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58621.html?_fr=mt2


‘징용배상’ 판결 박병대, 김기춘과 비밀회동…파기 대책 마련 정황

등록 :2018-08-21 19:45 수정 :2018-08-21 22:01


2014년 김기춘·조윤선과 비밀회동, 재판 지연 등 후속 경과 검토, 대법관때 내린 판단 2년만에 폐기

대법, 상고기록 통지서 번역 핑계, 심리불속행 만기 20일 전에야, 일본기업에 통지해 재판 지연 자초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한겨레> 자료사진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한겨레> 자료사진


2014년에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당시 박병대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 조윤선 정무수석 등과 회동을 갖고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전범기업 상대 소송 파기 방안과 후속 소송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 전 실장은 2013년 12월에 차한성 당시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을 자신의 공관으로 소집한 바 있다.


2014년 10월 소집된 2차 회동은 앞선 1차 회동 때 주문했던 사항에 대한 ‘중간 점검’ 차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는 대법원에 올라온 징용 소송의 심리불속행(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것) 기간이 지났을 때로, 재판 지연이 어느 정도 가시화된 상황이었다. 검찰은 당시 정 전 장관이 참석한 점에 비춰, 전원합의체에서 배상 판결이 파기될 경우 재단 설립을 통해 피해자들 반발을 무마하려 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히 2차 회동에 참석한 박 전 대법관은 2012년 5월 소부 판결로 일본 기업 책임을 인정한 당사자다. 2년여 만에 자신의 판단을 뒤집어가며 청와대의 ‘부적절한’ 요구를 접수한 셈이어서, “법과 양심에 따른다”는 대원칙을 스스로 폐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 ‘외교부 의견서’는 파기 마중물 


이와 함께 검찰은 외교부 간부들이 2013년 말부터 2016년 말까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과 수차례 접촉하며 외교부 의견을 재판에 ‘반영’하는 방안을 강구한 정황도 포착했다. 또 전범기업을 대리하는 변호사가 청와대와 직접 협의한 정황도 파악했다.


원래 피해자와 전범기업 사이 분쟁에는 ‘제3자’인 외교부가 개입할 수 없다. 하지만 2015년 1월 대법원은 일부 상고심 사건에서 국가기관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소송규칙을 개정한다. 실제 2016년 11월 외교부는 전범기업을 대리하는 김앤장의 요청을 받아, “법리적으로 한국이 어려운 사안” 등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행정처와 외교부는 의견서의 구체적 내용까지 협의했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런 협의 과정을 보고받았고, 의견서 제출을 독촉하기도 했다고 한다.


검찰은 의견서 제출을 빌미로 대법원이 전합 회부를 통해 사건을 파기하려 했다고 의심한다. 징용 소송은 2012년 판결대로 확정되는 게 자연스러웠지만, 외교부가 ‘한일관계 악화 우려’ 등 새 쟁점을 제기하면 전합 판단을 구해볼 수도 있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다만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가 여론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면서, 외교부가 ‘역풍’을 우려해 속도 조절을 하자는 의견을 몇 차례 행정처 쪽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의견서 제출 및 전합 회부도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된 것으로 해석된다.


■ 대법원의 궁색한 ‘뒷북 해명’ 


대법원은 뒤늦게 ‘징용 재판거래’ 의혹 진화에 나섰다. 전범기업에 상고기록 접수 통지서 송달이 늦어지면서 심리불속행 기간(상고심 접수로부터 4개월)이 이미 넘어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겨레> 취재 결과, 대법원은 통지서 번역 문제로 심리불속행 만기를 20일 정도 남겨둔 2013년 11월22일 전범기업 쪽에 기록 접수를 통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외송달은 일본 외무성 등을 거쳐 이뤄지기 때문에 국내소송보다 오래 걸린다는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늑장 대응’으로 재판 지연을 방기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국제소송이 밀려드는 상황에서 ‘번역 미비’를 이유로 한 해명도 궁색하다는 비판이 인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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