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women/825262.html


박근혜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추진 중단 지시했다

등록 :2017-12-27 15:16 수정 :2017-12-27 21:32


여성부, 화해·치유재단 등 점검 결과 발표

박 “신속한 설립”…여성부 직원명의 사무실 계약

피해자들 7차례 찾아가 현금 수령 적극 권유도


지난해 7월28일 서울 서대문구 ‘바비엥 스위트’ 건물에서 열린 화해·치유재단 출범식 모습. 김태현 당시 이사장(오른쪽 세 번째), 윤병세(왼쪽 세 번째) 전 외교부 장관, 강은희 전 여성가족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 등이 현판 제막식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7월28일 서울 서대문구 ‘바비엥 스위트’ 건물에서 열린 화해·치유재단 출범식 모습. 김태현 당시 이사장(오른쪽 세 번째), 윤병세(왼쪽 세 번째) 전 외교부 장관, 강은희 전 여성가족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 등이 현판 제막식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정부와 일본 아베 정부가 2015년 맺은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의 후속조치 중 하나로 지난해 7월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의 설립 과정과 재단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현금지원 등이 다소 무리하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조용하고 신속하게 설립을 추진하라”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설립을 서두르려 사무실 계약을 법인 명의가 아닌 여성부 직원 이름으로 하는가 하면, 피해자들에게 7차례나 찾아가 현금수령을 적극 권유하고 설득했고, 지급되는 현금의 의미도 당사자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지원사업도 대통령의 지시로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는 새 정부 출범 뒤인 지난 7월부터 지난 22일까지 재단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기념사업에 대해 점검·조사한 결과 이런 정황이 확인됐다고 27일 밝혔다.


여성부가 공표한 점검결과를 보면, ‘일본 정부의 출연금으로 한국 정부가 설립’하기로 한 12·28 합의에 따라 이틀 뒤인 12월30일 관계부처회의에서 외교부는 재단등록 부처를 여성부로 명시한 ‘재단 설립계획(안)’을 제시했다. 이후 지난해 1월6일 “조용하고 신속하게 설립을 추진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여성부에 전달됐고, 1월29일 재단 설립을 위한 민관 추진단이 발족해 그해 3~4월 설립을 목표로 절차가 진행됐다.


점검 결과, 신청일로부터 평균 20일이 소요되는 법인설립 허가가 5일 만에 처리됐고, 설립허가를 위해 필수적인 법인사무실의 임대차 계약도 재단 관계자가 아닌 여성부 직원 명의로 체결하는 등 여성부가 재단설립을 적극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직원은 “일본으로부터 출연금이 들어오기 전에 사무실을 구해야 했다. 빌려준다는 곳이 없어 스무군데 넘게 알아보러 다녔고, 우리 부 산하기관의 사무실을 쓸 수 있는지 알아보기도 했다”고 소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부는 또 재단 설립 이후인 지난해 8월30일부터 재단의 인건비와 관리비 등 운영비를 지원해 왔는데, 이 역시 ‘국고 지원을 받는 민간단체는 관련 사업 수행실적이 있어야 한다’는 경비보조 규정을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은 국고보조 전 받아야 할 심의도 받지 않았다.


또 피해자 현금지급사업의 경우 대상자 47명 중 34명에게 지급됐는데, 여성부와 재단 관계자가 개인별로 많게는 7차례나 찾아가 면담했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한-일합의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시키고 현금수령을 적극 권유하거나 설득하는 발언들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일부 피해자들은 고령에 언어적 제약(중국어 사용자)으로 지급되는 현금의 의미를 정확히 알았는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여성부는 설명했다.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지원 사업의 경우 정부는 2014년 3700만원, 2015년 4억4000만원 등을 민간사업자인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지원해오다 2016년부터 예산 지원을 중단했는데, 이번 조사 결과 지난해 1월6일 “유네스코 등재 지원 사업에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관여하지 말고, 추진과정에서 정부 색을 없애도록 하라”는 대통령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네스코 등재 지원 사업에 대한 갑작스러운 지원 중단 이후 관련 단체들의 반발이 일자 여성부는 “유네스코 등재는 민간추진이 원칙이어서 정부 지원시 심사에 불리하다”고 해명해왔는데, 이 배경이 확인된 것이다.


한편 향후 재단 운영방향에 대해 윤효식 여성부 기조실장은 “이번 점검은 계속 제기돼 왔던 문제들을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후속 조치는 관계기관과 계속 협의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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