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842770.html?_fr=mt2


“해고당할래?”…‘노조포비아’ 조장이 조직화 막는다

등록 :2018-05-01 04:59 수정 :2018-05-01 08:06


노동자에게도 봄이 올까요? (하)

노조 조직률 ‘OECD 최하위 수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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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최대 산별노조의 하나인 금속노조에서는 지난해 1월 이후 무려 49개 사업장의 노동조합이 새롭게 꾸려졌습니다. 조합원 수도 1만8천여명 늘었습니다. 2006년 조합원 15만명으로 탄생한 뒤 큰 변화가 없던 금속노조의 조합원 수가 지난해 이후 1년여 만에 17만명을 넘어선 것입니다.”


128주년 세계 노동절(5월1일)을 하루 앞둔 30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길.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을 열어 2016년 말 ‘촛불혁명’ 이후 조직 확대 현황을 알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몰고온 촛불혁명은 노동조합 결성과 가입으로도 이어졌다. 지난 10여년 동안 70만명 내외로 유지됐던 민주노총 조합원 수는 촛불혁명 이후 7만5천여명이 늘어 이제 80만명을 웃돈다. “지방자치단체 비정규직 노동자에서 제빵 노동자까지 거의 모든 업종과 지역에서 민주노조 건설과 가입의 물결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의 말처럼 노동자의 봄이 찾아온 걸까?


2004년 이후 조직률 10%선 못벗어나
2016년 정규직 조직률은 20%이지만 고용불안 심한 비정규직은 1.8% 불과

사용자들 해고·징계 등 노골적 공격, 손배 청구에 심지어 위장폐업까지

부당노동행위도 솜방망이 처벌 일쑤

취준생·특수형태근로·해고자는 법적 자격 안돼 ‘노조할 권리’ 없어


노동조합은 일자리 만족도를 높이고 노동자의 임금도 높인다. 노조에 속하지 않은 비조합원의 임금을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의 노동조합이 맞닥뜨린 현실은 엄혹하다. 조직률이 선진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1989년 19.8%의 ‘정점’을 기록한 뒤 꾸준히 하락해 2004년부터 줄곧 1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내 조직 대상 노동자 1917만2천명 가운데 노조 조합원은 196만6천명(2016년)에 그친다. 조직률 10.3%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오이시디 평균은 29%(2015년)다.


조직률이 낮으니 노조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힘이 없으니 노동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 노동자로서의 이해관계와 요구를 집단으로 주장하는 일에 노동자 스스로 관심을 갖지 않은 결과일까? 그것보다는 되레 기회를 차단당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지난해 월간 <노동리뷰>에 쓴 ‘노동조합 가입 확대, 노동존중사회 마중물’이란 글을 보면, 한국의 노동조합은 주로 대기업과 공공부문에 집중됐다. 대기업과 공공부문 조직률은 매우 높다. 300인 이상 사업장만 보면 조직률이 62.9%(2016년)까지 오른다. 사실상 북유럽과 비슷하다.


반면 노동조합이 더 절실한 이들은 그렇지 않다. 고용형태별로 보면 국내 정규직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20%인 반면, 비정규직은 1.8%에 불과하다. 무려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지속적 고용불안과 임금 등 각종 차별에 시달리는 이들이 정작 자신의 집단적 이해를 대변할 수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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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경제활동인구조사의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임금노동자 4명 중 3명(74.3%)은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서 일한다. 13명 중 1명(7.6%)은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있지만 나는 가입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국내 임금노동자의 81.9%(74.3%+7.6%)가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좌절된 조합원’이다.


이들 대다수는 스스로 노동조합을 만들어야 조합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처럼 사용자들이 노동조합에 부정적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부당노동행위를 ‘솜방망이’로 벌하는 곳에선 새로 노동조합을 만드는 일이 쉽지 않다. 삼성전자서비스에서 드러난 것처럼, 노조 활동을 ‘헌법적 권리’로 보지 않고 없애려 들거나 부당한 방법으로 공격하는 사례도 끊이질 않는다.


이정희 연구위원은 “‘노조 공포’ 혹은 ‘노조 혐오’ 현상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사용자들은 노조를 꺼리고, 꺼리는 것을 넘어 없애려 한다”고 했다. 노동조합 활동을 업무방해 행위로 봐 손해배상 소송을 걸고 급여를 가압류해 경제적 타격을 주는 일도 흔하다. 민주노총은 2016년 말 산하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금액이 1600억원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낮은 노동조합 조직률의 원인에는 노동자성 문제도 있다. 노동자 자격을 문제삼는 것이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나 실직자 등은 정부의 노동정책이나 노동시장의 이해관계자지만,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이들을 노동자로 보지 않는다. 이들한테는 ‘노조할 권리’도 주어지지 않는다.


이런 법이 엄존하기에 문재인 정부의 고용노동부도 여전히 노동조합을 인정하는 데 박하다. 2009년부터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제출했던 공무원노조는 지난 3월29일에야 고용부로부터 설립신고필증을 받았다. 해직자인 조합원 지위를 별도 규약으로 정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뒤다. 공무원노조는 겨우 ‘법내노조’가 됐지만 전교조는 아직 ‘법외노조’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노조를 만들면 실제 노동자들의 권익이 제고되는 효과가 있다. 임금이 올라가고 호칭마저 바뀐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이후 공공부문 정규직화 등 친노동 공약들이 실행된 영향으로 노조 조직률이 조금씩 늘고 있다. 재벌 오너들을 중심으로 노조에 대한 사용자들의 불온한 인식이 여전하지만 삼성의 노조 인정으로 민간 부문에서도 많은 긍정적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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