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65387
"빨간 우의 입은 사람이"... 김진태 의원님, 사과는 하셔야죠?
[게릴라칼럼] "물대포로 뼈 부러지지 않는다"며 백남기 농민·유족 폄훼한 그의 책임
18.08.23 07:49 l 최종 업데이트 18.08.23 07:49 l 하성태(woodyh)
▲ 고 백남기 농민 부검 주장하는 김진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2016년 10월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고검, 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고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유성호
"물대포를 사람 얼굴에 직접 맞고, 그 1차 충격으로 뼈가 부러지기는 어렵습니다."
고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던 2016년 10월 4일, 김진태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사인 규명을 위한 부검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이 물대포를 맞고 그 충격으로 뼈가 부러지기 어렵다"는 말을 반복 또 반복했다.
그런 김 의원의 주장은 고 백남기 농민의 주치의였던 백선하 서울대 의대 교수의 궤변과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 '유가족이 적극적인 연명치료를 하지 않아 '외인사(外因死)'가 아니라 '병사(病死)'로 사인을 기재했다'던 그 궤변 말이다.
김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백남기씨 주치의 백선하 서울대 교수는 사망진단서에 '병사'라고 적었다, 고인이 사망하기 6일 전 급성신부전증이 와서 가족에게 혈액투석을 권했는데 가족이 적극적인 치료를 원하지 않아 사망하게 됐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에 앞서 사망진단서 작성 오류 논란에 대해 해명했던 백 교수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한 셈이다.
▲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2016년 10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백남기 농민 관련 게시글 일부 ⓒ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부검'을 주장하던 김 의원은 한술 더 떠 "이때 백남기씨 딸은 어디 있었을까요, 인도네시아 발리 여행 중이었다"면서 "이 딸은 아버지가 사망한 날 발리에 있으면서 페북에 '오늘밤 촛불을 들어주세요, 아버지를 지켜주세요'라고 쓴다"라며 논점을 이탈, 유족을 폄훼하기도 했다.
2015년 11월 김수남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빨간 우의를 입은 사람이 (백남기 농민을) 확 몸으로 덮쳤다"며 '일베'류의 주장을 퍼나른 것도 김진태 의원이었다. 경찰의 책임을 면피하고 정권 차원의 부담을 덜기 위해 앞장선 셈이다.
3년 만의 진상 규명
그리고 백남기 농민의 2주기를 한 달여 앞둔 지난 21일,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백 농민이 경찰의 지속적 직사살수 등 과잉진압에 의해 사망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 4차 살수 등 경찰의 직사살수와 같은 과잉 진압이 직접적인 사망원인이었고 ▲ 경찰은 지속적으로 서울대병원 측과 접촉해 부검과 수술 등에 영향을 끼쳤으며 ▲ 청와대까지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수술에 개입한 정황이 뚜렷하다는 내용이었다(관련 기사 : 경찰 조사위, 백남기씨 사인 '과잉진압' 결론).
하지만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는 반쪽짜리에 불과했다. 당시 강신명 경찰청장, 구은수 서울경찰청장 등 민중총궐기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엄정 대응'을 지시하고, 상황을 지켜봤던 윗선의 책임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검찰이 강신명 경찰청장을 불기소하고, 구은수 청장은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나머지 관련자들도 집행유예·벌금형 등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것과 다를 바 없는 결과다.
이와 관련해 백남기투쟁본부 측은 21일 입장문에서 "민중총궐기대회 진압과정과 서울대병원의 치료개입, 부검정국 등에서의 경찰의 과잉대응과 책임 관련자들을 밝혀냈음에도 이들에 대한 징계, 법적조치 등의 권고가 빠진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잘못을 저지르고도 아무런 징계나 처벌 없이 경찰공무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관련자들에 대한 조치는 반드시 필요했다. 이에 대한 권고가 전혀 없다는 사실은 매우 큰 유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유족 역시 이 점을 지적했다.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백남기 농민의 큰딸인 백도라지씨는 "직접 살수명령을 내린 사람은 아니어서 검찰이 기소 명단에서 제외했고 진상조사위도 그런 입장인데, 인명 사고가 났는데 경찰 수장이 이렇게 빠져나가도 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들의 무책임한 말들
▲ 2015년 11월 14일 오후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서울 종로1가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 설치된 경찰 차벽 앞에서 69세 농민 백남기씨가 강한 수압으로 발사한 경찰 물대포를 맞은 뒤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 이희훈
"대개의 경우 살수는 위험을 동반하지 않습니다. 저희들이 살수차를 도입해서 이때까지 10년 이상 써왔는데 그렇게 상해를 입은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지난 2016년 9월 12일 국회 안정행정위원회 국정감사 때 열린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 출석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이렇게 말했다. 김진태 의원의 주장과 판박이었다. 둘 다 살수차가 쏘아대는 물대포의 위력을 모르면 무능했고, 알았으면 더 무책임한 발언을 쏟아낸 셈이다.
하지만 실제는 달랐다. 그해 10월 방영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실제 살수차로 실험을 하고, 당시 상황을 3D로 재현하며 사건 당시 백 농민이 받았을 타격과 사망 원인을 유추해 냈다. 국정농단 사태 직전에 방영된 그 실험은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제보자로 나선 전직 의경은 경찰의 주장에 대해 "(물대포를) 맞아 보고서 저런 얘기를 하는 건가"라며 "일반 성인 남성도 (직사는) 버틸 수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죄 없는 한 시민의 목숨을 앗아간 경찰 작전 관련자들에게 내려진 죗값은 가벼웠다. 이에 대해 진상조사위는 "경찰 지휘부에 대한 명백한 법적 혐의가 없어 특정 책임자에 대한 징계를 권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신 피해자 가족이 당한 인권침해에 대해 경찰이 사과하고, 민중총궐기 참가자에게 제기했던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하라고 권고했을 뿐이다.
다시 김진태 의원의 말과 글로 돌아가 보자. 박근혜 정권의 비호를 위해 고인의 죽음을 욕되게 하고, 유족까지 비난했던 말과 글들 말이다. 김 의원 역시 백 농민의 죽음을 둘러싼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강신명 전 청장이 법망을 피해가고, 관련자들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것과는 분명 다른 문제다.
정치인이라면 본인이 내뱉은 말과 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야 말과 글에 대해서도 무게감이 실리지 않겠는가. 오는 9월 22일이 마침 고 백남기 농민의 2주기다. 하다못해 백 농민의 유족들에게 사과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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