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55697


문무일 검찰총장님,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편지] 50년 기다려 온 무죄 판결에 찬물 끼얹은 검찰

19.07.23 08:20l최종 업데이트 19.07.23 08:20l남정길(news)


 무죄 선고 직후 찍은 기념사진

▲  무죄 선고 직후 찍은 기념사진 ⓒ 지금여기에

 

저는 선유도의 어부 남정길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문무일 검찰총장님께 갑작스럽게 편지 쓰는 것을 이해해 주십시오. 하지만 너무도 기가 막힌 일을 당한지라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저는 1968년 전라북도 선유도라는 곳에서 어부로 생활하다가 북한 경비정에 잡혀 강제로 북한에 납치되었다가 돌아온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저희가 일부러 북한으로 넘어갔다 왔다고 하면서 고문이란 고문을 엄청나게 했습니다. 군산경찰서의 남궁길영이란 독한 수사관에게 물고문이며 구타며 정신없이 당했네요.


그래서 결국 우리는 반공법, 국가보안법 위반자가 되어 형무소 생활을 했습니다. 형무소에서 나왔지만 여전히 우리는 죄인이 되어서 살았습니다. '빨갱이'라고 배도 안태워주려고 해 생계도 막막했습니다. 10살 때부터 배를 탄 놈이 뭔 기술이 있겠습니까. 배를 못 탄다는 건 굶어죽으라는 것이지요.


어딜 가도 형사가 따라다니고, 누굴 만나도 신고를 해야 하는 창살 없는 감옥생활을 50년 했습니다. 그러다가 귀인 같은 변호사를 만나 내 억울한 누명을 벗겨볼 기회를 얻었네요. 재심이라는 것을 했는데 세상이 좋아져서 판사님이 저의 억울함을 소상히 들어주시더만요.


결국 지난 7월 11일 군산지원 201호에서 저는 무죄를 받았습니다. 딱 50년 만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법정에서 무섭고 떨리기만 해서 판사님 말이 하나도 귀에 안 들어오대요. 변호사가 나가자고 해서 법정을 나오면서 제가 물었습니다. 어떻게 된 거냐고. 그랬더니 변호사님이 그러대요. 무죄가 되었다고...아, 어찌나 기쁘던지.


저는 몇 년 전 중풍이 걸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합니다만 그날만큼은 두 손 하늘 높이 들고 만세를 부르고 싶대요. 이런 날이 나에게도 오는구나 싶어서요.

 

 문무일 검찰총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역사관에서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지적한 검찰 과오와 관련한 대국민 입장을 밝힌 뒤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  문무일 검찰총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역사관에서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지적한 검찰 과오와 관련한 대국민 입장을 밝힌 뒤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2019.6.25 ⓒ 연합뉴스

 

문무일 검찰총장님,


제 사건의 재심이 개시가 되어서 재판을 하던 중에 뉴스에서 총장님이 과거사 반성을 하시는 말을 들었습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큰 고통을 당하신 피해자분들과 그 가족 분들께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 2019년 6월 25일 문무일 검찰총장 과거사 사과 발언 중


총장님은 다시는 검찰이 권한을 함부로 쓰거나 공정하지 못하게 (사건을 처리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을 하시더군요. 총장님의 그 말씀이 우리 같은 고문 피해자들에게는 얼마나 커다란 위로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늘 국가로부터 감시받고 멸시받던 우리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시는 모습에 저는 그동안 마음 속에 가졌던 국가에 대한 미움과 불신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몇 주 뒤인 7월 11일 우리는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제 모든 것이 제대로 잡힌 듯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제야 떳떳한 대한민국 국민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저의 기대를 검찰은 무참히도 짓밟아버렸습니다.


군산법원에서 무죄를 선고한 지 딱 일주일이 지난 목요일(7월 18일), 군산 검찰이 우리 사건을 항소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난 6월에 분명히 국민들에게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분명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으면 일률적으로 항소 안 하겠다고 약속하신 것 잊으셨습니까? 판사님이 물고문, 구타에 의해 허위 자백을 했고 별다른 증거가 없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도대체 검찰은 왜 항소를 하는 겁니까?

 

 무죄 선고 후 만세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 피해자 가족들

▲  무죄 선고 후 만세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 피해자 가족들 ⓒ 지금여기에


저희가 50년 전 그렇게 억울하게 고문 당해 재판을 받을 때 우리 이야기 한 번 들어주셨습니까? 저희 억울한 사연을 법정에서 이야기하려고 해도 눈감고 귀막고 계셨던 검찰이 무슨 낯짝으로 증거도 없이 고문해서 조작한 사건이라고 밝혀진 이 마당에 항소를 한답니까?


두 손 두 발로 저희 앞에 잘못했다, 미안하다 사과하고 사죄해도 저희 상처가 풀릴지 모르는데, 50년간 상처받았던 저희 가슴에 이렇게 소금을 뿌리고 생채기를 내셔야 속이 시원하시겠습니까? 도대체 검찰은 언제까지 국민을 우습게 알고 지내려고 합니까? 검찰은 국민 위에 있답니까?


당장이라도 항소를 철회해 주십시오. 그리고 저희의 무죄에 대해서 검찰의 분명한 사과를 받고 싶습니다.


2019년 7월 23일

선유도에 사는 남정길 올림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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