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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10억배럴 유전 프로젝트의 진실은?
연합뉴스|고형규|입력 2012.01.12 06:01|수정 2012.01.12 08:47

자원외교 성과 집착한 `부풀리기' 지적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 자원외교 성과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부풀리기가 그 실상의 일단을 드러냈다.

정부는 지난해 3월 아랍에미리트(UAE) 유전광구 참여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매장량 10억배럴 이상 생산유전에 우리나라가 우선적으로 참여할 권리를 얻었다고 공개했다. 여기에 미개발 광구 3곳도 최대 100% 지분으로 참여해 독자운영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600만배럴 규모의 원유를 비축유로 확보함으로써 7천억원의 구매비용을 절감하게 됐다며 그 대신 해당 비축시설의 임대료는 받지않기로 했다고도 설명했다.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되는 이들 '성과'는 그러나 10개월이 지난 지금 그 온전한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점이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뚜렷하게 결론에 이른 게 없다. 미개발 광구 3곳에 대한 지분 참여가 올해 상반기 이뤄질 것이라는 소식 정도가 새로운 이야기이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한두가지 조건을 두고 막바지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이것 역시 당초 지난해말까지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었다.

10억배럴 이상 생산유전에 참여한다는 양해각서(MOU)는 그 의미가 `뻥튀기'된 대표 사례이다. 발표 당시 정부는 2014년 1월 이후 계약 만료 기한이 닥치는 석유메이저 업체를 대신해 석유공사 등 우리나라 업체들이 지분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들 생산유전 지분은 UAE 국영석유회사가 60%, 복수의 석유메이저가 40%를 나누어 갖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설명과는 달리 해당 MOU는 우리나라에 우선적인 참여권리를 보장한 게 아니라 그저 참여할 기회를 부여한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UAE측이 기존 계약사의 지분을 줄이는 등 조정 과정에 나서고, 계약사들이 그런 조건 변경을 받아들여야 우리측이 끼어들 틈새가 생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별도의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도 메이저들의 계약 만료 지분을 자연스럽게 승계하는 식이 될 것이라는 '우선권' 개념과는 크게 다른 것이다.

다만 미래기획위 관계자는 12일 "어떤 식으로든 지분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UAE측이 '성의'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하게 했다.

600만배럴 비축유 문제는 사안의 본질을 비틀어 발표한 사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UAE의 원유 600만배럴을 우리나라 비축시설에 무상 저장하고 유사시 우리나라가 사용토록 합의한 것은 에너지 외교의 윈윈 사례라는 것이 당국자들의 설명이었다.

한국으로서는 별도 예산없이 7천억원 규모의 비축유를 확보하고, UAE로서는 저장비용을 절감하게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합의의 과정을 거슬러 짚어보면 상당히 거품이 낀 해석이라는 게 대번에 드러난다.

UAE는 몇년전부터 거대 중동산유국이자 원유공급국으로서 자국 원유를 우리나라 비축시설에 무상 비축하기를 희망해왔다. 한국은 그같은 요구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UAE 유전 참여 기회를 챙기게 됐다.

따라서 UAE에 비축시설을 무상 제공한 것은 그 자체만 놓고 보면 윈윈 사례가 아니라 우리나라가 UAE에 상당한 배려를 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발표 시점의 환율 기준으로 600만배럴 비축에 대한 임대료는 연간 121억원이다. 3년을 무상 제공하기로 했으니 우리나라는 363억원의 임대료를 면제해준 셈이다.

실제로 석유공사는 미개발 광구 3곳의 본계약이 성사되는 등 UAE측이 약속을 이행하는 시점부터 '동시 조치' 성격으로 해당 원유를 저장할 비축공간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른바 연계 전략이다. 따라서 지금은 단 한 방울의 UAE 원유도 국내 비축시설에 저장돼 있지 않다.

정부는 작년말 현재 국제공동비축유 4천50만 배럴을 비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석유공사는 해마다 200만 배럴 규모의 비축유를 추가해왔으나 올해에는 예산이 넉넉하지 않아 UAE 물량 외에는 별도로 구매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UAE는 원유 공급국의 막강 파워를 지렛대삼아 일본에서도 무상으로 비축시설을 이용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un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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