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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근혜 정부 고용부 차관이 삼성 ‘불법파견’ 회피 전략까지 짜줬다

등록 :2018-06-30 05:01 수정 :2018-06-30 09:48


면죄부 판정 한달앞 출구전략 지휘

“수습 위해 삼성쪽 핵심 인사 만나 획기적 개선안 필요성 설득하고 고용부 난처한 입장도 설명하라”

일선 노동청선 ‘삼성 불법파견’ 

2차 감독 벌이고 있을 때 고용부는 은밀히 삼성과 입맞춰, 정작 삼성안엔 직접고용은 빠져


박근혜 정부 시절 고용노동부가 ‘불법파견 소지가 강하다’는 일선 노동청 보고서를 뭉개고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사 관계를 ‘합법 도급’이라고 공식 발표하기 한달 전 삼성과 직접 ‘출구전략’까지 논의한 것으로 29일 드러났다. 일선 노동청은 삼성이 서비스기사를 직접 고용하지 않은 채 이들 기사가 속한 협력업체를 사실상 지휘·감독하는 것이 불법이라고 판단하고 근로감독 조사를 하던 와중에 고용부가 은밀히 삼성과 접촉해 출구전략을 논의한 것이다.


이날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파견 의혹을 조사하던 고용부는 2013년 8월9일 정아무개 차관 등이 참여한 회의 직후 “원만한 수습을 위해 8월 말에는 삼성의 획기적인 개선안 제시가 필요하며, 삼성 쪽 핵심 인사를 접촉하고 필요 시 차관도 나서야 한다”는 내용의 ‘출구전략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는 정 차관의 구두 지시 사항을 ‘불법파견’ 조사 주무부서인 고용차별개선과가 작성했다. 특히 여기에는 “야권이나 노동계가 주장한 사항 중 불법파견 요소가 명확한 사항을 삼성에 제시하여, 획기적인 개선안이 필요하다고 (삼성을) 설득하고, 고용부도 난처한 입장임을 설명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이 보고서는 고용부가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해 ‘적법 도급’으로 발표한 9월16일보다 한달여 앞서 작성됐다.


문제는 당시 고용부의 지시로 일선 노동청이 삼성의 불법파견 여부에 대한 2차 수시 근로감독을 한창 진행하던 시기였다는 점이다. 애초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한 1차 근로감독 조사를 거쳐 2013년 7월19일 불법파견이 인정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이후 고용부는 권아무개 노동정책실장 주재 회의에서 이런 보고서 결론을 무시하고 ‘조사 미진’을 이유로 내걸어 근로감독 기간을 그해 8월30일까지 한차례 연장하라고 결정했다. 그런 뒤 삼성과 뒤에서 출구전략을 논의한 것이다. 일선 노동청 의견 등을 뒤집고 합법도급이라고 결론을 내리려는 데 대한 부담 때문에, 삼성에 개선안을 내는 성의를 보여달라고 설득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 계획은 실제 ‘실행’으로 이어졌다. “삼성 쪽 핵심 인사를 접촉하고, 삼성전자 황아무개 상무를 활용하라”는 정 차관 지시대로 보고서가 작성된 당일(8월9일) 권아무개 노동정책실장이 바로 황 상무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고용 등 개선안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후 고용부는 그해 9월6일 차관 참석 회의에서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사 관계를 합법도급으로 결론 내리고, 같은 달 16일 언론에 발표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계획대로 그해 9월30일 ‘협력사 상생지원 방안’을 발표했지만, 정작 직접고용 등 핵심은 빠졌다. 고용부 내 적폐청산을 위해 만들어진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고용부의 불법파견 조사와 관련한 핵심 자료가 삼성 쪽에 넘어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위원회는 고용부 컴퓨터에서 2013년 12월 삼성이 얼마나 제도개선안을 잘 지키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내용의 문서가 발견된 점을 근거로, 고용부가 앞서 8월께 작성한 ‘삼성에 대한 개선제안 보고서 내용’ 등이 삼성에 그대로 넘어갔을 것으로 판단하고, 이 부분도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강병원 의원도 “고용부의 근로감독 연장은 삼성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주기 위한 시간 벌기에 불과했다”고 꼬집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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