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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남… 돈봉투 많이 돌려 헷갈려?
박래용 | 디지털뉴스 편집장  입력 : 2012-01-18 20:52:08ㅣ수정 : 2012-01-19 09:52:00

안녕하십니까.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입니다. 인간관계에서 애매한 게 참 많습니다. 정치판에선 더 말할 것 없습니다. 오늘은 한나라당 특집입니다. 먼저, 게시판에 가장 많이 올라온 질문입니다. ‘박희태 국회의장이 밝힌 돈봉투 해명은 잘 먹힐까요, 아닐까요.’ 

요건 애매한 거 아니에요. 결론이 딱 정해져 있는 거예요. 앞으로는 이런 질문 올리지 마세요. 지금부터 정리해 드립니다. 박 의장은 어제 기자회견을 했어요. 나는 모른다는 거였습니다. 사죄하는 마음으로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는 건 하나마나 한 얘기예요. 그 양반은 지난 총선에서 반개혁적 인물로 찍혀 공천에서 탈락했어요. 이번에도 공천 가능성은 0%였습니다. 밥 줄 생각도 없는데 먼저 안 먹겠다고 한 거랑 똑같아요. 선거를 많이 치러 기억이 희미하다. 봉투를 많이 돌려 이 봉투가 저 봉투인지 헷갈린단 얘기로 들려요. 

 
박 의장이 선택할 길은 세 가지가 있었어요. 잘 들으세요. 첫째는 다 까고 간다. 고해성사하고 석고대죄하는 거예요. 젤 확실해요. 그림도 아주 좋아요. “2008년 전당대회에서 얼마씩 돈봉투 돌렸다.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 송구, 죄송”…하며 흐흐흑, 이때 손수건 등장해요. 흰 손수건이 좋습니다. 사람이 우선 깨끗해 보여요. 근데 말이 쉽지, 그 다음 일을 생각하면 끔찍했을 거예요. 당장 난리가 나요. 고해하는 순간 그때부터 새로 시작인 거예요. 그 돈은 어디서 났느냐, 삥 뜯은 거 아니냐. 그러면 돈 준 기업인도 뭐라 얘기해야 돼요. “정치인 만나기가 지옥보다 싫었어요.” “문자메시지 보내서 돈 가져와라 시켰어요.” 복잡해집니다. 학교폭력 저리 가라에요. 여의도 일진들, 이상득·이재오 친이계 대빵들 줄줄이 엮일 수 있어요. 

이걸로 끝이냐. 끝이 아니에요. 2010년 전당대회가 하나 더 남아 있어요. 끝이 없습니다. 어쩔 수 없어요. 돈봉투 받은 다른 의원들은 누구냐. 고승덕은 자수했으니까 괜찮아요. 착한 사람이에요. 그렇게 딱 정한 거예요. 근데 나중에 ‘뽀록난’ 사람들은 아니에요. 그동안 입 딱 씻고 암말 안한 사람들이에요. 그냥 얼렁뚱땅 지나가기를 기다린 거예요. 나중에 걸리면 미안하다고 할 거예요. 나쁜 놈들이에요. 그 다음에는 청와대까지 올라갈 수 있어요. 그야말로 여권은 난리, 쑥대밭, 불난 호떡집, 초상집 되는 거예요. 총선이 석 달밖에 안 남았어요. 선거 해보나마나에요. 안되는 거예요. 이젠 천막 당사도 안 통해요. 이번엔 맨바닥에 가마니 깔아야 돼요. 이렇게 생각하면 못 까는 거예요. 

여기서 응용이 나옵니다. 두 번째 방법이에요. 대충 까고 맞공격을 하는 거예요. 조금만 고백하고, 그럼 민주당은 없었냐. 역공하는 거예요. 옆 집에 불지르는 거랑 같아요. 불난 집을 두 집으로 만드는 거예요. 옛날에 다 써먹던 수법이에요. 첨이 아니에요. 친여 언론들이 다 도와줄 거예요. ‘민주당은 손가락질할 자격 있나. 여야 모두 국민 앞에 고해하고 처분 맡겨야. 차제에 돈 정치 구태를 뿌리뽑자. 이번 총선을 새 정치 출발점으로 삼아야….’ 뻔해요. 그냥 지금 나보고 쓰라고 해도 쓸 수 있어요. TV에선 특집 토론 프로그램 만들 거예요. 교수, 정치인, 시민논객들 다 나와서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들 할 거예요. 그러면 국민은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 똑같다, 에잇 퉤퉤퉤 하고 고개를 돌릴 거예요. 물귀신 작전 성공이에요. 큰 고비 넘기는 겁니다. 시간 지나면 다 잊혀져요. 

마지막 방법은 무엇이냐. 그냥 뭉개는 거예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니 지켜보자,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 검찰에 맡기는 거예요. 하나도 신경쓸 필요없어요. 용역 주는 거랑 똑같은 거예요. 검찰은 이런 데 전문가예요, 선수예요. 한두 번 해본 게 아닙니다. 민간인 사찰, 디도스 공격…꼬리 다 잘라줬어요. 세 토막 하면 타타탁, 네 토막 하면 타타타탁…깔끔하게 맞춰 주는 거예요. 주문형이에요. 여론 봐서 분위기 안 좋으면 한두 명 더 집어넣을 수 있어요. 그리고 끝이에요. 비난은 잠시, 금방 딴 일이 또 생겨요. 국민 눈길을 딴 데로 돌리는 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요. 내일부터 성형수술 다 공짜, 하면 되는 거예요. 간첩사건 하나 더 만들면 되는 거예요. 간단합니다. 

박 의장은 세 번째를 택했어요. 그동안 머리에 쥐 날 정도로 계산했을 거예요. 어찌할까, 이 사람 저 사람과 의논하느라 휴대폰이 뜨끈뜨끈했을 거예요. 느껴집니다. 자, 그럼 이렇게 하면 국민이 속냐, 안 속아요. 절대 속지 않습니다. 옛날 국민이 아니에요. 총선에서 그냥 피박에 광박, 쌍코피 터지는 거예요. 따따블 맞는 거예요. 대선까지 갈 수도 있어요. 다 아는데 한나라당만 모르고 있는 거예요. 이제 처분만 남은 겁니다. 죽을 길을 택한 거예요. 이건 애매한 게 아닙니다. 딱 정해져 있는 거예요. 

(‘애정남’을 모방한 데 대해 <개그콘서트> 측에 사전 양해를 구했음을 알려드립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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