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65193.html?_fr=mt2


‘서초동 30분 거리’ 명동에 법원행정처 옮기겠다는 대법원

등록 :2018-10-10 11:36 수정 :2018-10-10 12:15


금태섭 의원실 확보 대법원 ‘법원행정처 이전’ 문건

법원사무처-사무국 분리, 사무처 명동에 입주

보증금 면제, 임차료 세입 귀속 등 장점 꼽아

“명동 상권 활성화에 기여할것” 평가엔 뒷말 무성

판사들 “서울 시내 잔류는 완전한 개혁방안 못돼”


서울 서초동 대법원.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 서초동 대법원. <한겨레> 자료사진


대법원이 ‘사법농단’의 진원지로 꼽히던 법원행정처를 폐지한 뒤 사법행정 업무를 담당할 법원사무처를 서울 중구 명동에 입주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법원 안팎에서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약속한 사법행정 인적·물적 분리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받은 ‘법원행정처(법원사무처) 이전’ 문건을 보면, 대법원은 법원행정처를 법원사무처와 사무국으로 분리한 뒤 법원사무처를 내년 3월 서울 중구 충무로 포스터타워 건물로 옮길 계획이다. 대법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소유한 이 건물에 입주하면 보증금이 면제되고 임차료가 세입으로 귀속되며, 서울시내 건물 가운데 가장 저렴하게 입주할 수 있다는 점을 선정 배경으로 꼽았다.


하지만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책임과 재발 방지 방안으로 ‘인적·물적 분리’를 내세운 대법원이, 서울 시내 한복판에 추가 건물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을 두고 법원 내부에서는 뒷말이 무성하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는 “‘사법농단’ 의혹 가운데서도 법원행정처가 대법원 재판에 개입하려 한 것이 크게 문제되고 있다. 서초동에서 30분 거리밖에 안 되는 명동 이전은 ‘물적 분리’를 내세우기에 충분치 못하다”고 짚었다. 또다른 판사도 “명동은 (재판거래 카운터파트로 꼽히는) 청와대나 국회 등으로부터 물리적 거리감이 거의 없는 곳이다. 국민에게 재판개입·거래가 더는 반복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주기 어렵다”고 했다.


금태섭 의원실이 제출받은 또다른 자료에서 대법원은 △예산낭비 소지 없음 △저렴한 입주 가능 등과 함께 “침체된 명동 지역 상권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도 명동 이전의 ‘장점’으로 꼽았다. 한 단독판사는 “법원사무처 이전은 사법개혁의 방안이다. 추가 건물까지 확보하겠다고 한 마당에 ‘상권 활성화’를 논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법원사무처 명동 입주가 계획대로 내년 3월 이뤄질 경우, 임차·이전 등에 79억6100만원이 투입될 것으로 대법원은 내다봤다. 다만 대법원은 “이는 모두 아직 ‘가안’ 또는 ‘예시’에 불과하고, 현재 다른 후보지에 대한 물색 및 검토도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판사는 “애초 대법원은 (서울행정법원 등이 위치한) 양재동이나 세종시 등도 후보군으로 물색했지만, 이른 시일 내 옮길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다고 판단해 일단 명동을 1순위로 검토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대법원은 법원사무처 이전과 함께 인적 분리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법원행정처 근무 인력(693명) 가운데 60% 정도인 420명이 법원사무처로 옮겨간다. 사법행정 업무 실무 책임자인 행정처장, 행정처 차장은 물론, 국제심의관을 제외한 기획조정실, 사법지원실, 사법정책실, 인사실, 사법등기국 등 핵심 부서들이 대부분 함께 이전할 계획이다. 다만 재판연구관실, 대법관실 등 재판 업무 관련 부서는 서초동에 잔류한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달 20일 대국민 담화에서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겠다. 행정처는 오로지 집행업무만 담당하는 법원사무처와 대법원 사무국으로 분리·재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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