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13913.html

[단독] 박근혜표 행복주택, 두집 건너 한집꼴 ‘빈집’
등록 :2017-10-10 17:45 수정 :2017-10-10 18:35

빈집 비율 31.5%…일반 장기임대의 11배
토지주택공사 “획일적 평형 공급이 원인”
강훈식 의원 “실수요 반영해 공급 다양화”

2015년 10월 행복주택 지구 중 처음으로 입주가 시작된 서울시 송파구 삼전지구 행복주택. 사진 국토교통부 제공
2015년 10월 행복주택 지구 중 처음으로 입주가 시작된 서울시 송파구 삼전지구 행복주택. 사진 국토교통부 제공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주거정책이었던 행복주택 상당수가 빈집 상태로 남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 특성에 따른 실제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공급만 확대하려다 빚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강훈식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기준 행복주택 4857호 가운데 1528호가 아무도 입주하지 않고 비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가율(임대되지 않고 비어 있는 집의 비중)이 무려 31.5%에 이르는 것으로, 엘에이치가 운영 중인 전국 64만호가량의 장기 건설임대주택 공가율이 2.8%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행복주택은 도심에 살기 원하는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시세보다 20~40% 저렴하게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으로, 2015년 10월 첫 입주를 시작했다.



엘에이치는 지난달 작성한 ‘장기 임대주택 공가 해소를 위한 건설평형 적용 개선안’ 보고서에서, 특정 지역 대규모 단지에 소형 평형 위주로 단기간 집중공급 하는 등 실제 수요를 반영하지 않고 목표 달성 위주로 사업을 추진해온 것이 행복주택 공가 발생의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대구 테크노폴리스산업단지 행복주택은 입주가 시작된 지 1년이 넘었지만 현재까지 1020호 중 439호가 공가로 남아 있고, 지난 1월 입주를 시작한 대구혁신도시에도 1088호 중 254호가 비어 있다.

서울 도심과 지방은 주거 여건이 달라 같은 청년층이라도 체감하는 주거공간의 크기가 다르다. 지방일수록 작은 평형대에 대한 수요가 적다는 얘기다. 하지만 행복주택의 기준 규모는 전국 동일하게 평균 46.9㎡(14.2평)다. 실제로 수도권 공가율은 8.6%에 그친 반면 수도권 이외 지방의 공가율은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5.4.%에 달했다. 출산이나 결혼을 계획해야 하는 신혼부부와 사회초년생은 적은 평수에서 공가율이 높았고, 대학생의 경우에는 임대료 등의 이유로 오히려 큰 평수의 공가율이 높았다.

엘에이치는 “앞으로는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지역과 입주 대상의 수요에 따라 공급 형태를 다양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목표를 맞추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지역적, 계층적 특성에 따른 실제 수요를 반영한 다양한 임대주택 공급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시세의 30% 수준에 공급하는 영구임대주택의 경우엔 공가율이 2.2%에 그치는 등 공급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안규백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엘에이치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기준 영구임대주택 입주 대기자는 2만4574명으로, 입주 때까지 평균 15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는 70개월로 가장 길었고, 인천도 대기 기간이 30개월에 달했다. 반면 충북은 5개월, 대구와 경남은 6개월로 지역 편차가 컸다. 안 의원은 “면밀한 입주 수요 분석 없이 공급 목표 물량을 정한 탓에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지역별 편차도 크다”며 “지역별로 수요 가구, 인구 증가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급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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