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25336.html


정대협 “12·28 합의 폐기하고 화해치유재단 해산하라”

등록 :2017-12-27 20:36 수정 :2017-12-27 21:31


“TF 조사중 여덟분 돌아가셔

더 이상은 기다릴 수 없어”

수요시위, 일 공식사죄 촉구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위안부 합의’ 티에프) 조사 결과 박근혜 정부의 ‘이면합의’가 드러나면서 시민사회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일본과의 굴욕적인 합의뿐 아니라 합의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피해자와 국민을 속여온 사실이 탄로났기 때문이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 시민단체들은 ‘12·28 합의’ 2주년을 하루 앞둔 27일 서울 광화문 외교부 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정부는 민주적 절차 없이 피해자들을 배제한 채 일본과 합의를 맺었다”며 “이면합의가 드러난 만큼 문재인 정부는 12·28 합의를 무효화하고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할 것”을 촉구했다. 윤미향 정대협 대표는 “티에프 결과를 기다리는 중에 할머니 여덟분이 돌아가셨다.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다. 할머니들의 기다림을 방치한 정부는 책임을 지고 보고서 결과에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12·28 합의가 발표됐을 때 새누리당·정부·청와대는 역대 정권에서 이루지 못한 외교적 성과를 이뤘다고 자화자찬했다. 반드시 기억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위안부 합의’ 티에프 활동에 대해서는 “일본군성노예제 피해 할머니들과 관련 단체들이 제기해온 합의 과정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조사 결과에 반영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민단체도 힘을 보탰다. 방청자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 전국행동 사무국장은 “이제 한국 정부는 식민지 의식에서 벗어나 피해자와 한·일 미래세대를 위해 역사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해야 한다”며 “우리는 일본에서 한-일 합의 무효화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대협은 ‘위안부 합의’ 티에프의 한계도 함께 지적했다. 정대협은 “결과 보고서를 보면 ‘일본의 법적 책임이나 책임 인정이라는 말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으나 책임 통감이라는 표현을 통해 진전을 이루었다’고 평가했는데, 책임 통감이라는 표현을 진전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해자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위안부 합의’ 티에프의 자의적인 평가”라고 지적했다.


이날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인 경기 광주시 나눔의집에서는 이옥선(90)·박옥선(93)·하점연(95) 할머니 등이 불편한 몸으로 티에프의 결과 발표 생중계를 지켜봤다.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은 “위안부 합의는 일방적인 권력의 독단이었다”고 밝힌 뒤, “(조사 결과를 보니) 역시 박근혜 정부 때 이뤄진 잘못된 합의였다. 즉시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마지막으로 열린 이날 수요시위에서는 일본 정부의 공식사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제1315차 수요시위에는 올 한해 세상을 떠난 여덟 명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추모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수요시위 무대 옆 단상에 여덟 개의 영정이 놓였다. “박차순, 이순덕, 김군자, 하상숙, 이기정, 송신도 할머니….” 사회를 맡은 배우 권해효씨가 올해 세상을 뜬 피해 할머니들의 이름을 차례로 불렀다. 권씨는 “이분들은 일본 정부로부터 사죄 한마디 듣지 못하고 12·28 티에프 결과도 듣지 못한 채 삶을 마치셨다.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 법적 배상을 받을 때까지 끝까지 싸우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추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수요시위에는 영하 5도(낮 12시 기준)의 혹한에도 600여명(주최 쪽 추산)의 시민들이 국화꽃과 장미꽃을 들고 자리를 지켰다.


수요시위를 마친 시민들은 피해 할머니들의 영정을 들고 평화의 소녀상부터 광화문광장까지 500m 남짓을 행진했다. “한-일 합의 즉각 파기하라”, “일본 정부는 공식 사죄하고 법적배상하라”, “화해치유재단을 즉각 해산하라” 등의 구호가 종로구 평화로 일대에 울려 퍼졌다.


광화문광장에서는 ‘빈 의자에 새긴 약속’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광장 한가운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300개의 빈 나무의자가 놓였다. 이날 수요시위에 참석한 이들은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다짐과 행동으로 이어가자’는 의미에서 빈 의자에 앉아 10여분 동안 침묵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고한솔 장수경 기자, 광주/김기성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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