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818434.html


“나라가 과거에 발목 잡혀” MB는 왜 ‘미운 말’만 골라 할까

등록 :2017-11-10 11:10 수정 :2017-11-10 11:48


군 사이버사 댓글공작 등 불법 정치개입 수사 가까워지자 “나라가 과거에 발목 잡혔다”

9월에도 “적폐청산은 퇴행적 시도” 측근들도 “할테면해보라” “한풀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습.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습.


“나라가 과거에 발목 잡혔다.”


누가 이토록 나라를 걱정하나 했더니 이명박 전 대통령입니다. 종합편성채널 채널A는 이명박 전 대통령 쪽이 최근 검찰의 적폐청산 수사와 관련해 9일 이 같은 견해를 밝혀왔다고 보도했습니다.


격앙된 반응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국군 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을 수사 중인 검찰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는데요. 김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군 사이버사령부 증원만 독특하게 지시했다. 브이아이피(VIP) 지시 때문에 군무원을 무리하게 증원한 것은 맞다”고 진술했습니다. 국정원과 군 조직을 동원한 불법적인 정치개입의 ‘윗선’이 바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고 검찰이 그를 조만간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관련 기사 : 김관진 “이명박 지시 뒤 김태효·연제욱과 사이버사 증원 회의”)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격앙된 반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그는 추석 직전인 지난 9월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을 “퇴행적 시도”로 규정한 뒤 “(이는) 국익을 해칠 뿐 아니라 결국 성공하지도 못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안보가 엄중하고 경제가 어려워 살기 힘든 시기에” 무슨 적폐청산이냐는 반응이었죠.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들도 말을 보탰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김두우 전 수석은 9월29일 <시비에스>(CBS) 라디오에서 “적폐청산을 하겠다면서 까발리는 내용은 몽땅 엠비(MB) 대통령 시절이다. 이쯤 되면 적폐청산의 타깃이 이명박 전 대통령 아니냐. 정치보복이라고 할까, 한풀이라고 할까 그런 부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하는 이유를 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감정적 앙금’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8월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 적폐청산 티에프(TF)가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국정원의 광범위한 정치·선거개입 행위를 밝혀내 공개하자 친이계 전직 의원 등은 “할 테면 해보라”고도 했죠.


이명박 전 대통령 쪽은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예민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4대강 사업 ‘정책감사’를 지시하자 이명박 전 대통령 쪽은 ‘이명박 제17대 대통령 비서실’ 명의의 입장문을 내어 “전전 정부의 정책사업을 또다시 들춰 정치적 시빗거리를 만들지 마라”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브리핑 당시 “아마 전 정부와의 색깔 대립으로 보시는 시각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런 생각은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고 말했는데도 말이죠. (▶관련 기사 : ‘졸속 정책’ 검증에 방점…비리 확인땐 MB정부 수사 불가피)


이에 누리꾼들은 “자신이 만든 과거가 현재까지 얼마나 고통스럽고 참혹한 결과를 만들었는지 모른 척하고 싶겠지”(@200****), “과거에 발목 잡힌 게 아니라 과거를 청산해야 나라가 바로 선다”(@bb****), “과거의 온갖 악행으로 대한민국을 발목 잡은 건 본인”(@wond****), “단재 신채호 선생이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mig*****) 등의 반응을 올리며 이명박 전 대통령 쪽의 ‘적반하장 식’ 발언을 비판했습니다.


이명박 국정원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배우 문성근씨도 자신의 에스앤에스(SNS)에 글을 올려 “김관진이 자백했는데도 부인한다. 계산 잘못했다”고 일갈했고,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나라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그 ‘과거’가, 바로 이명박입니다. 과거라는 족쇄를 푸는 일이 ‘청산’입니다”고 꼬집었습니다.


검찰 수사를 눈앞에 둔 이명박 전 대통령, 언제까지 남 탓만 하고 있을 겁니까?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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