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907142101005


군사정권 때 딴 사업권으로 ‘반세기 독점 운영’…서울 남산·설악산 케이블카, 특혜 고리 끊어야

최미랑·최승현 기자 rang@kyunghyang.com 입력 : 2019.07.14 21:01 수정 : 2019.07.14 21:30 


승강장 충돌사고 계기 “궤도운송법 개정” 목소리

공공자산 이용 막대한 수익에도 자연보호 등 의무 회피

운영권 기간 제한도 없어 현행법으론 견제할 방법 없어

‘권금성’은 박정희 사위 등이 설립…지난해 58억원 수익


14일 서울 중구 남산케이블카 매표소가 지난 12일 발생한 승강장 충돌사고로 케이블카 운행이 중단돼 한산하다(위 사진). 남산케이블카와 마찬가지로 독점 운영되는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  연합뉴스

14일 서울 중구 남산케이블카 매표소가 지난 12일 발생한 승강장 충돌사고로 케이블카 운행이 중단돼 한산하다(위 사진). 남산케이블카와 마찬가지로 독점 운영되는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 연합뉴스


지난 12일 서울 남산케이블카 승강장 충돌사고를 계기로 군사정권 시설 따낸 사실상의 ‘독점 운영권’을 반세기 넘게 유지하고 있는 관광용 케이블카 운영업체들의 ‘특혜 논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다시 제기된다. 수십년간 공공자산을 이용해 안전관리는 소홀히 한 채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으면서도 이에 상응하는 법적 의무는 거의 지지 않는 데다 운영권에 기간 제한조차 없어 이에 제동을 걸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산케이블카와 비슷한 구조인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도 마찬가지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남산케이블카 운영업체인 한국삭도공업은 케이블카 운영 등으로 지난해 130억5750만원의 매출을 올려 52억5056만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 매출은 115억6617만원, 영업이익은 33억4825만원이었다. 현재 이 회사는 설립자 일가와 동업자 일가가 절반씩 나누어 가지고 가족기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사업이 사실상 영구적으로 보장된다는 점이다. 한국삭도공업이 국내 최초로 남산 기슭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영업을 시작한 것은 1962년이다. 당시 대한제분 사장을 지낸 고 한석진씨가 회사를 설립하고 5·16 군사쿠데타 이후 석 달 만인 1961년 정부로부터 국내 첫 삭도(케이블카) 면허를 받았다. 군사정권 당시 면허를 내주면서 사업 종료 시한은 명시하지 않았다. 현행 궤도운송법도 케이블카를 포함한 궤도 시설을 운영할 때 필요한 사업 허가·승인 등 절차를 규정하고 있지만 사업 ‘유효기간’은 따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남산케이블카를 둘러싼 특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2016년 서울시의회 ‘남산케이블카 운영사업 독점 운영 및 인허가 특혜 의혹 규명을 위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는 “한국삭도공업은 남산 관리나 환경 보전 등에는 전혀 기여하고 있지 않다”며 서울시에 “한국삭도공업의 공공기여 방안을 강구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심지어 남산 회현동 일대에서 케이블카 승강장으로 이어지는 ‘남산 오르미 에스컬레이터’를 예산 21억3000만원을 들여 설치해주기도 했다. 시의회 특별위원회는 “서울시는 2013년 남산 제1근린공원 공원조성계획 변경 결정을 하면서 한국삭도공업 영업이익을 면밀히 검토해 공공기여 방안을 강구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시는 한때 남산 예장자락에 곤돌라를 설치해 남산케이블카로 몰리는 관광객 수요를 분산시킨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으나 환경단체 반발이 이어지고 한양도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악영항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2016년 8월 결국 철회했다.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 역시 자연자원을 이용해 사업을 운영하면서도 별도의 공원 관리 비용이나 환경부담금 등을 내지 않는다. 설악산 소공원에서 해발 700m의 권금성 구간을 연결하는 길이 1128m 규모의 케이블카가 처음 운행된 것은 1971년 8월부터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고 한병기 전 주유엔대표부 대사(1931~2017)가 몇몇 인사와 함께 1970년 1월 설악관광주식회사(현 법인명 (주)동효)를 설립하고 사업권을 받아 1971년 8월부터 케이블카 운행을 시작했다. 현재 설악산 케이블카를 운행하는 회사의 지분 대부분을 한씨 자녀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이 회사는 지난해 57억8660만여원, 2017년 52억9921만여원의 당기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나 있다. 하지만 법적 미비로 인해 이 회사에 부과되는 별도의 환경보전기금 등은 없는 상태다. 국립공원에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공원 일부를 점용 혹은 사용할 때 비용을 부담시킬 수 있는 근거가 담긴 ‘자연공원법’이 1980년 6월부터 시행돼 설악산 케이블카에 소급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그림 설악녹색연합 대표(72)는 “국립공원 내에서 사업을 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 그에 따른 환경보전기금을 적립하는 것이 상생 차원에서도 당연한 일”이라며 “제도적 보완을 통해 기존 케이블카 운행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케이블카 사업 기간을 제한하는 궤도운송법안은 국회 상임위에 잠들어 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이 궤도시설 허가 기간을 30년으로 하고 법 시행 전 허가 기간이 30년을 넘은 업체는 2년 이내 재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궤도운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했으나 9개월째 국회 교통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전상봉 서울시민연대 대표는 “군사정권 시절에 허가를 내준 남산·설악산 케이블카 독점 운영은 현행 법체계 내에서는 견제할 방법이 없다”며 “궤도운송법을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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