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9648


국정원, 봉은사 명진 스님까지 사찰했다

명진 스님, 이명박 전 대통령을 “해방 이후 최악의 대통령”이라 비판… 국정원 주도 사찰·비위수집·비방 여론전 확인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2017년 11월 07일 화요일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이 청와대 및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를 받고 당시 정부에 거침없는 비판을 가했던 ‘봉은사 전 주지승’ 명진 스님을 불법 사찰해 온 사실이 확인됐다.


국정원 개혁위가 지난 7일 발표한 국정원 적폐청산 TF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는 2010년 1월부터 민정·홍보수석, 기획관리비서관실 등을 통해 명진 스님의 △사생활△비위△발언 등 특이동향을 파악하고 비위 행위 및 ‘좌파활동’ 경력을 온라인상에 적극 확산할 것을 국정원에 요청했다.


▲ 봉은사 주지를 지낸 명진(62) 스님이 2012년 2월13일 여의도 MBC 사옥 1층 로비에서 파업중인 조합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 봉은사 주지를 지낸 명진(62) 스님이 2012년 2월13일 여의도 MBC 사옥 1층 로비에서 파업중인 조합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원세훈 전 원장 또한 ‘정부정책 반대입장 = 종북좌파’라는 기조 아래 정부 비판 인사들에 대한 견제를 지시하면서 원내 간부회의 등에서 명진 스님에 대한 견제 활동을 수시로 지시했다. 


명진 스님은 이명부 정부에 비판적이었던 대표적인 불교계 인사다. 그는 2008년 촛불집회를 통제했던 정부의 공권력 남용에 대해 “지금 세계는 전경버스가 서울광장을 둘러싸거나 이른바 ‘명박산성’으로 민의를 막는 것을 대한민국의 브랜드라고 여기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면서 “방패와 곤봉과 엄청난 숫자의 경찰력으로 나라를 지탱해 나가는 정권”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명진 스님은 당시 정부가 추진한 국책사업 ‘4대강 운하’에 대해서도 비판적 견해를 내놨고 이명박 전 대통령을 가리키며 “불자들이 해방 이후 최악의 대통령을 만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명진 스님은 2009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에 불교 대표로 참석해 불교의식을 치뤄 교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노 전 대통령 49재를 앞두고 그가 봉은사 일주문 앞에 건 플래카드엔 ‘대한민국 검찰 중수부 소속 검사들은 봉은사 출입을 삼가 주십시오’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명진 스님은 2010년 ‘봉은사 직영 사찰 전환’ 문제와 관련해 안상수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외압설을 제기하며 정부·여당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당시 봉은사 직영 사찰 전환은 명진 스님의 ‘봉은사 퇴출’을 뜻했다. 2010년 11월9일 봉은사는 조계종 직영 사찰로 전환됐고 명진 스님은 같은 날 봉은사를 떠났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 담당부서는 조계종 총무원과 명진 스님의 입장 및 대응 동향, 명진 스님의 정부·대통령 비난 발언 및 개인 비위사항 등 동향을 수시 보고했다. 국정원 경제담당 팀장은 봉은사 신도를 통해 정부·대통령 비판 발언을 자제해 줄 것을 우회로 요청하기도 했다. 


명진 스님 동향 파악은 청와대 지시로 이뤄졌다. 국정원 개혁위 발표에 따르면 명진스님 사찰 담당부서는 “청와대 요청 민원 전 원장 지시에 따라 수집부서에서 입수한 첩보를 토대로 비리, 비위 등 특이 동향을 종합한 보고서를 작성”했고 “청와대 및 국정원 지휘부에 수차례 보고”했다. 


명진스님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신밧드 룸살롱 사건’ 논란은 이 과정에서 재점화됐다. 이 사건은 2001년 조계종 중진 스님 4명이 강남에 위치한 ‘신밧드’라는 룸살롱에 출입한 사실이 알려진 사건이다. 신동아는 2010년 5월 신밧드 사건을 다룬 기사를 작성했고 보수단체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산하 재가불자모임은 이 기사를 근거로 “불자들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명진 스님의 룸살롱 출입에 충격을 금치 못하며, 명진 스님의 속 시원한 해명을 바라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어버이연합은 이명박 정부 동안 명진스님 비판활동을 진행한 대표적인 보수단체다. 이들은 신밧드 사건이 논란이 되자마자 ‘명진스님의 진실규명’이란 제하의 집회 개최를 봉은사 앞에서 추진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자식연합’이란 이름으로 새로이 조직된 보수단체는 2010년 4월3일 ‘명진스님은 봉은사 주지직을 떠나라-대한민국 지키기 불교도 총연합 어르신들의 사자후에 답함’이란 성명을 내 “강남 노른자땅의 부자절 부자주지가 무에 아쉬운 것이 있다고 그렇게 그 알량한 절에 집착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명진스님 비난대열에 가세하기도 했다. 


2010년 3~4월은 국정원이 명진스님에 대해 집중적인 ‘사이버 여론전’을 펼친 시기다. 국정원 개혁위는 “국정원 심리전단은 원 전 원장과 청와대 지시에 따라 2010년 3월부터 4월간 집중적으로 사이버 상 토론글에 찬반 투표하거나 댓글을 게재”하고 “인터넷 매체에 칼럼을 게재하는 등 방법으로 명진 스님 비판 여론을 조성했으며 보수단체의 견제활동을 유도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명진 스님이 봉은사 주지에서 물러난 2010년 11월 이후까지 여론 비방전을 지속했다. 국정원 개혁위는 “대 정부·대통령 비판 발언 등 계기(가 될)시 보수단체를 활용한 시국광고 게재·규탄시위 전개 및 사이버상 비판글 게재 등 대응 심리전을 지속했다”고 밝혔다.  


당시 명진스님이 자신이 주지직에서 물러나는 과정에 국정원의 외압이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국정원 개혁위는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 및 명진 스님의 봉은사 주지 퇴진 과정에서 국정원이 영향력을 행사한 증거나 정황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개혁위는 “다만 같은 사건 조사과정에서 확인된 원세훈 전 원장의 명진 스님에 대한 비위 수집·심리전 전개 지시 등 행위는 직권 남용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도록 권고했다”고 말했다.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