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880097.html


[단독] 공군 대령, 김앤장 취업하려 ‘군사기밀’ 넘겼다

등록 :2019-01-28 07:20 수정 :2019-01-28 11:27


무인정찰기 수용시설 공사 정보부터

F-16D 합의금·직할부대 개편안까지 

변호사 3명·친분 있는 검사에 넘겨 

법무부 검사, 기밀·이력서 검토해줘


2017년 12월6일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서 한-미 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F-16 전투기들이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7년 12월6일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서 한-미 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F-16 전투기들이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현직 공군 대령이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취업하기 위해 공군 전투기 관련 계약 금액과 소송 상황 등 ‘군사기밀’을 넘겨준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 소속 현직 검사가 이력서와 군사기밀 등을 미리 받아 ‘검토’까지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 김앤장에 넘어간 ‘군사기밀’


이날 <한겨레>가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신아무개 공군 대령의 공소장을 보면, 신 대령은 지난해 8월13~14일 군사상 기밀이 포함된 ‘국방 분야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3명에게 우편과 전자우편으로 전달했다. 여기에는 ‘공군 관련 관급공사 간접비 소송’과 관련해, 고고도·중고도 무인정찰기 대대 창설 관련 수용시설 공사가 각각 진행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전투기와 관련된 민감 정보도 포함됐다. 여기에는 ‘공군이 F-16D 전투기와 관련해 다른 회사와 체결한 최종 합의 금액’과 함께 ‘T-50B 전투기와 관련해서 공군과 상대 회사 사이에 사고 배상이 비공개 원칙으로 진행 중’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공군이 상대 회사 쪽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액도 들어 있었다. 김성걸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인정찰기 수용시설 공사 관련 문제는 결국 어디에 기지가 있는지 드러나기 때문에 작전상 군사기밀이다. 또 F-16D 사례의 최종 합의 금액 역시 국가 간 협상력 문제도 있지만, 어떤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느냐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격을 외부에 공표하지 않는다”며 “안보는 국가 존망과 직결되기 때문에 특별히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고 그것이 군사기밀보호법의 취지”라고 말했다. 김앤장에 보낸 ‘군사기밀’에는 국방개혁 2.0에 따른 ‘국방부 직할부대 개편방안’도 포함됐다. 김 위원은 “우리가 북한 인민무력부 편제를 모르는 것처럼 전력증강 분야 등 군의 능력과 관계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이 외에도 신 대령은 2017년 9월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인 2018년 공군 대령 진급선발 결과를 누설한 혐의와 지시감독 관계에 있는 부하 직원에게 팀에 배정된 예산을 유용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그는 공무상 비밀 누설, 군기 누설,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지난해 11월 불구속 기소됐다.


■ 법무부 현직 검사가 이력서까지 검토


신 대령은 이 문건을 김앤장에 넘기기 전인 지난해 7월 자신과 친분이 있는 법무부 소속 현직 검사와 법무법인 ㅊ의 김아무개 대표변호사 등 4명에게 이력서와 함께 군사기밀을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군사기밀을 넘겨받은 이들은 군 검찰의 조사 과정에서 군사기밀인지 몰랐고, 김앤장 취업 지원서를 쓰는데 이렇게 쓰면 괜찮냐고 신 대령이 물어와서 검토한 수준이라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김앤장과 법무부 현직 검사를 압수수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앤장은 지난해 11월 양승태 대법원의 ‘강제징용 재판거래’와 관련해 첫 압수수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실제론 이보다 앞서 신 대령의 기밀누설 사건으로 사상 처음 압수수색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군 검찰은 전해철 의원실에 “(법무부 관련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긴 했지만, 자료를 협조해주는 형식을 취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또 현직 검사가 무인정찰기 관련 내용 등 군사상 기밀 등 위법한 줄 알고 검토해줬다면 감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법무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안을 확인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계엄령 문건 의혹 합동수사단’이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벌이던 중 단서가 포착된 것으로 전해진다. 신 대령은 국가안보실에 파견근무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합수단은 신 대령의 개인비리 혐의 단서를 잡아 군 검찰단에 이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신 대령의 비리 혐의를 군에 이첩하기까지, 군은 군사기밀 유출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전해철 의원은 “군 기밀이 아무런 제약도 없이 일선 로펌에 전달되는 것은 문제”라며 “또 현직 영관장교에 의해 군사기밀이 현직 검사에게까지 유출된 사안으로 법무부는 검사가 군사기밀 유출 소지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는지 조사해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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