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49301


국회부의장 내정된 정진석 의원님, 1호 법안이 이게 뭡니까

[주장] '4대강 파괴법' 내놓은 정 의원의 10년 전, 1년 전, 그리고 오늘

20.06.12 07:42 l 최종 업데이트 20.06.12 07:42 l 글: 김병기(minifat) 사진: 김종술(e-2580)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이 제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내놓은 '4대강 보 파괴 저지법'은 사실상 '4대강 파괴법'이다. 지난 9일 발의한 '하천법' 일부 개정안은 4대강 보로 죽어가는 강을 방치하자는 것과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개정안 제안 이유에서 이 법을 통해 4대강 보에 손대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


"현행법상 4대강 보와 같은 국가 하천시설을 철거할 경우 별도 절차나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진 하천시설이 무분별하게 철거되는 문제가 있다."

 

당선자 총회 참석한 정진석 미래통합당 정진석 당선인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 당선자 총회 참석한 정진석 미래통합당 정진석 당선인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10년 전] 정진석 정무수석의 '돌격 명령'


정 의원의 문제의식에 반론을 제기하기 전에 먼저 짚어두어야 할 게 있다. 10년 전인 2010년 4대강사업 예산 날치기 통과 때 정 의원은 이명박 청와대의 정무수석이었다. 날치기를 한 달 앞둔 그해 10월 31일 자기 트위터 계정에 한나라당 의원들을 향해 사실상 '돌격 명령'을 내렸다.


"4대강 사업이 강살리기 사업이냐 대운하 사업이냐의 주장에 대해 정치인들은 정치생명을 걸어야 한다."


당시 대운하 논란이 일자, 강 살리기 사업이라고 못을 박은 것이다. 현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이 의원들을 향해 이런 말을 했다면 여기저기서 난리가 나겠지만, 그 때는 삼권분립을 대놓고 무시할 정도의 무소불위 정권이었다. 정 의원은 10년이 지난 현재 보 철거를 우려하고 있지만, 당시 이명박 정권은 멀쩡한 법을 어기면서 막무가내로 4대강사업을 밀어붙였다.


가령 국제대형댐위원회(ICOLD) 정의에 따르면 16개 보는 '댐'이다. 이를 '보'로 우긴 것은 복잡한 댐 건설 절차를 회피하려는 꼼수였다. 법을 뜯어고쳐 예비타당성 조사도 받지 않았다. 통상 1~2년 걸리는 환경영향평가를 3개월여 만에 해치웠다. 환경정책기본법 25조 사전환경성 검토를 하지 않았고, 하천법 23조 수자원장기종합계획 수립, 24조 유역종합치수계획의 수립, 25조 하천기본계획도 건너뛰었다.


선진국에서는 댐 하나를 세우는 데 10여 년이 걸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년에 만에 16개 댐을 세운 것은 이같은 불법과 탈법으로 가능했다. 전광석화와 같은 4대강 속도전으로 사망한 인원도 23명에 이른다. 청강부대라는 군대까지 '삽질'에 동원했고, 국정원과 기무사까지 나서서 이에 반대하는 학자와 민간인들을 불법 사찰하면서 탄압했다.


정 의원은 이번에 발의한 하천법 개정안에 "하천시설을 철거할 때 농·어업 등 산업, 거주지, 환경, 생태계 등에 미치는 영향 평가를 포함한 철거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면서 "철거계획 등을 수립하기 전 공청회를 거쳐 주민과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반영하도록 하는 등 절차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 의원은 '4대강 보 파괴 저지법'을 발의하기 전에 강에 기대어 살던 농민과 어민들의 의견은 듣지 않고 이들의 삶의 터전을 허물었던 과거부터 반성해야 했다. 법을 어기고 막대한 혈세를 쓰면서 4대강의 환경생태계를 죽인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무도했던 과거부터 부정해야 했다. 그래야만 그나마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1년 전] "물 부족, 우리 농민 다 죽인다" 했는데... 거짓말

     

정 의원이 10년 전의 일을 잊었다면, 1년 전은 또렷하게 기억할 수 있다. 2019년 2월 말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이하 4대강기획위)가 '금강-영산강 보 처리 여부'를 제안한 뒤 자신의 지역구인 공주 일대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4대강기획위가 '세종보 해체, 공주보 부분 해체'를 제안하자 공주 시내에 100여장에 이르는 새빨간 글귀의 현수막이 도배됐다.


"물 부족 대책 없는 공주보 철거는 우리 농민 다 죽인다"

"농업용수-홍수-가뭄 대책 없는 금강보 철거는 반대한다"


당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하수와 농업용수 부족을 지적하면서 "공주시민의 뜻을 받들어서 모든 힘을 다해서 보 철거를 막아낼 각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보다 앞서 공주보를 방문한 나경원 원내대표도 "공주보 해체는 농업용수, 우리 농민들의 생존권과 관련된 문제"라고 성토했다. 그 때 정 의원은 자유한국당 의원 일행을 이끌었다.


하지만 공주보 수문은 2018년 3월부터 전면 개방됐다. 해체했을 때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수위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지만, 그해 농번기 때에도 농업용수 부족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해 5월 <오마이뉴스> 김종술 시민기자와 함께 찾아간 공주의 쌍신뜰은 '물의 나라'였다. 농업용수 부족 지역으로 꼽은 옥성리, 상서뜰에도 농업용수가 철철 넘쳤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가뭄은 물론 홍수도 발생하지 않았다. 정 의원이 주장했던 4대강 보의 건설 목적 중 이수와 치수 효과가 없다는 것은 정부의 과학적인 모니터링 작업에서도 확인됐고 감사원 감사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사실 이 지역을 포함해 4대강 본류 지역은 4대강 사업 이전에도 홍수와 가뭄이 없었다. 이치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4대강사업 목적 자체가 사기였던 셈이다.


정 의원은 "무분별한 철거"를 우려했지만, 정부가 4대강기획위의 당초 제안대로 공주보의 공도교 기능만을 살린 채 부분해체한다고 해도 무분별한 게 아니라 과학적이며 이성적인 결정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수문 연 뒤 드러나는 4대강의 진실


이제 남아 있는 4대강 보의 당초 건설 목적은 수생태계 개선이다. '4대강살리기 사업'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정 의원이 공주보 부분해체 반대를 천명했을 때에도 수문을 닫아서 강을 살리겠다는 말은 입 밖에 내지 못했다. 수문을 닫았던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에는 물고기 떼죽음과 큰빗이끼벌레, 녹조 등이 창궐했지만, 수문을 개방한 뒤에 강이 살아나는 부인할 수 없는 증거들이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4~5cm 크기의 멸종위기종 1급 흰수마자가 14개체가 잡혀서 방생했다.

▲  4~5cm 크기의 멸종위기종 1급 흰수마자가 14개체가 잡혀서 방생했다. ⓒ 김종술

 

위의 사진은 최근 공주보 상류에서 발견된 멸종위기종 1급 물고기인 흰수마자이다.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서식하는 고유종이다. 공주보 수문을 개방한 지 3년 만에 멸종위기종이 되돌아왔다. 작년에는 공주보보다 먼저 수문을 전면 개방한 세종보 부근에서도 흰수마자가 잡혔다. 수문을 열자 자연생태계가 예전처럼 돌아오고 있다는 징표이다.


[관련 기사] '녹조라떼' 가득했는데... 수문개방 후 나타난 이 물고기


흰수마자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된 곳은 4대강사업 이후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던 곳이다. 그 뒤 큰빗이끼벌레와 녹조가 창궐했고, 박근혜 정권에서도 공주보 수문을 계속 닫아두자 강바닥에 쌓인 시궁창 펄에서 최악 수질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가 드글거렸던 곳이다.


아래 동영상은 김종술 기자가 최근에 찍은 세종보 상류 자갈밭에서의 흰목물떼새 부화 장면이다.

 


흰목물떼새도 지구상에 1천 마리~2만5천 마리 정도만 살아남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분류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사업을 통해 철새가 날아오는 강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녹조물이 가득하고 시궁창 냄새가 나는 강에 철새가 찾아올 리 없었다. 세종보 수문을 열고 자갈밭이 드러나자 비로소 철새가 날아들었다.


[관련 기사]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의 숨 막히는 부화 장면


이뿐만이 아니다. 아래 사진에서 시원하게 드러난 모래톱도 최근 백제보 수문을 열기 시작한 뒤에 선보인 모습이다.


4대강사업 이전에는 금강 곳곳에 산재한 모래톱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어른들이 멱을 감았다. 하지만 4대강사업 이후 수문을 닫아둔 뒤에는 모래톱이 모두 물속에 잠겨 접근 금지 구역으로 변했고, 녹조물만 가득했다. 수문을 열자 시민들의 놀이터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과 공존하는 강은 흐르는 강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공주보 하류 유구천과의 합수부에 생긴 금강의 모래톱

▲  공주보 하류 유구천과의 합수부에 생긴 금강의 모래톱 ⓒ 김종술

 

[남은 문제] 4대강 보에 막대한 세금 쏟아부어야할까


'4대강 파괴법'을 발의한 정 의원은 이번에도 돈 문제를 꺼내들었다. 정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막대한 국민 세금을 들여 지은 국가기반시설을 또다시 국민 세금을 들여 부숴버리겠다는 것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정 의원에게 되묻고 싶은 질문이 있다. 매년 쓸데없는 보에 투입하는 막대한 유지보수비는 누구 돈인가?


정 의원의 말대로 공주보는 세금 1100억 원을 들여 건설했다. 하지만 이수와 치수에 무용지물일 뿐만 아니라 강의 생태계도 망치는 것으로 증명됐다. 더군다나 녹조 저감 등을 위해 수문을 열고 있기에 공주시민들이 이용하는 공도교 기능을 빼면 존재 가치도 상실했다. 4대강기획위가 공도교를 살린 채 부분 해체 방안을 제시한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였다.


이 애물단지의 1년 유지보수비는 무려 35억 원이다. 정 의원은 그대로 두는 게 세금을 한 푼도 들이지 않는 방법이라는 착시 효과를 노렸지만, 그건 속임수이다. 보를 세우는 데 막대한 비용을 낭비한 데 이어 공주보 준공 이후 200억 원이 넘는 세금을 강에 쏟고 있다. 4대강사업 전체를 유지보수하는 데에는 매년 수천억 원의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


적어도 정 의원이 상식을 가진 국회의원이라면 4대강을 정치에 이용할 생각을 접고 과학적으로 드러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정 의원이 공감 능력을 가졌다면 최근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세금을 강을 망치는 데 정략적으로 사용할 생각을 포기해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사실상 완패한 것은 20대 국회 내내 정략적으로 국정을 발목 잡은 것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었다. 10년 전 이명박 정권의 불법과 탈법을 지키기 위해 1년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의원들이 4대강 보로 우르르 달려가 딴지를 거는 등의 구태를 더 이상 보이지 말라는 국민의 엄중한 명령이었다.


21대 국회 야당 몫 국회부의장으로 내정된 정 의원은 20대 국회의 퇴행을 되풀이할 게 아니라 이런 민심부터 살펴야 했다. 혈세만 낭비하는 '4대강 파괴법'을 제1호 법안으로 발의할 게 아니라, 언제 끝날지도 모를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위로할 수 있는 정치적 행보부터 보였어야 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정 의원은 21대 국회 원구성이 완료되기 전에 민심을 배반하고 4대강도 죽일 제1호 법안을 스스로 철회하시라.

  

나주보 향하는 정진석 의원 자유한국당 정진석(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 의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당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한 후 나주보를 방문하기 위해 차량에 오르고 있다.

▲ 나주보 향하는 정진석 의원 자유한국당 정진석(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 의원이 지난해 4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당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한 후 나주보를 방문하기 위해 차량에 오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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