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71521

 

철거됐던 일제 조선총독 글씨, 야간조명 달고 화려한 복귀?
[제보] 창원시립 마산박물관, 2022년 9월 추산정수장 관련 석물 2개 돋보이게 설치 논란
24.10.18 10:00 l 최종 업데이트 24.10.18 10:00 l 윤성효(cjnews)

▲창원시립 마산박물관 주차장 옆에 있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과 마산부윤의 석물. ⓒ 윤성효
 
'민족정기 바로 세우기' 사업의 일환으로 1995년 철거됐던 일제강점기 조선총독과 일본인 부윤(시장)의 석물(석각)을 옮겨 전시하면서, 더욱 돋보이게 지지대를 세워 높이 해놓은 데다가 밤에도 잘 보이도록 조명까지 설치해놔서 논란이다.
 
또한 해당 석물의 양쪽에는 '3.1독립운동기념탑 이전 안내판'과 '어린이 헌장비'가 있어,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을 수탈했던 조선총독과 일본인이 남긴 석물을 나란히 세워 놓은 게 시민 정서에 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창원시립 마산박물관(경남 창원 마산합포구 추산동 소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해당 석물은 마산박물관 주차장 쪽에 있다. 옛 추산정수장에 있던 석물로, 제3·5대 조선총독 재등실(사이토 마코토, 齋藤實)과 일본인 마산부윤(시장) 판원지이(板垣只二)가 쓴 글이다.
 
한자로 '산명수청(山明水淸)'과 '수덕무강(水德无疆)'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각각 "산수가 맑고 깨끗하여 경치가 좋음", "물의 덕은 너무나 커서 그 끝이 없음"이라는 뜻이다.
 
창원마산에 사는 한 주민은 "가끔 밤에 운동하러 박물관 쪽에 오르는데, 최근에 보니까 불을 밝혀 잘 보이도록 해놓은 석물 두 개가 있어 유심히 보게 됐다"라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 연유를 알고 싶기도 해서 제보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일본인에게 물 공급하기 위해 만들었던 정수장
 
일제는 1927년부터 1930년 사이 4년 동안 마산지역 상수도 시설공사를 벌여 봉암저수지에서 이곳 추산정수장까지 땅 속에 상수도관을 매립해 자연유하식으로 물을 수송했다. 추산정수장은 1984년 칠서정수장이 완공되면서 그해 12월에 폐쇄됐다. 지금 창원시립 마산박물관은 추산정수장 자리에 들어서 있다.
 
추산정수장은 마산 최초의 정수장이기는 하나, 일제강점기 때 조선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추산동 등 신마산 일대에 살았던 일본인들한테 물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관련 자료에 의하면, 당시 수도 기본요금은 1원 20전으로 하루평균 일급 70전이었던 조선인들은 이틀치의 일료에 해당했기에 가히 사용할 수 없던 수도시설이었다. 조선인의 노동으로 정수장이 만들어졌지만 조선인은 우물에서 물을 길어와서 사용했다고 한다.
 
일본인 조선총독과 마산부윤이 썼던 글을 새긴 석물은 추산정수장에 있다가 1995년 '민족정기 바로 세우기' 사업의 하나로 철거됐다. 그러다가 마산박물관 주차장 옆, 현 위치에서 5m가량 떨어진 바닥에 나란히 박혀 있었다.
 
지금처럼 받침 지지대를 세워 석물을 높이 올려 놓은 때는 2022년 9월. 윤석열 대통령과 홍남표 창원시장 취임 이후다. 거기에다 해당 석물엔 밤에도 잘 보이도록 야간조명까지 설치해놨다.
 
해당 석물의 왼쪽에는 '3.1독립운동기념탑 이전 안내'판이 있고, 오른쪽에는 '어린이 헌장비'가 있다. 3.1독립운동기념탑은 2003년 4월 국제라이온스협회가 이곳에 설치했다가 2010년 10월 '제1회 문신 국제조각심포지엄'으로 양덕동 삼각지공원으로 이전 설치해놨다는 안내가 돼 있다.
 
'어린이헌장비'는 1966년 어린이날을 맞아 마산라이온스클럽에 의해 세워졌고, 처음에는 3.15의거기념탑 옆에 설치되었다가 산호공원으로 옮겨졌으며, 2001년 현재 위치로 이전됐다.

▲창원시립 마산박물관 주차장 옆에 있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과 마산부윤의 석물. ⓒ 윤성효
 
마산박물관 "역사적 사실을 보존하기 위한 목적"
 
마산박물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석물은 산호공원으로 옮겨졌다가 2001년에 박물관이 건립되고 나서 다시 설치됐고, 2022년 9월에 지금 형태로 된 것"이라며 "석물은 마산의 상하수도 역사를 알게 해주는 증거로 활용될 수 있고, 석물은 새로 제작된 것이 아니라 추산정수장 설립 당시 설치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족정기와 관련해 이 관계자는 "석물들은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잊지 말자는 교훈의 의미로 보존 및 관리하고 있다"라며 "이 장소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보존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사용되는 석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3.1독립운동기념탑은 현재 양덕동 삼각지공원에 위치하고, 기념탑이 있었던 것을 기념하기 위해 관련 안내비석이 설치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야간조명 관련해선 "운동하는 시민들을 포함해, 야간에 조명이 없으면 혹시 모를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서 박물관 야외 전체에 설치한 것"이라고 했다.

▲창원시립 마산박물관 주차장 옆에 있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과 마산부윤의 석물 안내판. ⓒ 윤성효

▲창원시립 마산박물관 주차장 옆에 있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과 마산부윤의 석물. ⓒ 윤성효
 
"민족정기가 철거 당시와 지금이 다르냐"
 
일제강점기 일본인 조선총독과 마산부윤의 석물을, 돋보이게 해놓은 것은 시민정서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을 살펴본 김영만 열린사회희망연대 상임고문은 "지금 일본인 석물은 지지대를 세워 높여서 도드라지게 해놨으며, 야간조명을 해서 바로 불빛을 비춰 밤에는 더 잘 보이도록 해놨다"라며 "일제강점기 때 우리 민족을 수탈·탄압했던 일본인이 남긴 글을 이렇게까지 해놔야 하느냐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김 고문은 "1995년에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기 위해 해당 석물을 치웠는데 다시 갖다 놓을 이유가 없다. 그때 민족정기와 지금의 민족정기가 다르다는 말이냐"라며, "더군다나 이전에 3.1독립운동기념탑이 있는 자리에 일본인 석물을 갖다 놓은 셈이 되는데 이게 말이 되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나라를 빼앗았던 일본인이 남긴 석물을, 그것도 더욱 도드라지게 전시해 놓은 행위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행위로 밖에 볼 수 없고 뉴라이트 경향으로 해석된다"라고 주장했다.
 
김영만 상임고문은 "마산박물관이 있던 자리가 추산정수장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안내판을 세워 놓으면 될 일이고, 해당 석물은 철거해서 시민의 눈에 보이지 않도록 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지금처럼 도드라지게 해놓지 않는 게 맞다"라고 조언했다.

▲창원시립 마산박물관 주차장 옆에 있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과 마산부윤의 석물. ⓒ 윤성효

▲창원시립 마산박물관 주차장 옆에 있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과 마산부윤의 석물. ⓒ 윤성효

▲창원시립 마산박물관 주차장 옆에 있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과 마산부윤의 석물. ⓒ 윤성효

▲창원시립 마산박물관 주차장 옆에 있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과 마산부윤의 석물. ⓒ 윤성효
 

▲창원시립 마산박물관 주차장 옆에 있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과 마산부윤의 석물. ⓒ 윤성효관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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