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억 캐럿 매장” 호도 주가폭등 불러
손제민·송윤경 기자 jeje17@kyunghyang.com  입력 : 2012-01-18 22:46:14ㅣ수정 : 2012-01-19 00:14:03

지난해 8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씨앤케이 인터내셔널의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과 주가 폭등을 두고 의혹이 제기가 될 때만 해도 눈길은 이명박 정권 자원외교의 상징, 박영준 전 총리실 차장(52)에게 쏠렸다. 감사원 감사 발표를 앞둔 지금은 박 전 차장 대신 자원외교 실무자였던 김은석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대사(54)가 ‘중심인물’로 거명되고 있다.

김 대사는 지난해 12월 씨앤케이가 카메룬 요카두마의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획득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자료에는 이 지역 다이아몬드 매장량이 유엔개발계획과 충남대 탐사팀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4억2000만캐럿으로 추정됐다. 김 대사는 신성장 동력 창출, 세수 증대, 산업용 다이아몬드 수입 대체, 한·카메룬 경협 강화 등을 기대효과로 꼽았다. 12월 초 3000원 안팎이던 이 업체의 주가가 2011년 1월11일 1만3700원까지 올랐다. 김 대사의 동생 부부가 이 회사 주가 상승의 이익을 본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교부는 김 대사의 직무를 정지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외교부 직원들 중 이 회사 주식을 산 사람이 상당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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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사는 지난해 10월 기자들과 만나 “외교부가 다이아몬드 매장량을 확인할 능력도, 수단도 없었다”며 “기존 조사들과 카메룬 정부의 판단을 믿었다”고 했다. 이호성 당시 주카메룬 대사(57·현 콩고 대사)도 “카메룬이 엉터리 나라가 아니라면 없는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줬겠느냐”며 “다만 실제 매장량은 캐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2010년 주카메룬 대사관 1등서기관 명의로 다이아몬드 매장량을 긍정적으로 추정한 전문을 본국에 보냈다는 의혹에 “감사원에 모두 밝혔으니 곧 누구 잘못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 대사 역시 다이아몬드 매장량에 대해 높게 보는 편은 아니었다”며 “다만 위에서 저렇게 드라이브를 거니 누군가의 요구에 부응했던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태근 의원은 ‘누군가’에 해당하는 인물로 박영준 전 차장을 지목했다. 박 전 차장은 2010년 5월 민관 대표단을 이끌고 카메룬을 방문해 다이아몬드 개발권 부여 최종협의에 참석했다. 정 의원은 “오덕균 씨앤케이 대표가 평소 ‘박 차관이 내 뒤에 있다’고 말하고 다녔다”고 했다. 박 전 차장은 “카메룬 총리가 한국기업이 개발에 참여한다고 해서 내가 도와달라고 한마디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아직 박 전 차장 본인과 주변인물들이 시세차익을 누렸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김 대사의 상관이었던 조중표 전 총리실장(60)도 주목된다. 조 전 실장은 2009년 1월 퇴직 후 씨앤케이 고문으로 자리를 옮겨 문제의 보도자료 배포 직전 본인과 가족 명의로 된 25만주의 신주인수권을 주식으로 전환해 이익을 올렸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는 “오 대표가 돈을 융통해볼 수 없느냐고 부탁해 1억5000만원을 빌려줬는데, 나중에 신주인수권으로 돌려받았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2009년 8월 한국농어촌공사 자회사인 ‘농지개량’을 51억원에 인수하는 데 이 돈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의성에 있는 이 회사는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민영화된 공기업이다. 당시 4대강 사업과 연계돼 유망한 기업으로 떠올랐다.

공은 감사원과 검찰에 넘겨졌다. 카메룬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고, 권력 내부의 무마·축소·은폐 로비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몸통’은 누구인지 지켜볼 일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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