킨 인물로 볼 수 있다.사진=이치열 기자, 이기범 언론노보 기자,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의 MBC 장악 문건은 김재철 전 MBC 사장을 위한 ‘레드 카펫’이었다. 김장겸 MBC 사장은 김 전 사장이 이행한 ‘국정원 플랜’을 완성시킨 인물로 볼 수 있다.사진=이치열 기자, 이기범 언론노보 기자,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문건에는 전임 사장 인맥을 모두 퇴출하고 제작·보도·편성본부 국장급 간부 전원 교체, ‘건전 성향’ 인사의 전진 배치 등을 추진하는 계획이 담겨 있으며 권력 비판 성향의 MBC 시사 프로그램과 제작진, 기자들을 사찰한 내용이 파문을 일으켰다. 
실제 언론노조 MBC본부는 사측에 의해 국정원 문건에 담긴 ‘MBC 장악 시나리오’가 이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누가 국정원에 MBC 정보를 제공했느냐와 김재철·안광한·김장겸 등 전·현직 MBC 수뇌부들과 국정원의 공모 가능성 등이다.

MBC는 대법원에서 각종 인사 조치가 ‘부당 전보’로 확정됐는데도 법원 판단을 ‘반복적으로’ 무시해왔다. 그로 인해 빚어진 ‘해고자 10명, 중징계자 110명, 유배지 인력 157명’은 여타 사업장에서 쉽게 찾기 어려운 수치다. MBC를 대상으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이 이뤄진 배경이다. 고용부는 오는 25일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공개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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