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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처 문건 작성에 적극 가담한 독립기구 ‘양형위’ “고등법원 부장급, 대법원장 의중 없이 관여했겠나”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입력 : 2018.06.03 22:03:01 수정 : 2018.06.03 22:14:46 


형사재판의 양형에 대해 연구·심의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법원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급인 양형위 상임위원이 이런 활동을 한 데에는 양 전 대법원장의 승인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3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의 조사보고서를 보면 양형위 상임위원들이 법원행정처 업무에 여러 군데 개입한 것이 확인된다. 양형위는 한국과 외국의 양형제도와 국민들의 양형에 대한 인식 등을 조사하고 형사재판의 적절한 양형을 연구하는 곳이다. 대법원 산하의 독립된 기구로 법원행정처 소속이 아님에도 행정처 일을 한 것이다. 


2015년 1월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이 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국회의원 지위확인 청구소송을 내자 당시 양형위 상임위원이었던 이진만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법원행정처 소속인 김모 전 사법정책심의관 등은 연구반(TF)을 만들어 법원에 미칠 영향 분석에 나섰다.


당시 김 전 심의관은 통진당 지방의회 의원들의 의원직을 상실시키는 행정소송을 법원이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제기하게 하는 방안을 담은 ‘통진당 지역구 지방의원 대책 검토’ 등의 문건을 작성했는데, 그는 이 전 상임위원의 지시로 만들어 보고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이 문건들을 본 적이 없다고 했지만,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이 문건들을 내가 보고받았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양형위 상임위원 소관이므로 정책 결정이 누구의 손에서 이뤄진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양형위로 책임을 넘겼다.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 차장(전 대법관)의 지시를 받아 법원 내 학술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내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을 뒷조사하고 보고서를 작성했던 이도 이규진 당시 양형위 상임위원이다. 이 전 상임위원은 ‘양형 실장’의 지위로 법원행정처 실장 회의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전주지법에서 진행된 통진당 비례대표 지방의회 의원 퇴직처분 취소소송에 대한 재판장 심증을 파악해 적은 ‘통진당 비례대표 지방의원 행정소송 예상 및 파장 분석’, 통진당 국회의원의 행정소송 상고심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분석한 ‘통진당 사건 전합 회부에 관한 의견’ 문건도 작성과 보고 과정에 이 전 상임위원이 관여했다. 


한 법원 판사는 “양형위 상임위원의 업무량이 많지 않다보니 법원행정처 일을 돕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며 “엄격히 말하면 다른 조직인데 양형위 상임위원이 사실상 법원행정처 소속처럼 일한 것으로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다른 판사는 “양형위 상임위원이 고등법원 부장판사급인데 대법원장 의중 없이 마음대로 행정처 일에 관여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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