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v.media.daum.net/v/20180209114801591


[취재파일] MB가 이용하는 '수상한 별장' ② - 누구를 위하여 테니스장은 지어졌나

박하정 기자 입력 2018.02.09. 11:48 수정 2018.02.09. 16:24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청평호에서 뻗어나간 물줄기를 앞에 두고 있는 별장 4채. 이명박 전 대통령 명의는 아닌데 이 전 대통령이 자주 들렀다는 별장이 바로 이 별장 4채 중 1채입니다. 현지에서 ‘된섬’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곳은, 완전한 섬은 아니고 3면이 강으로 둘러싸인 곳입니다. 별장 뒤편에는 타운하우스도 들어섰습니다.


이 타운하우스가 분양될 당시 관련 기사 내용을 잠깐 살펴봐도 정말 좋은 입지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북한강이 서쪽과 남쪽으로 휘돌아 감기면서 단지를 감싸고’ 있는데다 당시 개통될 예정이었던 경춘 고속도로가 다 만들어지면 ‘강남에서 자동차로 빠르면 30분대에 닿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앞선 취재파일에서 이 별장과 인근 땅의 명의, 이 전 대통령 처남 김재정 씨가 사망하면서 상속세 물납 대상에선 이 부동산이 빠졌다는 사실, 그리고 별장 관리비와 관리인의 월급을 현대건설 전현직 직원이 내 왔다는 증언 등에 대해 짚어 봤습니다. 이런 단서와 증언들은 이 별장과 땅의 진짜 주인이 이 전 대통령 아니냐는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됩니다.



● "이 전 대통령 전용으로 테니스장 지어져"


하나를 더 소개하겠습니다. 테니스장입니다. 앞서 말했듯 별장 4채 뒤에는 지난 2009년 완공된 타운하우스가 있습니다. 4층짜리 건물 4동으로 구성된 주택 단지입니다. 그리고 타운하우스 옆에 테니스장이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이 테니스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 전용으로 지어진 것이라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SBS 취재진과 만난 시행사 관계자 A 씨는, 이 별장 테니스장을 이 전 대통령이 전용으로 쓰도록 타운하우스 시행사가 거의 새로 지어줬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타운하우스가 들어서던 시기는 이 전 대통령 재임 중일 때입니다. 당시 테니스장 보수 공사가 있었다는 건 별장 관리인도 알고 있었습니다. 언뜻 보면 테니스장은 별장보다 오히려 타운하우스와 더 가까워 보이는데, 별장 관리인은 이 테니스장이 타운하우스 주민들이 쓰는 것이 아니라 별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쓰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SBS 취재진이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도, 별장의 실제 소유자가 이 전 대통령이라는 이야기는 현지에서는 공공연한 얘기라며 이 전 대통령이 별장에 와서 테니스를 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현 대통령 경호처 관계자도 이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이 별장을 찾아 테니스를 쳤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 "당시 경호처 직원이 테니스장 공사 요청해"


테니스장과 관련된 증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SBS 취재진은 또 다른 시행사 관계자 B 씨를 만났습니다. B 씨는 테니스장과 관련해 당시 청와대 경호처 직원이 시행사 측에 요청을 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청와대 경호처 직원이, 공사를 하다 보면 앞에 있는 별장에 피해를 주기도 하니 민원 차원이라는 얘기를 하면서, 테니스장 공사를 두고 구체적인 요구도 했다는 겁니다.


처음에는 테니스장 바닥을 인조 잔디로 해 달라고 했었는데 이후에 다시 우레탄으로 해 달라고 요구를 해 와 그렇게 공사를 했다고도 B 씨는 말했습니다. 바닥 재질뿐 아니라 울타리, 조명 등 구체적인 부분까지도 지정해 줬다고 합니다. 1억 6천 여 만 원 가량 드는 공사 비용은 시행사와, 당시 타운하우스 시공사였던 삼성중공업이 함께 부담했다고 B 씨는 전했습니다. B 씨는 지난 2009년 1월 이 전 대통령이 경기도 가평 별장에 직접 와 별장이 내려다 보이는 바로 뒤편에 타운하우스가 들어서는 것을 보고 난 뒤 이런 일들이 일어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자연스레, 이런 테니스장을 둘러싼 증언들도 별장과 땅의 진짜 주인이 이 전 대통령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들게 합니다. 그리고 별장과 땅의 진짜 주인이 이 전 대통령이라면, 이렇게 테니스장을 제공받은 건 대통령 재임 시절 민간 기업으로부터 부당한 경제적 이득을 받은 것이 됩니다. 자신 소유의 재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감춰 두고 마땅히 내야 할 세금을 내지 않았다거나 공직자로서의 재산 신고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도 문제가 될텐데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는 문제인 셈입니다.


현 청와대 경호처는 테니스장 공사 요청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 업무를 맡았을 것으로 보이는 퇴직 직원들에게 연락을 했는데 모른다고 답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투명하게 일을 처리했을 것이라며 테니스장 공사 요청 주장을 부인했습니다.


● '다스는 누구 겁니까'부터 시작된 의혹들


이 전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 씨, 그리고 김 씨의 재산을 상속 받은 부인 권 씨는 이런 차명 재산 의혹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권 씨가 상속세를 다스 비상장주식으로 물납하면서 다스 최대주주 자리를 내려놓게 된 것(대출을 받아 돈을 마련해 일단 세금을 내고 주식 배당을 받은 뒤 그 돈을 갚으면 되는데도), 권 씨는 별장을 상속 받은 뒤 한 번도 별장을 찾지 않았고 연락을 해 온 적도 없다는 별장 관리인의 증언 등 취재를 하면서도 이런 의혹을 더 짙게 해 주는 단서가 곳곳에서 발견됐습니다. 의혹의 중심에 있는 만큼 가장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권 씨를 몇 시간 기다린 끝에 만나서 질문을 던졌지만, 권 씨는 입을 굳게 다문 채 바쁜 걸음으로 자리를 피했습니다.


유행어처럼 번진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질문은, 각종 증언과 정황 등을 고려했을 때 이 전 대통령의 형이자 다스의 최대주주인 이상은 씨가 아니라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 아니냐는 의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불거져 나오고 있는 이런 차명 재산, 은닉 재산 의혹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검찰은 도곡동 땅 매각 대금 가운데 이상은 씨 몫의 대금 상당수가 이 전 대통령 측으로 전해졌다는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이상은 씨 등의 재산관리인 진술을 바탕으로 자금 추적을 벌인 결과입니다. 결국 도곡동 땅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데, 이 도곡동 땅 매각 대금으로 이상은 씨가 다스 주식도 매입하게 되기 때문에 다스 실소유주도 이 전 대통령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검찰은 오랜 시간 동안 논란이 돼 왔던 일련의 ‘실소유주’ 파악에 이어 이 전 대통령의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근 이 전 대통령의 조카인 김동혁 씨가, 자신의 어머니에게서 상속 받은 재산이 이 전 대통령의 차명 재산이었다고 검찰에서 진술하기도 한 건데 이와도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의 차명 재산이 더 있는지도 검찰은 규명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박하정 기자parkhj@sbs.co.kr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