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45452


'녹조라떼' 가득했는데... 수문개방 후 나타난 이 물고기

[제보] 멸종위기종 1급 흰수마자 발견... 금강 수생태계 건강성 회복 추세

20.05.29 15:01 l 최종 업데이트 20.05.29 15:10 l 김종술(e-2580)


 4~5cm 크기의 멸종위기종 1급 흰수마자가 14개체가 잡혀서 방생했다.

▲  4~5cm 크기의 멸종위기종 1급 흰수마자가 14개체가 잡혀서 방생했다. ⓒ 김종술


"공주보 모래톱에서 지난 밤 흰수마자를 찾았어요."


떨리는 목소리에 다급함이 묻어났다. 평소 안면이 있는 제보자는 뜬금없이 금강에서 흰수마자(Gobiobotia naktongensis)를 찾았다는 말부터 전했다.


공주시 금성동에 거주하는 제보자는 평소에도 금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족대를 들고 하천이나 금강 본류에서 물고기를 채집하고 주변 식생을 탐색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는 늘 두꺼운 생물도감을 끼고 산다. 지난달에는 공주보 상류 모래톱에서 다량의 모래무지가 서식하고 있는 것을 확인시키기도 했다.


28일 제보자는 퇴근 후 평소처럼 족대 하나를 들고 물고기 채집에 나섰다. 그가 처음 향한 곳은 금강과 정안천이 만나는 지점 상류였다. 그러나 그곳은 수심이 깊어 물고기 채집에 실패했다. 밤 11시경 어둠 속에서 공주보 상류 2.8km 금강 본류 지점에서 다시 족대로 물고기잡이에 나섰다.


흰수마자 14마리 확인... 금강에서 멸종위기종 발견

   

 충남 공주시 백제큰다리 밑 모래톱에서 어젯밤 11시부터 물고기 조사가 진행됐다.

▲  충남 공주시 백제큰다리 밑 모래톱에서 어젯밤 11시부터 물고기 조사가 진행됐다. ⓒ 김종술

   

"족대를 잡고 끌고 내려오는 식으로 물고기를 잡았다. 처음에 다양한 물고기들이 나왔다. 됭경모치나 밀어, 돌마자, 모래무지는 자주 만나는 아이들이라 잘 안다. 그런데 그 아이들과 다르게 지느러미에 은빛도 있고 독특한 아이가 있어서 사진을 찍고 방생했다. 새벽 2시 물고기 채집을 끝내고 물고기 도감을 확인해 보니 멸종위기종 흰수마자로 보였다. 밤새 가슴이 두근거려 잠을 못 잘 정도로 흥분되었다.


좀 더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29일 물고기 박사인 순천향대학교 방인철 교수에게 사진을 보내 확인을 요청했더니 '맞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어젯밤 채집한 물고기는 떡납줄갱이, 납자루, 납지리, 몰개, 줄몰개, 모래무지, 됭경모치, 돌마자, 피라미, 밀어 등 총 100마리 정도다. 그런데 유달리 4~5cm 크기의 흰수마자 개체가 많았고 14마리 정도를 확인했다.


물고기를 좋아해서 예전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채집을 나온다. 4대강 사업 이후 금강의 수심이 깊어서 한동안 본류에서 채집을 못 했는데, 공주보 수문이 열리고 나니 이렇게 다양한 생명이 살아 있었다는 것을 확인한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4~5cm 크기의 멸종위기종 1급 흰수마자가 14개체가 잡혀서 방생했다.

▲  4~5cm 크기의 멸종위기종 1급 흰수마자가 14개체가 잡혀서 방생했다. ⓒ 김종술

 

이에 대해 순천향대학교 해양생명공학과 방인철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4대강 사업 전에 정안천과 가까운 곳에서 흰수마자 100여 마리를 확인한 사례가 있다. 이번에 나온 곳도 인근 아래쪽이니 충분히 나올 만한 곳이었다. 정확하게 흰수마자의 산란이동 생태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산란기가 되면 살아가던 작은 지천에서 사라지고 본류로 이동한다. 본류에서 산란하고 일부는 살아남기도 하지만, 다수는 죽기도 한다. 그곳에서 태어난 개체들이 다시 강을 거슬러 지천으로 온다.


예전 구미 감천에서 조사한 사례가 있다. 본류 합수부에 낙차공을 설치했는데, 보에 가로막혀서 내려가지 못하고 갇혀 있으면서 이동을 못 하고 배가 빵빵하게 올라 있었다. 이런 사례를 보더라도 흰수마자의 이동을 알 수 있다. 최근 모래 여울이 생겨나고, 물이 맑은 세종보, 공주보, (청양군) 지천 등에서 흰수마자가 발견되고 있다. 하지만 흙탕물이 내려오거나 모래 표면이 펄층에 덮이면 (흰수마자가) 사라지게 된다. 오늘 흰수마자 건은 금강유역환경청에 연락해줬다."


이렇듯 금강의 수문이 열리고 연일 경사스러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부는 최근 발표에서 금강 세종보를 개방한 결과, 물이 흐르는 속도가 최대 80%까지 빨라지고 모래톱이 형성되면서 흰수마자와 맹꽁이 등 멸종위기종이 발견되고 있으며 수생태계의 건강성이 다양하게 향상됐다고 발표했다.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 국장은 "수문을 열면 자연성이 회복된다는 당연한 상식을 확인한 것이다. 결국 강이 스스로 복원하기 위해서 단절된 수문을 열어주고 보를 해체하는 것 정도가 우리의 도리다. 다른 4대강에서는 좋은 소식이 없다"며 "이번 정부가 한강 낙동강에 대해선 수문개방 할 의지가 있는지, 국정 과제를 포기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라고 질책했다.


잉엇과의 한반도 고유종인 흰수마자는 낙동강·금강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멸종위기종 1급 흰수마자는 법적 보호종인 만큼 함부로 포획해서는 안 된다. 야생동물보호법 67조 1항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을 포획·채취·훼손하거나 고사시킨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한편, 흰수마자가 발견된 지점은 4대강 사업으로 공주보가 막히면서 늘 녹조로 뒤덮여 있던 장소다. (관련기사: 녹조 공기방울이 쫙.. "차마 눈 뜨고 못 보겠다") 강바닥은 시커먼 펄층이 쌓이고 환경부가 지정한 수 생태 최악의 오염지표종인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만 득시글했다. 2018년 공주보 수문이 개방되면서 수생태계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추세다.

 

  2017년 9월 늘 녹조로 뒤덮여 있던 충남 공주시 백제큰다리 밑

▲   2017년 9월 늘 녹조로 뒤덮여 있던 충남 공주시 백제큰다리 밑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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