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민 "김정일 사망, MB정권만 몰랐다"
"유럽-동남아 기업들조차 北발표 전날에 이상 동향 감지"
2012-01-04 22:47:39           

워싱턴 특파원을 지냈던 신경민 전 MBC 앵커가 4일 독자적으로 확인한 국제정보들을 바탕으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을 사전에 인지하고 못하고 엉뚱한 면피 발언만 하고 있는 국정원 등 MB정부를 강도높게 질타했다.

4일 밤 <한겨레> 인터넷판에 따르면, 신경민 전 앵커는 <한겨레>에 기고한 글을 통해 "김정일 사망 소식은 중국에 토요일 바로 전해졌다"며 사망 당일 중국이 김정일 사망을 확인했음을 전한 뒤, "북한이 해외연락 채널을 끊어버리고 외교망이 분주해지면서 유럽·동남아시아의 기업·금융에는 일요일에 이상 동향이 잡혔다. 주말로는 이례적으로 북한 내에서 유무선 사용량 급증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에 촉각을 세운 당사자 대부분은 월요일 오전에 중대 변고를 들었다. 변고의 내용은 김정일 신상이라는 관측이 흘러다녔다. 이러던 차에 평양의 중대 방송 예고가 떴다. 직감을 가질 만한 여건이었다"며 "북한과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 중 우리나라처럼 월요일 정오 북한의 공식 발표로 김정일 사망 사실을 알게 된 경우는 드물다. 우리 관련 기관은 평양의 중대 방송 예고를 또 헛소리로 치부했다. 중대 방송 예고는 그동안 충분히 반복된 데다 직감을 줄 만한 선행 첩보가 꽉 막혀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봐줘도 우리 당국은 월요일 오전에는 키워드를 알아야 했다. 청와대의 생일잔치는 국제적 웃음거리였다"고 힐난했다. 

그는 "지난 10여년 동안 대북 인적 정보, 곧 휴민트(humint)에 구멍이 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며 MB정부가 전 정권을 탓을 하고 있음을 지적한 뒤, "그런데 그뿐일까. 주말에 기계적 정보, 곧 테킨트(techint)를 잘 살폈다면 적어도 북한 중심부와 지방 사이에 오가는 유무선 급증으로 이상징후를 읽을 수 있었다. 더구나 최근 조 단위의 돈을 쓰고 미국에 애걸해서 공중첩보기 에이왁스를 들여오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주말을 복기해 보면 더 처참한 구멍이 보인다. 김정일 유고에 관한 첩보는 유럽과 아시아의 기본적인 외교·기업·금융망에서 돌아다녔다"며 "우리는 공사 간에 이 기본 네트워크에서 빠져 있었고 모두 손 놓고 있었다는 뜻"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더 나아가 "여론의 질타를 받자 당국자들이 다른 정보를 슬쩍 흘려 책임을 줄여보려 했다"며 국정원이 김정일 사망 시점 등에 의문을 제기한 점을 꼬집으며 "되풀이된 이런 행태는 정보의 기초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모면하기 위해 일부러 모른체하는 것이다. 우리처럼 대치 국면에 처해 있는 나라의 공직자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고 이적행위라고 비판해도 변명하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그는 또한 "일부 당국자는 현 정권의 일관된 대북정책에 김정일이 스트레스를 받아 일찍 죽은 것 아니냐고 때에 맞지 않는 해석을 내놨다"고 어이없어 했다. 

그는 특히 청와대를 정조준,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한 청와대 방침은 중대 결정이자 메시지"라며 "경우의 수는 몇가지로 모아진다. 정보기관이 시키는 대로 잘해왔으니 그대로 하라는 말이거나, 앞으로 시킬 중대 임무가 따로 있어 그냥 넘어가거나, 정보기관이 권력의 약점을 들어 저항하는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정치권력이 변명을 듣고 별일 아니라고 판단했다면 문제가 문제인 줄을 모르는 무식과 무지에서 기인한다"고 의미심장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임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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