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63249

국정원 '광고공작' 25편, 무상급식·4대강·방송파업 등 총망라
한 단체 통해서만 <문화> <조선> <동아>에 1억6000만원 어치
17.09.26 10:04 l 최종 업데이트 17.09.26 10:04 l 배지현(creativebjh)

기자들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법정 향하는 원세훈 국정원법 위반 공직선거법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기자들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법정 향하는 원세훈 ⓒ 유성호

"보수단체 의정 및 지원에 대한 부분을 재검토하세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 원장이 2009년 6월 19일 부서장과 지역지부장이 참석한 회의에서 보수단체의 역할을 강조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자유주의진보연대'가 출범했다. 2009년 7월 16일 '자유주의가 진정한 진보다'라는 문구로 시작한 이 단체는 이명박 정부 시절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을 끌어내리기 위해 사퇴여론 공작에 나섰다. (관련 기사: MB국정원, 광고비 수천만원 들여 대법원장 사퇴여론 공작)

국정원은 원 전 원장의 지시강조 말씀 뒤에 신문사에 광고 비용을 현금으로 지급하며 사법부 개입뿐 아니라 전방위 '여론 공작'에 나섰다. 국정원 심리전단 안보사업3팀 직원 박아무개씨가 뉴라이트 계열 보수단체인 자유주의진보연합 공동대표 최아무개씨에게 이메일로 광고의 시안을 보냈고, 서로 약간의 수정사항을 서로 주고받은 뒤 그 내용대로 광고가 집행됐다.

이런 식으로 이뤄진 광고는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총 25편 35건으로 문화일보에 23건, 조선일보에 10건, 동아일보에 2건 등이 실린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든 광고비용만 1억6000여만원으로 추정된다. 이 단체는 광고 게재비용에 수수료 명목의 금액을 더 받았기 때문에 실제 국정원이 지출한 비용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단체 자유주의진보연합이 국가정보원의 돈을 받고 일간지에 실은 것으로 파악된 광고 목록
▲  보수단체 자유주의진보연합이 국가정보원의 돈을 받고 일간지에 실은 것으로 파악된 광고 목록 ⓒ 배지현

2010년엔 지방선거, 2012년엔 대통령 선거에 개입

이 단체가 의뢰한 광고는 2010년 6월 2일 지방선거와 2012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 등 중요 선거 국면에서도 게재됐다. 

2010년 지방선거에선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각각 민주당과 한나라당 후보로 서울시장직을 놓고 접전을 벌였다. 4월 9일 한 전 총리가 1심에서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자 자유주의진보연합은 <동아일보>에 "빨치산 교육도 무죄였습니다. 한명숙 전 총리도 무죄랍니다"라는 광고를 실었다. 

해당 광고는 당시 사법부 수장이었던 이용훈 대법원장과 판사 연구모임인 '우리법연구회'를 흔드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게재 시점은 한 전 총리의 서울시장 출마선언 하루 전이었다. 사법부를 겨냥하면서도 한 전 총리의 도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다목적 여론공세였던 셈이다. 

이 단체는 2012년 대선을 두달여 앞둔 10월 10일 <문화>에 "북한의 대통령선거 개입에 단호히 대처해야 합니다"라는 광고를 실었다. '민주'와 '진보'를 가장한 종북세력을 대한민국에서 몰아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정작 자신들은 야당을 종북세력으로 모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에 적극 관여하면서 종북 타령을 하고 있었다. 

4대강·무상급식·해군기지·G20 홍보하며 노조 비방

국정원은 원 전 원장의 지시강조 말씀대로 이명박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4대강 정책, 제주 해군기지와 G20을 반대하는 세력들을 비방했고, 정부의 기조에 반대하는 무상급식, 방송노조 파업과 전교조를 비난했다. 

원 전 원장은 2010년 11월 19일 "좌파교육감들이 주장하는 무상급식 문제는 한정된 재원 하에 정작 지원해주고 개선되어야 할 여타분야를 간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2011년 8월 22일 "4대강 사업,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 국책사업과 관련해 좌파세력 등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하고 있다. 국정 현안 및 지역별 이슈 관련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 예방과 차단에 만전을 기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해주길 바란다"고 직원들에 지시했다. 

국정원은 자유주의진보연합의 이름으로 여론공작을 펼쳤다. 2010년 12월 29일 <문화>에 "대한민국이 분열됐습니다. 이제 하나되어야 한다"는 제목의 광고를 통해 G20, 4대강에 반대하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을 비난하고 나섰다. 

2011년 1월 6일엔 서울시의회가 의장 직권으로 무상 급식 조례안을 통과시키자 21일 "공짜 시리즈는 나라를 거덜 나게 한다"는 광고를 <문화>에 실었다. 해당 광고는 "민주당의 망국적 포퓰리즘 정책이 극에 달했다"며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재미를 보기 위한 망국병"이라고 무상급식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한 단체의 경우만 봤을 때 이 정도라는 것이다. 국정원 개혁위가 25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국정원은 '자유대한지키기국민운동본부', '한국위기관리연구소' '국제외교안보포럼' 등의 이름으로 시국광고를 내왔다. 특히 2010년 11~12월 사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과 관련해선 여러 보수단체의 명의를 활용, 조선・동아・중앙・국민・문화일보등 5개 신문사에 총 5600만원 어치의 시국광고를 게재했다.

  보수단체 자유주의진보연합이 국가정보원의 돈을 받고 일간지에 실은 것으로 파악된 광고들.
▲  보수단체 자유주의진보연합이 국가정보원의 돈을 받고 일간지에 실은 것으로 파악된 광고들. ⓒ 배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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