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3180935021


MB는 왜 ‘돈’에 집착했을까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입력 : 2018.03.18 09:35:02 수정 : 2018.03.18 15:55:15 


3월 15일, 100억원대 뇌물수수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마친 뒤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 귀가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3월 15일, 100억원대 뇌물수수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마친 뒤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 귀가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4월 초 기소 예정… 의혹 추가됨에 따라 죗값은 더 무거워질 듯



“측근들은 배신이라기보다 증거 앞에 무너진 것이 아닐까요.”


최근 <MB의 재산은닉 기술>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낸 MBC 백승우 기자의 말이다. 책은 이명박 전 대통령(MB)의 축재 및 은닉 기술을 네 가지 키워드로 정리하고 있다.


돈·땅·다스 그리고 동업자. 


이른바 BBK사건에서 재미교포 김경준씨는 계약서 상으로는 동업자다. 하지만 김씨는 “자신은 주가조작사건의 종범이며, 진범은 MB”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백준 전 MB청와대 총무비서관은 일찍부터 MB 재산을 관리해온, 말하자면 집사였다. 동업자라기보다는 하위 파트너, 측근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MB 검찰 조사의 출발점은 국정원 특수활동비와 댓글공작이었다. 돈, 정확히 말해 불법자금이었다.


터닝포인트는 김희중 전 대통령 부속실장 수사였다. “성실히 조사에 임했다”고 밝힌 직후, 역시 한때 측근이었던 정두언 전 의원은 “다 끝났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자신이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국정원 특활비 10만 달러를 받아 김윤옥 여사에게 전달한 과정을 검찰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방어’에 자신이 있었던 MB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대목에서 허를 찔린 것이다.


직후 MB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자신에게 쏟아진 비리의혹을 ‘정권 차원의 보수세력에 대한 궤멸공작’으로 규정해 구도 전환을 시도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실패였다. 


■ 국정원 특수활동비에서 ‘다스’로 


김희중 전 실장뿐 아니라 줄줄이 소환된 측근들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증거를 제시하면 대부분 체념한 듯 담담히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 말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혹자가 말하듯 현재의 검찰 수사는 “진실을 두고 검찰과 MB가 싸우는 게 아니라 MB와 측근들의 다툼”이 되고 있다. 이 측근들에는 MB의 가족들도 포함된다.


3월 14일 검찰에 출두한 MB는 이른바 이상은 지분의 도곡동 땅 판매대금 상당 부분을 자신의 논현동 집 수리나 아들 시형씨가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사실과 관련, ‘형에게 67억원을 이자 없이 빌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용증 등 그것을 뒷받침할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반면 이상은 다스 회장은 검찰에 ‘그런 기억이 없다’고 이미 밝힌 상태다. 앞뒤가 안 맞는 것이다. 누가 거짓말하는 것일까. 


한때 MB 측 최측근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예전이라면 어긋나는 부분을 맞췄을 것이다. 그 돈을 누가 관리했나. 청계재단 사무국장인 이병모였지 않나. 자기 돈이라고 주장하지만 이상은은 이병모에게 용돈이나 타다 쓰는 입장이었고. (MB는) 말이 어긋난 것이 있으면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차용증을 만들어낼 사람이지만, 그걸 집행할 수족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지금은 다 구속됐으니….” 


알려진 측근만이 아니다. 검찰은 아들 시형씨나 이상은 회장, 조카 동형씨, 이상득 전 의원뿐 아니라 그동안 외부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MB 가정사와 관련된 내밀한 인사들도 비공개로 소환해 관련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줄줄이 나오게 된 연결고리 역시 ‘돈’이었다.


‘공유지의 희극’(The Comedy of the Commons). 


앞서 백승우 기자가 ‘MB의 재산은닉기술’에 대한 탐사취재 끝에 내린 결론이다. ‘공유지의 비극’은 경제학에서 흔히 쓰이는 알레고리다. 공유하던 목초지가 자기 땅이 아니니 마음대로 가져가 결국 황무지가 되었다는 비유로, ‘시장 실패’에 대한 비유로 거론되는 이야기다. 그런데 ‘희극’이라니?


“다스의 실소유주가 당신(MB)이 아니냐는 질문은 오래된 질문이었다. 그때마다 MB가 답변하는 것을 보면 수세적·방어적인 것이 아니라 적극적이었다. 가족기업이었다는 논리다. 자신이 전문경영인 출신이고, 형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니 컨설팅 좀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논리였다. 2007년 BBK 특검 때나 내곡동 특검 때는 이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에도 시작이 국정원 특활비여서 그렇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백 기자의 말이다. 


상득·상은·명박 형제와 처제, 현대건설 시절 최측근을 넘어서지 않을 때는 공유지의 자원은 고갈되지 않았다. 


서울시장 선거 때 다스 직원 차출이나 선거자금 지원 문제 등을 다룬 재판기록을 보면 이상은씨의 대응도 간단치 않았다. 그런데 그게 허물어진 것이다. 백 기자는 이렇게 덧붙였다. “결국 자식 대에 와서 그렇게 무너진 것이 아닌가 싶다.” 


■ “‘MB 대 검찰’ 아닌 ‘MB 대 측근’ 양상”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다스 실소유주’가 드러나게 된 것은 ‘2세 승계작업’을 둘러싼 갈등 때문이었다. 


다스 실소유주의 결정적 내부단서를 제공한 인사는 이상은 회장과 시형씨의 운전기사를 했던 다스 총무팀 직원 김종백씨다. 그가 차곡차곡 모아두었던 문서들과 BBK 특검 당시 경리팀장 채동영씨의 증언이 결정적이었다. 김씨가 내부문서들을 모으고 관련 인사들의 전화통화 녹취를 하게 된 것은 시형씨 승계를 둘러싼 다스 내부의 갈등 과정에서 자신이 해고당했기 때문이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갈등은 이렇게 시작됐다. 다온, 에스엠 등 하청회사를 통한 시형씨의 ‘우회상속’ 프로그램을 눈치 챈 이상은 회장의 아들 동형씨가 역시 시형씨와 비슷한 방법으로 ‘아이엠’이라는 하청회사를 통해 아버지로부터 다스를 상속 받으려고 했고, 그것이 좌절되면서부터다. 이 상속계획의 큰 그림에 해당하는 문서와 일지 형태의 실행과정을 담은 결정적 문서는 영포빌딩 지하 사무실에 보관되어 있던 청와대 문서로부터 나와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MB 일가로서는 공유지의 희극이 최종적으로는 더 큰 비극이 된 셈이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의문. 


MB는 왜 그렇게 돈에 집착했을까. 싸들고 무덤까지 갈 일도 아니지 않은가.


“가족이나 자식을 위해서”라고 하기도 어렵다. ‘가족 공유기업’이라는 논리에 배척되는 이상은 회장이나 시형씨 증언까지도 MB는 검찰 조사에서 “책임회피를 하기 위해 하는 말”이라는 식으로 강변한 것으로 알려졌다(검찰 관계자는 “적어도 현재까지 MB는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답변을 거부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한다). 


앞의 MB 측 전 핵심인사는 “나도 잘 모르겠는데, 청소년이나 대학 시절 때 과일행상을 하는 등 고학을 하면서 생긴 트라우마가 만들어낸 집착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MB 기소는 4월 초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 법리공방이 이뤄질 재판은 오래갈 것으로 전망된다. 


참여연대와 함께 ‘다스 실소유주 고발’을 진행했던 민변 김종휘 변호사는 “예상했던 바지만 MB가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마당에 참고인들도 다시 소환해 보충조사를 해야 한다”며 “기소 자체에도 상당한 공력이 들어가겠지만 재판에서도 치열한 법리다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B 관련 의혹은 현재진행형이다. 


3월 12일, 참여연대는 “현대차그룹 회사인 다이모스가 자회사 엠시트를 다스 측에 넘기는 MOU를 추진했었다”며 공익제보자로부터 입수한 관련 양해각서 문서를 공개했다. 김 변호사는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그게 사실로 판명되면 추가 기소를 통해 병합하는 방식으로 재판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MB가 받게 될 ‘죗값’은 더 무거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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