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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5조4천억원짜리 차세대 군 통신망, 북 EMP 공격할 땐 무용지물
등록 :2017-10-12 05:00 수정 :2017-10-12 07:26

과천 방위사업청에 한 관계자가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과천 방위사업청에 한 관계자가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김병기 의원 “군 통신장비 먹통 우려”

5조4000억원의 예산을 투여한 차세대 군 통신망 ‘전술정보통신체계’(TICN)가 북한의 ‘전자기펄스’(EMP·이엠피) 공격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태양의 흑점 폭발이나 다른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전자파로 인한 장애 현상인 ‘전자파간섭’(EMI·이엠아이)에 대한 방호체계는 갖췄지만, 정작 최근 논란이 되는 북한의 인위적인 이엠피 공격에는 무력한 것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한겨레>에 “전술정보통신체계 사업 자재들이 왜 이엠피 방어용이 아닌 ‘전자파간섭’ 방어용으로 공급되는지 방위사업청에 묻자 방사청이 ‘군 요구 때문에 이엠아이가 적용돼 개발됐으며, 이엠피는 미적용됐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엠피 공격에 대한 대책이 전무해 유사시 적군이 이동형 지휘통신시설인 전술정보통신체계에 이엠피 공격을 가할 경우 야전에서 사용되는 각종 통신장비가 먹통이 될 것”이라며 “(이 사업을 진행 중인) 방사청은 전술정보통신체계에 이엠피 방호가 적용되지 않은 이유를 육군의 요구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2015년에 시작돼 2026년 완료 예정인 전술정보통신체계 사업은 자주포·전투기·함정·미사일 등 ‘무기체계’와 육해공군 지휘부가 있는 ‘지휘통제체계’ 사이에 표적위치·피아식별·무장·연료·표적할당·교전·명령·영상 정보 등의 전술자료와 상황 정보를 공유하고 합동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디지털 통신체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무전기를 사용해 음성으로 정보를 주고받던 기존 ‘아날로그’ 방식의 군 통신체계를 ‘디지털’ 방식으로 바꾸는 핵심 사업이다. 문제는 이 차세대 군 통신망이 이엠아이 방호만 적용되고, 북한군이 유사시에 적용할 이엠피 도발에 대해서는 방호시설을 전혀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술정보통신체계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공격인 이엠피로부터의 방어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엠피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핵탄두를 장착해 하늘에서 폭발시킬 때 생기는 강력한 전자기파로 전자기기 내부 회로를 태워버려 전자기기들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린다. 최근 들어 북한의 직접적인 핵 공격이 아닌 간접적인 핵 공격에 해당하는 이엠피 공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또 이엠피는 대기권 중 공기밀도가 가장 높아 재진입이 가장 어려운 구간인 고도 20㎞를 통과시키는 까다로운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지 않고도 충분히 공격이 가능하다. 고도 400㎞에서 핵폭발을 일으키면 미국 전역, 고도 60~70㎞ 구간에서 폭발되면 남한 전체의 전자기기들을 마비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병기 의원은 “21세기 전쟁은 정보력과 네트워크가 핵심인데, 야전에 나가 싸우는 각 부대의 통신장비가 먹통이 되면 어떻게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겠는가. 이엠피 방호를 요구하지 않은 군도, 방위산업 전문가임에도 관련 대책을 세우지 않은 방사청도 매우 무책임하다”며 이엠피 공격에 대한 대책을 촉구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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