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429127


자유한국당, 이러니 엄마들이 싫어하는 겁니다

[주장] '상어가족' 짝퉁 '아기상어'를 선거송으로 채택한 한국당의 2가지 잘못

이희동(all31) 18.04.29 18:43 최종업데이트 18.04.29 20:59 


 아기 상어

▲아기 상어ⓒ 스마트스터디


[기사수정 : 오후 9시]

핑크퐁의 '상어 가족'


지난겨울 가족들과 함께 선배 집들이에 갔을 때다. 2살짜리 아이를 키우고 있던 선배는 이런 노래를 들어본 적 있냐며 어떤 동영상을 보여줬다. "아기 상어, 뚜루루 뚜루~"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동요였다.


그때였다. 돌을 갓 넘긴 선배의 아이가 노래에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고, 뒤이어 이젠 꽤 큰 우리 아이들도 어느새 그 가사와 멜로디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중독성이 매우 강한 노래였다. 


처음 봤지만 낯설지 않은 그림 톤과 멜로디. 선배는 그 노래가 핑크퐁의 '상어 가족'이라고 소개했다. 그래, 어쩐지 낯익더라니. 아이 셋을 키우며 질리도록 봤던 동영상 '곰 세 마리'의 바로 그 핑크퐁이었다. 반가웠다. 그것은 마치 함께 아이를 키웠던 동지를 오랜만에 만난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접한 핑크퐁

▲오랜만에 접한 핑크퐁ⓒ 스마트스터디


그러나 반가움도 잠시, 선배는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2017년 12월 기준 조회 수 15억을 넘길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그 동영상이 지금의 삭막한 우리 사회를 드러낸다는 것이었다. 으잉? 이 귀엽게 생긴 캐릭터의 동요가?


선배의 설명은 간단했다. '상어 가족'이 기존의 어린이 콘텐츠들이 가지고 있는 공식을 깼다는 것이다. 보통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콘텐츠에서는 대부분 토끼나 다람쥐와 같은 약자가 어린이를 표상한다. 어린이가 어른보다 약한 존재인 만큼,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강자보다 약자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감정이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린이 콘텐츠 대부분은 약자가 강자를 극복하는 구조를 갖는다. 비록 힘은 약하지만 서로 협동하거나 꾀를 내어서, 강하지만 어리석은 강자를 응징한다. <톰과 제리>에서 제리가 톰을 항상 극복하고, <뽀로로>에서 상어가 주인공들을 잡아먹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이유이다.   


그런데 '상어 가족'은 전혀 반대였다. 포식자 상어가 주인공으로서, 아이들이 상어에 감정이입하게끔 했다. 비록 상어는 귀여운 모습을 하고 단란한 가족을 이루고 있지만, 어쨌든 그들은 동영상 끝에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기 일보직전이었다.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강자를 우리 편 혹은 어린이 자신으로 그린 것이다. 


어린이도 약자보다는 강자를 흠숭하는 사회. 씁쓸했다. 그것은 곧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었다. 무한경쟁에서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현실 속에서 아이들에게 상어가 나쁘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뚜루 뚜루루'를 흥얼거리고는 있었지만, 이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교육적으로 옳은지 확신할 수 없었다. 안 그대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인데, 아이들은 동영상을 보고 무엇을 생각할까?


<상어 가족>의 끝장면 포식자 상어 가족

▲ <상어 가족>의 끝장면포식자 상어 가족ⓒ 스마트스터디


자유한국당의 선거 로고송


선배의 집들이 이후 까맣게 잊고 있었던 핑크퐁의 '상어 가족'을 오랜만에 떠올린 것은 며칠 전 보도 때문이었다. 기사의 내용인즉 자유한국당이 '상어 가족' 동요를 '아기 상어'라고 이름 붙여 이번 6.13 지방선거의 로고송으로 쓴다는 것이었다. 


"아기 바램 뚜뚜루 뚜뚜루 안전한 뚜뚜루 뚜뚜루 한국당 뚜뚜루 뚜뚜루 기호 2번!"


헛웃음부터 나왔다. 내가 가지고 있던 '상어 가족'의 이미지가 자유한국당의 그것과 너무도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약자보다는 강자를 중히 여기고,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자기 혹은 자기 가족 밖에 모르는 포식자로서의 상어. 하필 그 '상어 가족' 노래를 자유한국당이 사용한다니. 


문재인 정부 탄생 이후 근 10년 만에 야당이 된 자유한국당은 자신들이 약자인 척하며 여권의 폭거를 운운하고 있지만, 그들은 아직도 우리 사회의 주류로서 여전히 갑질 중이다. 대기업과 거대자본 편에 서서 그들의 이익을 위해 서민경제를 등한시하며, 분배와 관련된 정책들에 대해서는 '빨갱이' 덧칠을 한다. 


최근 무산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 대한 그들의 태도가 대표적이다. 예전의 보수정권도 추진했던 토지공개념과 세계적인 추세인 사회적경제를 사회주의 경제라고 호도하는 그들. 그것은 그들이 몰라서가 아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그와 같은 정책을 시행하면 손해를 보는 이 사회의 기득권층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그들은 '상어 가족'에 등장하는 우리 사회의 포식자이다. 


 자유한국당의 로고송

▲자유한국당의 로고송ⓒ jtbc


게다가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자유한국당이 '상어 가족' 노래를 사용하면서 제작사인 스마트스터디 측과 합의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자유한국당은 '상어 가족'이 아닌 미국 구전가요 '아기 상어'를 편곡한 것이라고 발표했다가 논란이 확대되자 원 저작자에게 허락을 받았다고 추가로 밝혔다.   


스마트스터디는 '아이들의 동요를 지켜달라는 수많은 부모님들의 요청을 받았고, 우려하는 부모님들의 마음에 공감한다'며, '상어가족을 비롯한 아이들의 동요가 어른들의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분명히 밝혔으나 자유한국당은 개의치 않았다. 노래의 원곡이 미국에서 전해 내려오는 구전 동요인 이상 크게 상관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불성설이다. 자유한국당이 스마트스터디에 여러 번 선거로고송 사용을 요청한 사실만 봐도 그렇다. 박성중 홍보본부장은 이 선거 로고송이 어린 아이를 둔 젊은 엄마들을 대상으로 했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로고송이 미국 구전 동요가 아닌 '상어 가족'에서 왔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자유한국당의 선거로고송 또한 '아기상어'보다 '상어가족'과  더 유사하다. 


요컨대 자유한국당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가장 어울리지 않은 동요를, 부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채택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는 채 당사에서 가장 안 어울리는 사람들이 "뚜루루 뚜루"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스터디 홈페이지

▲스마트스터디 홈페이지ⓒ 스마트스터디


선거 로고송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선거에서 그 정당을 각인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그러나 로고송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통해 알리고자 하는 정당의 정체성이요, 정책이다. 한때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이 로고송이 좋다고 그 정당을 뽑을 리 없지 않은가. 


부디 자유한국당은 로고송에 신경 쓰지 말고 정치의 기본을 해주길 바란다. 새로운 시대에 부는 봄바람에도 차마 웃지 못하는 정체성이라면 애국가를 로고송으로 한다 한들 사람들이 돌아볼 수 있겠는가.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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