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10301855001


국가정보원,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작성에 핵심 역할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입력 : 2017.10.30 18:55:00 


국가정보원 정문 앞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국가정보원 정문 앞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문화예술 단체와 인물들에 관한 ‘사상검증’을 도맡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작성·관리 및 실행주체는 문화체육관광부였지만 논리와 근거는 국정원이 제공했던 것이다. 국가정보원 개혁위원회는 30일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로부터 이같은 내용을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국정원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여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부임한 시기인 2013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정원은 8월 16일 ‘좌성향 문예계 인물들이 2014년 지방선거를 조직 재건의 호기로 보고 세력 확대를 시도하고 있어 면밀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청와대에 보고했다.


김 전 비서실장은 그해 9월 문체부에 특정성향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 실태를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문체부는 곧바로 ‘문화예술정책 점검 TF’를 꾸려 문예기금 보조사업에서 특정 문예인을 제외시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국정원은 2014년 1월27일과 2월20일 문예기금 지원사업에 좌성향 인물들이 포함됐다면서 지원사업 심사체계 보완을 강조하는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김 전 실장은 다음날인 2월21일 문체부로부터 ‘2014년 문화예술위원회 문예진흥기금 지원대상’을 보고받으면서 국정원 보고를 토대로 좌성향 인물과 단체가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문체부는 2월22일 국정원에 이념편향성 인물검증을 의뢰했다. 


국정원은 3월19일 ‘문예계 내 좌성향 세력 현황 및 고려사항’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청와대에 보고하면서 15개 단체와 249명을 적시했다. 국정원이 지목한 단체는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문화연대, 한국작가회의, 서울연극협회, 민족미술인협회, 영화인회의 등 장르를 가리지 않았으며 이들 단체의 간부 또는 주요 회원들이 좌성향 인물 명단에 올라갔다. 국정원은 활동전력과 영향력에 따라 249명을 A급(24명), B급(79명), C급(146명)으로 분류했다. 장르별로는 문학 48명, 미술 28명, 연극 22명, 음악 30명, 영화 104명, 방송 7명, 기타 10명이었다. 보고서에는 이들 단체와 인물들에 대한 지원을 끊고, 이들이 문체부 소속 공공기관 주요보직에 앉지 못하도록 하며, 이들에 대한 비리·부조리 증거를 확보해 압박하라는 취지의 전략도 담겼다. 


이후 문체부를 담당하는 국정원 정보관(IO)가 문체부로부터 검증 명단을 받아 국정원 내 관련부서에 전달한 다음 ‘검증’ 내용을 문체부에 전달하는 시스템이 구축됐다. 2014년부터 2016년 9월까지 문체부로부터 총 8500여명의 인물검증 요청을 받아 348명을 ‘문제인물’로 선별·통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 개혁위는 “문체부 담당 정보관은 외부 유출에 대비해 선별된 명단을 전화로 불러주고 별도로 문서자료를 남기지 않아 선별·통보 대상자 실명이 모두 기재된 자료는 보존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국정원 내부 보고 등을 목적으로 작성된 일부 보고서에서 348명 중 181명의 명단을 확인했으며, 이 181명은 특검이 문체부에서 압수해 공소제기한 블랙리스트 명단과 대부분 일치한다고 국정원 개혁위는 밝혔다. 


국정원이 사기업인 CJ에 대한 압박 필요성을 강조하는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한 사실도 드러났다. 국정원은 2013년 8월27일자 ‘CJ의 좌편양 문화사업 확장 및 인물 영입 여론’이라는 보고서에서 ‘CJ 좌경화’의 원인이 이미경 부회장이라면서 견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청와대에 보고했다.


국정원 개혁위는 “국정원이 청와대 지시를 받은 문체부의 요청에 따라 소위 문제인물 및 단체를 선별·통보하는 등 소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에 관여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조사 결과 및 관련 자료를 검찰에 전달하고 문체부에도 조사결과를 통보토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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