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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사법농단]청와대, '박근혜 비방' 혐의 잇단 무죄에 국민참여재판 막으려 했나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입력 : 2018.06.06 13:33:00 수정 : 2018.06.06 15:36:10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시 청와대가 ‘양승태 대법원’에 정치적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제할 수 있는지 문의한 정황이 담긴 대법원 법원행정처 문건이 공개됐다. 2012년 대선 때 박 전 대통령을 비방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들이 박근혜 정권 첫해인 2013년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잇따라 무죄로 결론나던 시점이었다. 청와대가 ‘국민참여재판 적용 확대’라는 추세를 거스르면서 박 전 대통령의 구미에 맞게 사법부를 움직이려 한 것 아닌지 의심된다. 


지난 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공개한 ‘(131101)BH배제결정설명자료(수정)’ 문건은 법원의 재량으로 국민참여재판을 배제시키는 조건과 절차 등을 보고하는 형식을 띄고 있다. BH(Blue House)는 청와대를 뜻한다. 2013년 11월1일 청와대에 설명하기 위해 작성된 문건으로 해석된다. 


법원행정처는 이 문건에서 “최근의 일부 사건들을 계기로 정치적 사건은 국민참여재판 진행이 부적절하므로 배제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정치적 사건이라는 이유로 국민참여재판 진행이 부적절하다고 간주해 배제 결정을 하는 것은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의 취지에 비춰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정치적 사건의 국민참여재판 배제에 대해 문의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의 문의에 사법부가 답했다고 해도, 혹은 대법원이 자발적으로 청와대 보고용 문건을 만들었다 해도 사법부의 독립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당시 박 전 대통령 비방 혐의로 기소된 인사들이 국민참여재판을 거쳐 연달아 무죄 판결을 받아 논란이 되고 있었다. 문건 작성 한달 전인 10월1일엔 팝아트 작가 이하씨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를 박정희 전 대통령이 그려진 사과를 들고 있는 백설공주로 묘사한 포스터를 거리에 붙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사건에서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들의 8대1 무죄 평결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10월24일 주진우 시사인 기자 등이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후보의 5촌 조카 간 살인 사건에 박 후보의 동생인 지만씨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해 기소된 사건에서도 역시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들이 6대3으로 무죄 평결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무죄로 판결했다. 이러자 당시 여권에서는 국민참여재판에서 정치적 사건을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공교롭게도 이 문건이 작성된 지 며칠 후엔 재판부가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단의 만장일치 무죄 평결을 뒤집어 유죄로 판결하는 일도 있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비방한 혐의로 기소된 안도현 시인에 대한 사건이었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안 시인을 무죄로 판단했지만, 전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은택 부장판사)는 그해 11월7일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로 판결했다. 선고유예는 유죄지만 죄가 경미해 처벌을 유예하는 것이다. 재판부는 “안 의원이 박근혜 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비방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다만 ‘피고인을 처벌하지 않는다’는 배심원의 평결을 존중해 선고를 유예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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