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Event/Special/rivers_atpg.aspx?CNTN_CD=A0002446574


수문 개방이 낳은 '희망', 문 대통령께 소개하고 싶습니다

[산 강과 죽은 강①] '금강 요정'이 강물에 띄운 편지

‘이명박근혜 4대강’ 적폐청산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글 김종술(e-2580) 편집 김예지(jeor23) 등록 2018.06.25 08:03 수정 2018.06.25 10:08


안녕하세요? 문재인 대통령님


저는 금강에 사는 김종술입니다. 금강에서 온종일 지내기에 얼굴이 새까만 볼품없는 모습이지만, '금강 요정'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맞서 싸우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사람들이 제게 붙여준 과분한 애칭입니다. 저를 한 줄로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지난 10년간 4대강 사업으로 망가진 금강을 기록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감사] 금강의 봄


▲ 금강에 봄이 왔다. 수문이 열리고 금빛 모래가 돌아왔다. ⓒ 김종술



저는 인생의 황금기를 금강에서 보냈습니다. 4대강 사업이라는 대국민 사기극에 미혹되지 않고 죽어가는 금강을 기록했습니다. 부정한 정권의 서슬 퍼런 눈초리 때문에 대부분의 언론들이 4대강을 거들떠보지 않을 때도 저는 묵묵하게 금강을 지켰고, 지금까지 1300여 편이 넘는 4대강 기사를 쏘아 올렸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던 날에도 저는 금강을 걸으며 혼자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감되던 그날도 금강에서 희망찬 미래를 상상했습니다. 죽는 날까지 그날을 잊지 못하겠지요. 흐르는 강물을 막아서 수질을 살리겠다고 호언장담했던 4대강 사기극의 종말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금강에서 대통령에게 공개편지를 띄우는 것은 감사를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문 대통령 덕분에 2018년 초, 굳게 닫혔던 금강의 콘크리트 수문이 무장해제 됐습니다. 철옹성 같던 수문이 열리자 누런 구정물이 쏟아졌습니다. 때마침 비가 내려서 묵은 강물이 빗물에 씻기듯 세차게 흘러내렸습니다. 예전처럼 수위가 낮아지고 물살이 빨라지자 강은 서서히 깨어났습니다. 


버들강아지로 불리는 갯버들에 푸른 물이 잔뜩 올랐습니다. 새들과 야생동물이 좋아하는 곰보배추와 냉이가 황량한 강변을 파릇파릇 장식했습니다. 수문이 열리자 갇혀있던 물은 해방이 됐고, 금강에 진정한 봄이 찾아왔습니다. 세차게 불어오는 강바람은 상큼한 봄 향기를 실어 날랐습니다.


[생명] 새들의 천국


▲ 꼬마물떼새가 금강의 모래톱에 터전을 마련했습니다. 금강의 희망입니다. ⓒ 김종술


금강의 봄은 사람들을 다시 강으로 불렀습니다. 자전거와 유모차를 끌고 온 할머니들은 냉이와 달래, 쑥을 뜯느라 분주했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갇혔던 강물은 강바닥 모래가 보일 정도로 투명하게 빛났습니다. 강물이 막힌 지 6년 만의 해방이었습니다.


상류에서는 쉼 없이 고운 모래와 자갈이 흘러내리고 산란기를 앞둔 물고기들이 무리를 지어 지천을 타고 올랐습니다. 지천에서 흘러든 모래밭에서는 잉어들이 산란하느라 파닥거리며 강바닥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강물도, 생물도 모처럼 생기를 찾았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모래톱이 드러났습니다. 사람과 천적으로부터 분리된 공간인 모래톱은 철새의 낙원이자 자연생태 학습장입니다. 새들의 천적인 고양이, 삵 등으로부터 안전하게 은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천적으로부터 자유로우니 개체 수와 종 다양성이 높아지고 덕분에 반가운 손님인 새들이 많아졌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급증했던 민물가마우지는 하나둘씩 떠났습니다. 깊은 물 속에서 사는 녀석들에게 '이명박표 수심 6m'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는데, 수심이 얕아진 탓입니다. 드러난 모래톱엔 오리와 천연기념물인 원앙이 한가롭게 휴식을 취했습니다. 이를 시샘하듯이 왜가리가 주변을 날아다니며 훼방을 놓았습니다.


부리가 가늘고 길며 어두운 갈색의 앙증맞은 새들은 자갈과 모래밭을 뛰어다니며 놀았습니다. 18~20센티미터 크기의 백할미새와 꼬마물떼새입니다. 처음엔 그저 반갑게만 생각했는데, 모래톱이 없는 곳에서 살지 못하는 지표종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알] 모래톱에서 발견한 '희망'


 

▲ 수문이 열린 금강의 모래톱에서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꼬마물떼새의 낳은 알입니다. ⓒ 김종술


문재인 대통령님. 


지난달 25일 수문개방으로 드러난 모래톱을 걷다가 새 생명을 발견했습니다. 검지 한 마디 크기의 작은 새알 하나. 자갈로 착각할 정도였습니다. 목덜미가 하얗고 노란 금테안경을 쓴 새 한 마리가 '삑삑~삑삑~' 울부짖었습니다. 저를 천적으로 알았나 봅니다. 시궁창 펄밭이 빗물에 씻긴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죽음의 강에 움트는 생명,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달걀만 한 날씬한 몸매, 동그랗게 빛나는 눈에 두른 노란 금테, 목덜미가 하얀 녀석은 꼬마물떼새입니다. 모래톱에서 살아가는 지표종이죠. 죽어있던 금강에 새 생명이 돌아오는 것을 증명해주는 생명체입니다. 강바닥의 묵은 악취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는데, 녀석들의 안전하게 번식할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날 밤부터 그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기를 빌었습니다. 첫사랑과의 만남을 앞둔 것처럼 설레고 잠도 오지 않았습니다. 다음날부터 매일 그곳을 찾았습니다. 시커먼 얼굴에 산적처럼 생긴 제 모습에 놀랄까 봐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주변만 맴돌았습니다. 주변 풀 속에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하고 지켜봤습니다. 


저는 그 알을 '금강의 희망'이라 불렀습니다. 바람이 세차게 불고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고 기온이 뚝 떨어지는 밤까지 꼬마(꼬마물떼새)는 정성을 다했습니다. 하나의 알이 둘이 되고 셋이 됐습니다. 꼬마는 저를 볼 때마다 소리치며 가까이 오지 말라고 투정을 부렸습니다. 나는 100m 떨어진 곳으로, 다시 200m쯤 떨어진 곳으로 쫓겨나야 했습니다.


지난달 31일 송편 같은 반달이 떴을 때 네 알이 되었습니다. 그때부터는 꼬마가 '희망'이를 잘 품어서 알을 깨고 나오기를 기도했습니다. 꼬마를 지키고 '희망'이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가끔씩 찾아오는 낚시꾼들이 '희망'이 근처로 접근하는 것을 막는 일입니다. 하루에 서너 번씩 그들을 설득해 돌려보내는 일이 하루 일과였습니다.


"당신이 새 아빠야, 강변에 널린 게 새인데 호들갑을 떨기는..."

"또라이도 아니고 별 미친놈이 다 있네."


자초지종을 설명해도 막무가내로 목소리를 높이고 밀어붙이는 낚시꾼도 있었습니다. 그들을 설득하고 애걸하다시피 하면서 돌려보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들 앞에서 발을 구르거나 두 손을 모아 빌기까지 했습니다. 그래도 '희망'이가 있어 행복했습니다. 


[10년 동안] 나 홀로 전투의 상처


▲ 지난 10년, '이명박 4대강'에 죽어가는 금강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저를 사람들은 '금강 요정'이라고 부릅니다. 오늘도 금강에서 홀로 촛불을 듭니다. '이명박 4대강'의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서입니다. ⓒ 김종술


이명박 전 대통령은 금강의 뼈와 살을 도려내듯 강바닥을 파헤쳤습니다. 포클레인과 불도저같은 중장비가 움직일 때마다 금강의 속살이 드러났습니다. 그 뒤에 최악의 물고기 떼죽음이 발생했죠. 보에 갇힌 고인 물은 썩었습니다. 투명했던 강물은 녹색 페인트를 풀어 놓은 듯 녹조 밭으로 변했습니다. 


금강에서 SF영화에서나 봄직한 낯선 생명체인 큰빗이끼벌레를 처음으로 발견했던 날, 그걸 한 토막 삼키고 생체 변화를 살펴가며 고통스럽게 기사를 썼던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합니다. 맨 몸으로 강물에 들어갔고, 심지어 물을 먹기까지 하면서 취재를 했더니, 내 몸에는 피부병과 두통이 떠날 날이 없습니다.


지난 2015년부터 붉은 실 같은 실지렁이가 금강을 점령했습니다. 수질이 오염된 지역일수록 붉은색을 띤다고 알려진 붉은 깔따구도 발견했습니다. 60~70년대 시궁창이나 하수도에 살아가던 환경부 4급수 오염지표종입니다. 맨손으로 냄새나는 펄을 뒤져야만 찾을 수 있는 생명체들입니다. 비단 같던 금강에 침입한 죽음의 그림자, 제 속도 타들어 갔습니다.


강변을 혼자 걷다가 지치면 강변에 텐트를 쳤습니다. 먹을 게 떨어질 때까지 며칠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취재하면서 폭행도 당했고, 전화나 기사 댓글로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해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취재를 한답시고 가져다 쓴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제 어깨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장 두려운 것은 개인적인 고통이 아닙니다. 지난 10년간 '4대강 괴물'을 만든 자들의 죗값이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지는 것이 더 두렵습니다. 흐르는 게 강이라는 상식을 배반했던 자들이 사람들의 망각 속에서 승승장구하는 게 더 두렵습니다. '제2, 제 3의 4대강 사업' 또다시 출몰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를 각인시키려고 매일 강에 나가서 취재했고, 기사를 올렸습니다.


[12박13일의 기록] 모래톱의 축복


▲ 지난 6월 7일, 금강의 '희망'이 두꺼운 알을 깨고 태어났습니다. 닫혀 있던 수문이 열리면서 금강에 봄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 김종술


문재인 대통령님.


제가 '희망' 지킴이로 나선 지 11일째인 6월 7일. '희망'이가 두꺼운 알을 깨고 태어났습니다. 꼬마는 축축한 깃털을 정성스레 품었습니다. 저는 심장을 졸이며 카메라로 생명 탄생의 순간을 지켜봤습니다. 까치가 주변을 맴돌 때나 황조롱이가 하늘에서 정지 비행을 할 때면 제가 나서서 경고음을 냈습니다.  


여기까지였습니다. 녀석들과 작별할 시간이 된 거지요.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으러 다가가자 자갈밭 둥지에서 솜털을 털던 '희망'이가 보였습니다. '희망'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웅크려 있었습니다. 네 마리가 모두 건강해 보였습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자 꼬마는 내가 혹시 '희망'이를 해칠까 두려워 호들갑스럽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내 시선을 사로잡으려고 날개를 다친 것처럼 퍼덕이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위험을 무릅쓴 꼬마의 처절함은 눈물겨울 정도였습니다. 얼마 뒤에는 사방으로 돌아다니는 '희망'이를 보살피느라 꼬마도 정신이 없을 겁니다.


최근에 '희망'이 주변에 또 한 마리의 꼬마가 둥지를 틀었습니다. 작은 하천에 살아가며 전 세계에 1만 마리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인 흰목물떼새입니다. 이 모두가 4대강 수문개방 덕분에 생긴 모래톱의 축복입니다.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대통령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부탁] '관피아'와 닫힌 수문


▲ 백제보 상류의 물빛은 검다. 강물이 하늘이 아니라 강바닥을 비추기 때문이다. 수문에 가로막힌 강엔 시커먼 펄이 켜켜이 쌓여 있고, 그 위엔 폐준설선만이 둥둥 떠 있다. 여긴, 여전히 콘크리트 수문이 닫혀 있다. ⓒ 김종술


문재인 대통령님.


저는 제2의 '희망'이를 지키고 싶습니다. 15년 전 제가 첫눈에 반해서 눌러살기 시작했던 금강은 이런 곳이었습니다. 단군 이래 최대 사기극으로 불리는 4대강 사업이 시행되기 전의 금강은 새와 물고기, 인간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생명의 터전이었습니다. 수문을 개방한 뒤에 완벽하게 복원된 것은 아니지만 텃새와 철새의 놀이터이자 쉼터로 되돌아오고 있습니다. 


그래서입니다. 대통령님께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희망'이와 그의 친구들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뛰어놀 커다란 운동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세종보와 공주보처럼 아직 굳게 닫힌 백제보와 금강하굿둑의 수문을 개방하면 됩니다. 이명박근혜 정권에 부역했던 '관피아'들만 믿고 기다릴 수 없습니다. 그들은 호시탐탐 수문을 닫을 기회만 엿보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지금 금강에는 산 강과 죽은 강이 공존합니다. 수문이 열린 공주보까지는 새들과 물고기들이 생명을 품는 잉태의 공간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발길을 끊었던 사람들이 다시 찾는 자연의 휴식 공간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께서 표방하신 '사람 사는 세상'은 이렇듯 뭇 생명과 공존하는 세상입니다.


수문이 닫힌 백제보부터는 물빛부터 다릅니다. 벌써부터 잿빛 강물에서 녹조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습니다. 시궁창 냄새가 진동합니다. 이곳에 오면 이명박근혜 정권의 '4대강 살리기'가 사기였다는 것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초대] 문재인 대통령님, 생명의 강에 오세요


▲ 금강에 봄이 왔습니다 새 생명도 태어났습니다. 이름은 '희망'입니다. 이게 다 '4대강 수문을 개방'한 덕분입니다. ⓒ 김종술


풀 한 포기, 이름 없는 잡초도 태어난 이유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자연은 특별한 소명을 가지고 제각각 있어야 할 자리에 있습니다. 미생물은 동물과 식물이 없으면 살 수 없고, 식물은 미생물과 동물 없이는 살지 못합니다.


4대강 사업이 이미 증명했습니다. 물고기가 떼죽음 당했습니다. 모래톱이 사라지자 새들이 떠났습니다. 썩은 물이 고인 깊은 강가에 사람들이 찾아올 리 없었습니다. 그래서 강은 흘러야 합니다. 흐르는 게 강입니다.    


대통령님,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지금 금강의 흐름을 막고 있는 죽은 강의 수문마저 열어주셨으면 합니다. '희망'이와 그의 자식들이 누대로 알을 품는 희망의 공간으로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물고기들이 알을 잉태할 수 없는 수심 6m의 강이 아니라, 은빛으로 반짝이는 여울을 거슬러 오르는 힘찬 생명체들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    


저 홀로 강변을 걷다가 그날처럼, '4대강 수문을 전면 개방하라'는 대통령님의 따뜻한 목소리를 다시 한번 듣고 싶습니다. 지금 남과 북의 장벽을 거침없이 거둬내듯이, 산 강과 죽은 강의 장벽을 터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머리가 아프실 때 금강을 한 번 찾아주십시오. 함께 강변을 걸으며, '희망'이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님, 금강에 꼭 한 번 찾아와 주시시오. 함께 걸으며, '희망'이를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 김종술


4대강 현장탐사-영화 만들기에 후원을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은 6월 25일부터 금강과 낙동강을 탐사 보도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뒤에 수문을 연 '산 강'과 아직도 이명박근혜 정권으로부터 해방되지 않은 '죽은 강'을 비교하면서 4대강 사업의 대안을 제시합니다. 현장 탐사 보도와 기획 기사는 8월 25일까지 30여 편에 걸쳐 게재합니다. 


또 오마이뉴스는 4대강 사업을 소재로 한 최초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듭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부역자들은 아직도 4대강을 망친 죗값을 받고 있지 않습니다. 4대강 다큐 영화는 불법 비자금을 집중 추적합니다. 부역자들이 받은 '떡고물'을 전격 공개합니다. 이명박근혜 정권에 맞서 싸운 4대강 독립군의 눈물겨운 투쟁도 담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응원과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