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21365


<중앙> 기사·사설에는 '문재인 정부판 블랙리스트' 없었다

정정보도에 가까운 기사 내보냈지만, 사설 통한 '우회적 반박'

18.04.05 11:01 l 최종 업데이트 18.04.05 11:01 l 구영식(ysku)


<중앙일보>의 '문재인 정부판 블랙리스트' 보도에 청와대가 대변인 공식 논평까지 내면서 정정보도를 요청한 가운데, <중앙일보>가 5일 '정정보도'에 가까운 기사를 내놨다. 


이날 <중앙일보>는 청와대의 반박 내용(4일)을 위주로 <'문 코드에 짐싸는 박사들'... 청와대 "블랙리스트 딱지는 모욕">이라는 기사를 내보냈지만 이 기사에서는 '문재인 정부판 블랙리스트'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데이비스 스트라우브 전 세종-LS 연구위원의 사직 건을 제외하고는 청와대의 반박을 재반박하는 내용도 없었다. 이를 두고 "정정보도에 가까운 기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사설을 통해 청와대의 격한 반응을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빼고 청와대 반박 내용만 전달


 5일자 <중앙일보> 6면에 실린 기사 '문 코드에 짐싸는 박사들'... 청와대 "블랙리스트 딱지는 모욕"

▲  5일자 <중앙일보> 6면에 실린 기사 '문 코드에 짐싸는 박사들'... 청와대 "블랙리스트 딱지는 모욕" ⓒ 중앙일보PDF


먼저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전 세종-LS 연구위원의 사직 건이다. 세종연구소와 청와대는 "1년의 계약기간이 만료됐다"라고 주장했지만, <중앙일보>는 이날 기사에서 "사실상 2년 계약이었다는 주장이 관계자들 사이에서 여전하다"라고 반박했다. 


<중앙일보>는 "스트라우브는 연구소 동료를 포함한 지인들에게 급작스레 그만두게 돼 서운하다는 입장을 토로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라는 전언을 곁들였다.


다음으로 국립외교원의 S박사의 보직 내정 철회와 사직 건이다. 전날 <중앙일보>는 S박사가 JTBC의 토론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이 빌미가 돼 보직 내정이 취소됐고 사표까지 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S박사의 방송 출연에 문제제기한 쪽은 청와대나 외교부가 아니고 국립외교원 책임자이었으며, 팀장 보직 내정 철회도 비직제 팀장 보임계획 취소에 따른 조치였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이날 기사에서 이러한 청와대의 반박을 재반박하지 않았다. 청와대의 반박 내용만 전했을 뿐이다. 


<중앙일보>는 한국국방연구원에 근무했던 정상돈 박사의 언론 기고문 수정 건에도 재반박을 달진 않았다. 전날 <중앙일보>는 "연구원의 고위인사가 신문에 기고하려던 원고 중 껄그러운 대목 세 곳을 붉은 펜으로 삭제했다"라는 정 박사의 주장을 보도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정 박사의 요청에 따라 경영진이 기고문을 검토했고, 이는 연구원의 대외학술활동 관리규정에 따른 조치였다"라며 "경영진과 정 박사가 온라인상에서 의견을 주고받은 게 전부다"라고 반박했다.   


이밖에도 전날 <중앙일보>가 보도했던 북한연구소가 발행하는 월간 <북한>의 구매 중단이나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의 방송출연 정지,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영사의 대외활동 중단 등과 관련해서도 청와대의 반박을 전하는 정도에 그쳤다.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전 "<중앙일보>가 정정보도에 가깝게 쓴 것 같다"라는 기자들의 논평에 "잘 모르겠다"라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다시 한번 꼼꼼히 읽어보겠다"라고 했고, 기자들이 "미흡하다는 느낌은 아닌가?"라고 다시 묻자 "검토하겠다"라고 답변했다. 


"언론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란 비판 면하기 어려울 것"


 2018년 4월 5일 치 <중앙일보> 사설.

▲  2018년 4월 5일 치 <중앙일보> 사설. ⓒ 중앙일보PDF


다만,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을 통해 청와대의 격한 반응에 응수했다. 사설의 제목은 '비판의 목소리도 존중해야 대북정책 성공한다'였다. 


<중앙일보>는 이 사설의 도입부에서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전 연구위원과 국립외교원의 S박사, 안찬일 소장, 태영호 전 영사 등의 사례를 열거했다. 이를 "북한에 비판적인 학자와 탈북인사들이 직장을 떠나거나 활동에 제약을 당하는 사례"라고 규정하면서 "북한에 대한 균형 있는 접근을 막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게 아닌지 우려가 크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 관계자들의 격한 반응을 전한 뒤 <중앙일보>는 "팩트체크를 통해 진실을 가리자는 데는 이의가 없다"라며 "하지만 혹여 정부 정책에 대한 건전한 비판마저 반박한다면 언론 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슬쩍 청와대를 압박했다. 


<중앙일보>는 "오는 27일 열릴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을 자극하는 걸 피하고 싶어 하는 정부의 생각을 이해 못할 바 아니다"라며 "그러나 정부의 대북정책이 성공하려면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목소리도 존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중앙일보>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보수층은 물론 중도층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사실이다"라며 "대통령이 아무리 의욕적으로 대북정책을 밀어붙여도 국민의 동의와 지지를 얻지 못하면 좌초하기 마련이다"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이념 논란에서 자유롭기 힘든 대북정책이 성공하려면 비판의 목소리도 허용하고 경청하는 것 외에 답이 없다"라며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독주하면 간신히 물꼬를 튼 남북 대화마저 동력을 잃고 표류할 수밖에 없게 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청와대가 가장 반발했던 "문재인 정부판 블랙리스트"라는 표현에는 어떤 설명이나 반박을 내놓지 않았다. 전날 기사 제목으로 뽑았던 '문재인 정부판 블랙리스트'라는 용어도 사용하지 않았다. "언론 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 "비판의 목소리 허용" "국민적 동의" "유연한 집단지성" 등의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단어들만 늘어놨을 뿐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낸 공식 논평에서 "특히 '문재인 정부판 블랙리스트'라고 표현한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다"라며 "박근혜 정부의 적폐가 문재인 정부에서도 되풀이되는 것처럼 모욕적인 딱지를 붙였다"라고 비판했다.


[관련 기사] 

청와대 "<중앙>, 문재인 정부에 모욕적인 딱지 붙여"
"<중앙> '문재인 정부판 블랙리스트' 보도의 세가지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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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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