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v.media.daum.net/v/20171127104502932


[취재파일] 세계 전기차 한번 충전 600km 돌파 경쟁, 대중화 임계점

고철종 기자 입력 2017.11.27. 10:45 


중국이 다크호스, 中 금일 전기차 1,300km 도전



● 불편함, 비싼 가격, 효율성이 걸림돌


전기차가 대중화로의 발걸음이 늦은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우선 편리성에서 가솔린이나 디젤엔진을 쓰는 내연기관 차에 비해 크게 떨어집니다. 내연기관 차가 언제 어디서나 쉽게 기름을 넣을 수 있는 데 비해 전기차는 충전소가 아직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다시 말해 언제 전기가 바닥날지 모르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다닐 수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1,2분이면 연료주입이 끝나는 내연 기관 차에 비해 충전시간이 서너 시간이나 걸립니다. 급속충전이라 해도 30~40분이 소요됩니다.


짧은 주행거리도 문제입니다. 가솔린이나 디젤차들은 한번 가득 주유하면 평균 600km 정도를 달리는데 비해 전기차는 그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보조금이 지급된다지만, 내연기관 차에 비해 여전히 비싼 가격도 대중화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차 값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이 여전히 높기 때문입니다.


이런 다양한 약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앞으로 전기차의 시대가 온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전기차만 생산하겠다고 밝혔으며, 다른 세계 유수의 자동차 업체들도 향후 10년 내 전기차를 주력차종으로 생산부문을 재편할 계획입니다.


● 6백km 돌파가 전기차 대중화의 기폭제


다른 여러 가지 요인들도 갖춰줘야겠지만, 전기차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가장 주요한 임계점을 전문가들은 한 번 충전에 600km를 움직일 수 있을 때로 잡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의 휘발유나 디젤 같은 내연기관 차들이 가득 주유하고 그 정도 달리기 때문입니다.


현재 전기차는 한 번 충전에 300-400km를 달리는 2세대가 주력입니다. 미국의 테슬라나 쉐보레 볼트 등이 해당됩니다. 1세대는 현대차의 아이오닉처럼 주행거리가 2백km 미만에 그치는 차량인데, 현재 우리 전기차의 위상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3세대로 불릴, 한번 충전에 600km 주파 차량을 누가 가장 먼저 상용화하는가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 중국이 생산규모와 기술에서 약진 


눈에 띄는 것은 중국 전기차의 약진입니다. 중국은 거대 시장규모에다 중국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에 힘입어 전기차 분야에서 선두로 질주하고 있습니다. 워런 버핏이 투자한 BYD는 이미 세계 최대의 전기차 생산규모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생산규모 뿐만 아니라 질적 부분에서도 깜짝 놀랄 시도들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전기차와 전기차용 배터리를 함께 생산하고 있는 중국 금일그룹은 한 번 충전에 1300㎞ 이상을 달리는 전기버스를 테스트 중입니다.


이 업체는 최근 한국 언론을 이끌고 자사 전기차의 성능을 중국 현지에서 과시한 적이 있습니다. 이 주행 실험에서 금일의 랜드윈드라는 SUV는 평균 시속 60km로 512km를 달렸는데, 주행을 끝낸 상황에서 배터리 용량은 20% 정도 남았습니다. 현재의 거의 모든 전기차 성능을 뛰어넘는 기록인데, 앞서 중국 방송이 검증한 시험에선 배터리 용량 65%가 남은 상태에서 441㎞를 주행했습니다.


배터리를 다 쓰고 끝까지 달렸다면 현대 아이오닉의 3배, 테슬라 모델S 90D의 2배 정도의 주행성능을 가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파격적인 주행 성능의 비밀은 배터리의 개선에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그래핀 배터리를 장착했다는 겁니다.


● 그래핀 배터리가 주행거리 연장의 열쇠


흑연에서 분리한 그래핀이라는 물질은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고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합니다. 또 열전도성이 다이아몬드의 2배를 넘고 반도체 소재인 실리콘에 비해 전자의 이동이 100배 이상 빠릅니다. 이런 물질을 적용한 그래핀 배터리는 그 효율성이 현재 주력 배터리인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월등히 뛰어나기 때문에 전기차에 적용할 경우 그 주행거리가 크게 늘어남은 물론, 충전시간도 훨씬 단축되고 배터리 수명도 두 세배 늘게 됩니다.


개발 이후 40여 년간 성능 향상이 2배 정도에 그쳐 한계에 부닥친 리튬이온 배터리가 각종 전자 장비의 성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그래핀 배터리가 양산될 경우 기존 배터리 시장이 급속히 재편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중국업체가 그래핀 배터리를 장착한 자동차를 선보이면서 양산체제에 들어갔다는 것은 전기차 시장에 주는 충격이 대단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국내업체들은 중국업체가 생산한 그래핀 배터리의 상품성이나 안정성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배터리를 비롯한 기초소재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력은 이미 무시할 수 없는 정도에 와 있습니다. 어쨌든 금일그룹은 이 그래핀 배터리를 적용해 한번 충전에 600km를 넘는 전기 승용차를 개발해 이르면 다음 달에 한국에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하니, 시장 반응이 주목됩니다.  


● 한국 전기차는 선두 주자에 2년 정도 뒤져


이렇게 중국업체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의 자동차 업체들이 하루가 다르게 전기차의 성능을 높이고 있지만, 우리 전기차의 수준은 선두주자에 비해 2년 정도 떨어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현대기아차는 내년에 한 번 충전으로 390km를 달리는 차를 내놓을 계획이며, 2020년쯤에야 자사 전기차의 주행성능이 400km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생산업체들도 제품개발을 서두르고 있는데 LG 화학은 내년 중 600km 주행이 가능한 대용량 배터리 개발할 예정입니다.


반도체, 전자전기, 화학 등과 함께 자동차는 우리 산업의 주력 상품군이며, 그 어떤 상품보다도 한국의 브랜드 가치와 기술력을 알리는 달리는 광고판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전기차를 둘러싼 환경은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가장 시급한 전기차 인프라만 하더라도 충전시설이 중국은 100,000개에 이르는 반면, 한국은 1,900여 개에 불과합니다. 단순히 인구비례만 따져도 중국에 뒤집니다.


친환경차의 또 다른 한 축인 수소전기차도 기술에선 한국이 앞서 있다지만, 일본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생산과 판매에서 이미 한국을 앞질렀습니다. 차세대 주력산업은 업체의 노력만 갖고는 성장하기 힘듭니다. 제도도 바뀌어야 하고, 인프라 구축에 정책적 지원이 따라야 하며, 업계의 기술개발 노력도 가세해야 합니다. 차세대 주력산업에서 뒤지지 않도록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업계의 생존 노력이 함께 어우러져야 할 시점입니다. 


고철종 기자sbskc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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