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851458.html?_fr=mt2
[단독] 고용부 간부가 ‘삼성 대변인’ 노릇…“불법파견은 오해” 강변
등록 :2018-07-02 05:00 수정 :2018-07-02 14:12
<고용부 7·23회의에선 무슨 일이>
고용부 출신 삼성 상무와 ‘행시 동기’ 서울고용청장 요청으로 이례적 회의
“야당이 삼성 공격할테니…” ’두둔도
회의 뒤 현장보고서 뒤집힌 결론 내려, 감독관에 압력 행사한 간부 수사 의뢰
한겨레 자료사진.
고용노동부가 2013년 7월23일 고위급 간부회의(7·23 회의)를 열어 ‘삼성 불법파견’ 결론을 뒤집는 과정(<한겨레> 6월26일치 1면, 6월30일치 5면)에서, 참석한 간부들이 ‘불법파견’을 “오해”라고 주장하는 등 삼성 쪽의 이익을 사실상 대변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부의 적폐청산을 위해 출범한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개혁위원회)는 고용부 간부들이 ‘7·23 회의’를 통해 현장 감독관들에게 불법파견 결론을 바꾸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가 있다고 보고 검찰에 수사협조 하기로 했다.
1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겨레>의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고용부의 권아무개 노동정책실장(1급) 주재로 회의가 열린 2013년 7월23일은 원래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한 수시감독 종료가 예정된 날이었다. 그러나 권 실장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의 요청이라며 ‘이례적’으로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수시감독을 총괄한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이 작성한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파견 인정’이 담겨 있는 보고서를 보고받았고, 현장감독을 실시한 감독관들도 배석했다. 하지만 고용부 간부들은 이 감독 결과에 대해 “감독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로 얘기가 증폭된 것 같다. 사실 위주로 논의를 전개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불법파견이라는 결론에 대해 ‘불필요한 오해’라고 치부한 것이다. 또 “용어 자체가 (불법이라는) 가치 판단을 이미 정해놓은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 용어 사용에 신중을 기하라”, “불법파견으로 판단하더라도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직원을) 직접 고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러면 노동계와 야당 등이 이를 부각해 공격할 것이다”는 등의 발언도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개혁위원회는 삼성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보고서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쏟아낸 당시 권아무개 서울지방노동청장이 삼성전자의 황아무개 상무와 행정고시 ‘동기’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고용부 출신인 황 상무는 이후 고용부와 삼성이 함께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데 소통 창구 구실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감독관들은 이번 개혁위원회 조사에서 ‘7·23 회의’를 기점으로 이후 최종 결정 과정에서 배제됐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감독관들은 “회의 뒤 감독 과정에서 사실관계만 정리했고, 결론은 도출하지 않았다”, “감독 결과는 본부 또는 어딘가에서 결정돼 내려왔다” 등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2013년 9월10~12일 최종 보고서 작성 때도 현장 감독관들은 감독 결과에 대해 의견을 내지 못했다고 한다.
오히려 “고위 공무원들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폭로’했던 감독관은 오히려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고 한다. 해당 감독관은 ‘7·23 회의’ 직후인 2013년 9월 초 은수미 당시 민주당 의원실과 한 통화에서 윗선의 압력을 폭로한 바 있다.
고용부 개혁위원회는 “권 정책실장과 권 서울청장이 공모해 감독관들이 감독 업무를 종료하지 못하도록 했을 뿐 아니라 감독 결과 보고서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제시해 근로감독관들의 감독권한 행사를 방해했다”고 밝혔다. 강병원 의원도 “철저한 수사로 그동안 삼성의 노동탄압에 관대했던 고용부의 삼성 옹호 행태가 불법이었음이 드러나길 기대한다”고 지적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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