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862994.html?_fr=mt2


그린벨트 풀어도 집값 못 잡는다

등록 :2018-09-20 17:40 수정 :2018-09-20 20:27


집값 상승기에 그린벨트 풀면 외려 집값 부채질

서울시 “그린벨트 풀면 투기꾼 몰려 더 위험”

국토부 “공급 늘면 중장기엔 집값 안정된다”


서울시 개발제한구역 현황.

서울시 개발제한구역 현황.


정부·여당이 “집값 안정을 위해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과거 집값 상승기에 주택 공급을 위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을 푼 경우 되레 집값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벨트 해제가 집값을 안정시키기는커녕 투기 수요를 자극해 집값 상승을 부채질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9·13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후속으로 21일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20일 <노컷뉴스> 기사와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동향(2003∼2018년) 통계를 분석해보니, 최근 10년 동안 집값이 폭등하던 시기엔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을 공급해도 집값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12월부터 현재까지 수도권 지역 그린벨트가 해제된 총 23차례 가운데 해제 직후 집값이 오른 경우는 모두 17차례에 이르렀다. 이때는 모두 집값이 상승하던 시기였다.


반대로 2003년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 내용을 담은 10·29 대책을 발표했을 직후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불어닥친 2009~2010년 금융위기 등 시기엔 그린벨트 해제 여부와 관계없이 집값이 내려갔다.


특히 집값이 한창 오르던 2007년 1월의 매매가격지수(2017년 11월 서울의 주택가격을 100으로 했을 때)는 81.6이었으나, 같은 해 7~8월 그린벨트를 푼 직후인 9월엔 이 지수가 86으로 뛰었고, 2008년 1월에는 88.8까지 치솟았다. 2008년 3, 4, 9월에도 세 차례나 그린벨트를 풀었지만, 집값은 같은 해 9월 98.3까지 올랐다. 비교적 최근인 2016~2017년에도 8차례 그린벨트를 풀었으나, 같은 기간 집값은 96.7에서 100.3까지 치솟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수도권 그린벨트를 해제해 지은 보금자리주택 시범단지 하남미사지구. 엘에이치 제공

이명박 정부 시절 수도권 그린벨트를 해제해 지은 보금자리주택 시범단지 하남미사지구. 엘에이치 제공


서울시의 고위 관계자는 “만약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집값을 잡을 수 있다면 서울시도 해제에 동의할 수 있다. 과거 사례들을 보면, 그린벨트를 해제한 지역에 오히려 투기꾼들이 몰려들었다. 위험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공급의 역설이다. 그린벨트를 풀면 대규모 투자와 활황 심리 등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집값이 오를 수 있다. 그러나 대규모 공급은 중장기적으로는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우리는 그런 구조적인 집값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 대신 도심 유휴지를 활용해 정부의 주택 공급 목표를 충족할 수 있는 방안을 국토부에 제안한 상태다. 가락동 옛 성동구치소 부지 등을 활용하고, 상업지역 주거 비율과 준주거지 용적률을 올려 2022년까지 서울 시내에 새 주택 6만2천호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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