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86278


감탄을 연발케 한 낙동강의 '무서운' 복원력

[현장] 보 개방 이후 ‘낙동강 네트워크’의 현장조사에 동행해보니

17.12.16 19:00 l 최종 업데이트 17.12.16 19:00l 글: 정수근(grreview30) 편집: 장지혜(jjh9407)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자, 황강 합수부에 돌아온 거대한 모래톱. 합천보 쪽으로 드문드문 보이는 모래톱까지 상당히 넓은 면적의 모래톱이 돌아왔다.

▲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자, 황강 합수부에 돌아온 거대한 모래톱. 합천보 쪽으로 드문드문 보이는 모래톱까지 상당히 넓은 면적의 모래톱이 돌아왔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돌아온 모래톱은 강 반대편까지 길게 뻗어있다.

▲  돌아온 모래톱은 강 반대편까지 길게 뻗어있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와, 이 모래톱 좀 봐라, 정말 놀랍데이, 강이 이렇게 흐르기만 하면 강은 지가 알아서 회복해간다 카이. 4대강사업 전의 여 모습이 그대로 돌아온 거 같다 카이. 모래톱이 조금만 더 위로 올라가면 마 옛날 그대로다. 아이 좋아라."


수문을 연 낙동강 모니터링의 안내를 맡은 '낙동강 네트워크'(낙동강의 수질과 수생태계 복원을 목표로 결성된 민관협의 기구로 낙동강 전수계 환경단체 회원 및 낙동강유역청의 실무자들로 구성됨)의 임희자 공동집행위원장은 감탄을 연발했다.


모래톱의 회복과 강의 무서운 복원력


그랬다. 합천창녕보(이하 합천보) 아래는 황강 합수부에서부터 그 상류 쪽으로 모래톱이 훤히 드러나 있었다. 지난달과는 그 모습이 또 달랐다. 깨끗하고 드넓은 모래톱은 강의 한가운데를 지나 반대쪽 제방으로 내달려 거의 50미터 정도의 거리만 남겨두었다. 반대편 제방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조금만 더 모래톱이 회복되면 반대편까지 완전히 덮어버릴 것만 같았다.


 돌아온 모래톱이 강 건너편까지 길게 뻗어 곧 강 전체를 완전히 뒤덮을 것 같다.

▲  돌아온 모래톱이 강 건너편까지 길게 뻗어 곧 강 전체를 완전히 뒤덮을 것 같다. ⓒ 정수근


그리되면 이 일대는 완전히 재자연화가 완성된 모습일 터. 임희자 공동집행위원장이 감탄을 연발하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식물사회학이자, 저서 <식물생태보감>으로 유명한 계명대학교 생물학과 김종원 교수가 말하는 4대강 사업의 가장 심각한 생태적 문제인 이른바 "건너지 못하는 강으로서의 4대강사업의 병폐"를 완전 극복하게 되는 현장인 것이다.


4대강 사업은 강의 수심을 평균 6미터 깊이로 파고, 거대한 보로 물을 막았기 때문에 평균 강 수위가 6미터 이상이고 깊은 곳은 10미터가 넘어가는 곳도 있다. 그로 인해 그동안 낮은 낙동강을 맘껏 건너다녔던 야생동물들은 더 이상 강을 건너지 못하게 되어, 서식처가 반토막 난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김종원 교수는 "서식처가 반 토막 나면서 야생동물의 로드킬도 많이 늘어날 것"이라 했고, 그의 주장은 강 주변에서 심심찮게 목격되는 로드킬 현장이 증명해줬다. 


 낙동강 네트워크 소속 단체 회원들이 낙동강으로 걸어들어가, 되돌아 온 모래톱 위를 밟아보고 있다.

▲  낙동강 네트워크 소속 단체 회원들이 낙동강으로 걸어들어가, 되돌아 온 모래톱 위를 밟아보고 있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그래서인가? 모래톱 곳곳에서 수달의 흔적들도 발견된다. 수달이 놀고간 모래톱의 흔적과 그 위에 싸질러 놓은 앙증맞은 수달 똥(이날 수달 똥에는 기생충인 리굴라 촌충이 포함돼 있었다. 아마도 기생충에 감염된 물고기를 잡아먹고 그것이 배변을 통해 바깥으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배설물의 흔적은 낙동강에서 왕왕 목격이 되었다)은 이곳의 낙동강 생태계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증거이리라.


 모래톱 위 수달의 흔적. 모래톱이 복원되면서 강이 되살아나자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수달도 돌아왔다.

▲  모래톱 위 수달의 흔적. 모래톱이 복원되면서 강이 되살아나자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수달도 돌아왔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수달의 똥.

▲  수달의 똥.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이곳 황강 합수부 일대는 창녕함안보(이하 함안보) 관리수위의 영향을 받는다. 12일 현재 함안보의 수위는 2.8미터로 원래 관리수위 4.8미터에서 2미터나 내려가 있는 상태다. ㅊ최대 2.2미터까지 내리기로 했으니 아직 60센티미터 수위가 더 내려갈 수 있다. 그리되면 이 모래톱이 또 어떻게 변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앞선다.


 낙동강 황강 합수부가 4대강 사업 이전의 모습으로 거의 돌아왔다. 강의 복원력이 무섭다.

▲  낙동강 황강 합수부가 4대강 사업 이전의 모습으로 거의 돌아왔다. 강의 복원력이 무섭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강의 무서운 복원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랄까. 그래서 이곳을 찾는 발걸음이 가볍고, 이곳에서 대자연의 경외감을 절로 느끼게 된다. 


낙동강의 지천도 다시 살아난다 


자연의 무서운 복원력은 조금 더 상류에 위치한 지천인 회천에서도 목격할 수 있었다. 회천은 합천보 2킬로미터 상류 지점에서 낙동강과 만나는 지천으로 4대강 사업 전에는 모래톱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낙동강 제1지류인 모래강 내성천에 견줄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4대강 사업으로 합천보 관리수위를 해발 10.5미터로 관리하면서 회천의 수위도 동반 상승했다. 회천의 모래톱들은 거의 강물에 잠겨버렸다. 회천 합수부부터 강이 흐르지 못하고 그 상류 4~5킬로미터 지점까지 낙동강 물로 뒤덮여 버리게 된 것이다.


 합천보 수문을 열기 전 낙동강 강물이 역류해 회천의 모래톱을 완전히 뒤덮은 모습

▲  합천보 수문을 열기 전 낙동강 강물이 역류해 회천의 모래톱을 완전히 뒤덮은 모습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이후 더 이상 회천의 모래톱을 구경할 수 없게 되었다. 그 많던 회천의 재첩들도 동시에 자취를 감춰버렸다.


그런 회천에도 합천보 수문을 열자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12일 현재 합천보 수위가 7.8미터(합천보 관리수위는 원래 해발 10.5미터)로 관리수위보다 2.7미터가 내려갔고 놀라운 변화가 시작됐다. 아직 합수부는 물에 잠겨 있지만, 그 상류 1킬로미터 지점부터 모래톱이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 


"깨끗하고 드넓은 회천의 모래톱을 다시 보게 되니, 정말 가슴이 쿵쿵 뛰는 것 같았어예, 놀랍지 않습니꺼."  


낙동강 네트워크 임희자 공동집행위원장은 감격에 겨워 함께 모니터링 나온 낙동강 네트워크 소속 회원들에게 신나서 설명했다.  


 강물이 빠지자 되돌아온 회천의 모래톱. 거의 4대강 사업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  강물이 빠지자 되돌아온 회천의 모래톱. 거의 4대강 사업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그녀는 또 힘주어 말했다.


"우리가 내려가 확인을 해보니까 모래톱 바로 밑에는 펄이라예, 그리고 그 아래는 또 모래고예, 그러니까 펄, 모래, 펄, 모래... 이런 식으로 층층이 쌓인 거라예."


그러니까 비가 올 때 위에서부터 몰려왔던 모래가 강바닥에 쌓이면 그 위헤 펄이 쌓이고, 그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모래톱이 퇴적됐다는 소리다. 보에 의한 강의 변화를 여기에서도 확인하게 된 셈이다.  


모래톱 대신 사석, 위험한 낙동강 보


그러나 합천보 수위 변동에 따른 변화의 끝인 달성보 직하류의 모습은 그리 유쾌하지 못했다. 


달성보 바로 아래 모래는 온데간데없고 드문드문 펄밭이 보였다. 그 위에 사람 머리통만 한 각진 사석들이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대체 저 사설들은 어디서 온 것이란 말인가.


 합천보 수문을 열자 강물이 빠지면서 달성보 아래 하상이 드러났다. 강 바닥에 모래 대신 사석이 가득하다.

▲  합천보 수문을 열자 강물이 빠지면서 달성보 아래 하상이 드러났다. 강 바닥에 모래 대신 사석이 가득하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주변에서 발견한 사석 망태가 그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었다. 달성보 하류의 심각한 세굴현상을 막기 위해 4대강 공사 당시 엄청난 양의 사석 망태를 달성보 아래 처박아 넣었다. 그 모습을 당시 현장 모니터링을 하던 기자도 목격했다.


가톨릭관동대 박창근 교수는 달성보 하류가 모래 대신 사석들로 채워진 까닭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낙동강 보 아래마다 저런 사석 망태가 엄청나게 깔려 있을 겁니다. 4대강 공사 당시에도 보 아랫부분이 엄청나게 세굴되었고, 그때마다 사석 더미나 사석 망태 등을 강에 집어넣었으니 그것들이 떠밀려 강 가장자리로 몰려오게 된 것입니다."


 세굴 현상을 막기 위해 보 바로 아래 집어 넣었던 사석 망태.

▲  세굴 현상을 막기 위해 보 바로 아래 집어 넣었던 사석 망태.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이런 모습은 합천보 하류에서 그대로 목격된다. 흐르는 강을 인위적인 구조물로 막았고, 그 구조물은 강한 강물의 힘을 받으면서 조금씩 균열이 일어난다. 그 균열의 일단을 우리는 저 사석 더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달성보 고정보에 누수의 흔적도 발견됐다. 이는 고정보에서 물이 샌다는 것으로, 누수된 부분이 겨우내 얼어 팽창되면 누수는 가속화 될 것이 뻔하다. 거대한 바윗돌도 반복되는 한 방울의 물 때문에 깨지기 마련이다. 결국 누수는 보의 균열을 불러올 수도 있는 것이다.


 달성보 고정보의 누수 흔적. 보의 안전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  달성보 고정보의 누수 흔적. 보의 안전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낙동강 8개 보가 모두 열려야 하는 이유


지난달 13일부터 낙동강의 8개 보 중 함안보, 합천보 두 개의 보가 열렸다. 단 두 개의 보만 열렸을 뿐인데 강은 벌써부터 많은 변화를 보여준다.  


낙동강 8개 보가 모두 열려야 하는 까닭이다. 낙동강은 상류에서부터 하류까지 길게 이어진 강이다. 상류에서부터 하류까지 고르게 흐를 때 비로소 낙동강 제 모습을 찾을 수 있다. 


 황강에서 맑은 물과 모래가 계속해서 흘러들어온다. 낙동강 보의 수문을 모두 열어라. 그러면 낙동강이 흐를 것이고, 흐르는 낙동강은 저 황강처럼 회복될 것이다.

▲  황강에서 맑은 물과 모래가 계속해서 흘러들어온다. 낙동강 보의 수문을 모두 열어라. 그러면 낙동강이 흐를 것이고, 흐르는 낙동강은 저 황강처럼 회복될 것이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그 모습이 기다려진다. 환경부는 낙동강 6개 보의 추가개방을 약속했다. 내년 봄 농번기가 시작되면 다시 수문을 닫기로 했다. 내년 봄까지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러니 수문을 빨리 열어야 한다. 이번 보 개방을 통해 확인한 강의 변화상을 통해 보의 존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추가 개방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환경부의 시급한 결단이 요구된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연합 활동가로 지난 9년간 4대강사업 현장과 이후의 낙동강의 모습을 꾸준히 모리터링하고 있고, 그 결과로 쓴 기사입니다. 지역 인터넷 매체 <평화뉴스>에도 함께 실립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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