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66286

찬바람에도 사라지지 않는 금강 녹조, 물고기만 뻐끔뻐끔
[현장] 방치된 유령공원, 야생동물의 배설물만 가득
17.10.09 17:48 l 최종 업데이트 17.10.09 17:48 l 김종술(e-2580)

 공주보부터 서천 하굿둑까지 강변 언저리엔 여전히 녹조가 뒤덮고 있다.
▲  공주보부터 서천 하굿둑까지 강변 언저리엔 여전히 녹조가 뒤덮고 있다. ⓒ 김종술

추석 연휴도 끝났다. 아침저녁으로 기온도 뚝 떨어졌다. 수확을 앞둔 들녘은 온통 황금 물결이다. 그러나 강물은 여전히 녹색 빛이다. 수온이 떨어져도 녹조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물속 산소가 부족해서인지 물고기는 자꾸만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 다닌다. 

9일 이른 아침에 찾아간 공주보는 옅은 물안개에 휩싸였다. 이슬에 흠뻑 젖은 갈대가 고개를 들지 못한다. 한들거리던 억새도 춤사위를 멈췄다. 공주보 상류 400m 지점 수상 공연장에 악취가 진동했다. 수자원공사가 녹조 제거용으로 들여온 마이크로버블기가 고장 나서 뭍에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저수지나 늪지에 서식하는 ‘마름’이 뒤덮은 공주보 상류도 녹조가 뭉치고 흩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  저수지나 늪지에 서식하는 ‘마름’이 뒤덮은 공주보 상류도 녹조가 뭉치고 흩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 김종술

금강의 녹조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바람 한 점도 없는 강변, 강물은 미세한 움직임도 없다. 녹조와 부유물이 혼합되어 수면을 뒤덮었다. 여기저기서 쉼 없이 공기 방울이 올라온다. 강바닥에 쌓인 펄이 썩으면서 솟구치는 것이다. 강물엔 각종 쓰레기까지 밀려와 있다. 생명체의 움직임은 찾아보기 힘들다. 

4대강 사업 당시 공주보와 연계하여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공주시가 강변 둔치에 20만 평 규모의 억새밭을 조성했다. 25억 원 정도의 예산을 투입했으나 관광객이 찾지 않았다. 대형 트랙터가 강변 억새밭을 갈아엎고 있었다. 공주시가 또다시 관광객 유치를 위해 보리밭으로 경작하는 중이다.   

하류의 백제보로 이동했다. 좌안 수자원공사가 녹조를 밀어내기 위해 설치한 수차가 털털거리며 돌아가고 있다. 최근에 설치한 수류확산 장치도 윙윙거린다. 그러나 물가에는 녹조가 긴 띠를 이루고 있다. 건너편 녹조 제거용 볏짚과 각종 장비가 설치된 곳에도 녹조가 스멀스멀 피어나고 있었다.

 물속 용존산소가 부족해서인지 물고기들이 머리를 내밀고 가쁨 숨을 몰아쉬고 있다.
▲  물속 용존산소가 부족해서인지 물고기들이 머리를 내밀고 가쁨 숨을 몰아쉬고 있다. ⓒ 김종술

백제보 하류 5km 지점. 충남 서북부 도민들의 식수공급원으로 보령댐에 물을 끌어가는 도수로 취수구는 저수지나 늪지에 서식하는 마름이 군집을 이루고 있다. 마름 주변도 녹색으로 물들었다. 은산천과 작은 수로에서 흘러드는 강물도 각종 쓰레기와 녹조로 악취가 진동한다. 

부여군 세도면 수변공원은 4대강 사업 당시 조경수를 심었다. 그러나 토양과 맞지 않아서인지 집단으로 말라 죽었다. 군데군데 서 있는 조경수를 뒤덮고 있던 잡풀을 추석을 맞아 말끔하게 제거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방치된 유령공원으로 불리는 이곳은 야생동물의 배설물만 가득했다. 

 4대강 사업 당시 충남도 사업 구간인 부여군 장하리 폐준설선이 방치된 곳에도 녹조는 심각했다.
▲  4대강 사업 당시 충남도 사업 구간인 부여군 장하리 폐준설선이 방치된 곳에도 녹조는 심각했다. ⓒ 김종술

하류로 이동, 4대강 사업 당시 사용하던 폐준설선이 방치된 부여군 장하리에 도착했다. 낚싯바늘부터 지렁이 통, 음료수병, 소주병 등 먹다 버린 음식물까지 온통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쇠파리가 윙윙거리며 강물은 온통 녹조가 뭉치고 흩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4대강 사업 당시 충남도 사업 구간인 논산시 강경 3지구 강물에도 녹조는 여전하다.
▲  4대강 사업 당시 충남도 사업 구간인 논산시 강경 3지구 강물에도 녹조는 여전하다. ⓒ 김종술

금강 우안에서 좌안으로 건너갔다. 4대강 사업 당시 충남도 사업 구간으로 논산시 강경 3지구 강변에 설치한 사석은 곳곳이 무너져 내렸다. 강물을 뒤덮은 녹조는 하류 익산시 용두양수장까지 이어져 있다. 녹조로 뒤덮은 성당포구 수로에는 낚시꾼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익산시와 부여군을 연결하는 웅포대교 아래도 녹색 빛이다. 문 닫은 수상 레저 사업장 위쪽으로 추가 설치된 선착장도 밀려든 쓰레기와 녹조가 뒤섞였다. 군데군데 녹조가 엉겨 붙은 모습이다. 이후 서천군 화양면 연꽃단지, 군산 금강조류관찰소 등 좌·우안을 넘나들며 녹조는 피어나고 있었다. 

 공주보부터 서천 하굿둑까지 강변 언저리엔 여전히 녹조가 뒤덮고 있다.
▲  공주보부터 서천 하굿둑까지 강변 언저리엔 여전히 녹조가 뒤덮고 있다. ⓒ 김종술

양준혁 대전충남녹색연합 간사는 "4대강 사업 이후 창궐하는 녹조가 골칫거리다. 지난해보다 한 달이나 빠르게 발생하더니 찬바람이 부는 가을까지도 녹조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대통령은 국민과 한 약속대로 수문개방을 서둘러야 한다. 지난 6월처럼 수문만 살짝 눕히는 '쇼'가 아닌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진정성 있는 개방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공주보부터 서천 하굿둑까지 강변 언저리엔 여전히 녹조가 뒤덮고 있다.
▲  공주보부터 서천 하굿둑까지 강변 언저리엔 여전히 녹조가 뒤덮고 있다. ⓒ 김종술

한편, 지난 9월 18일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공주보를 다녀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이 자리에서 김 장관은 수자원공사와 환경부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현장을 시찰했다고 한다. 김 장관은 "녹조 발생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지역에서는 이를 놓고 말이 많다. 

금강 유역에서 활동하는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환경부와 수자원공사의 직원만 대동하고 현장을 돌아보는 형태, 강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단체의 입장도 듣지 않는 것 등 김은경 장관은 이명박근혜 정권의 장관들이 하는 전처를 그대로 밟아가고 있다. 특히 환경부 통합물관리위원회에는 4대강 사업에 앞장섰던 찬동 인사가 학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장관다운 처사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공주보부터 서천 하굿둑까지 강변 언저리엔 여전히 녹조가 뒤덮고 있다.
▲  공주보부터 서천 하굿둑까지 강변 언저리엔 여전히 녹조가 뒤덮고 있다. ⓒ 김종술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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