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에서 펼쳐지는 '미스테리 극장' 검찰도 출연?
오주르디 2012.01.27 11:46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거처할 사저 부지로 매입한 내곡동 20-17번지 등 9개 필지의 땅에 대한 의혹이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왜 내곡동 땅을 고집하는 걸까?

 

내곡동 땅 매입과 관련한 위법행위 의혹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공동매입 형태로 땅 일부에 대해 아들 이시형씨가 개입되면서 ▲편법 증여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 ▲탈루 의혹 ▲지방세법 위반 ▲업무상 횡령 및 배임 등의 의혹이 불거졌다.

 

의혹이 대상이 사인 간 거래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거래이고, 연루된 인물들이 대통령 부부와 가족 그리고 청와대 최측근들이라는 점에서 사건의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내곡동 땅 의혹은 세간의 지대한 관심사다.

 

왜 다른 사람도 아닌 대통령과 청와대가 거래 과정을 의혹투성이로 만들면서까지 내곡동 땅을 매입하려고 했을까? 필시 무슨 곡절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지난 해 10월 업무상 배임과 부동산실명제 위반 혐의로 이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와 임태희 전 청와대 대통령실장, 김인종 전 경호처장,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 등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검찰 수사 예상대로 지지부진, 들러리만 소환

 

하지만 검찰 수사는 지지부진이다. 수사 시작 후 3개월간 검찰이 한 일이란 고작 고발인인 민주당 관계자와 부지 거래과정에 참여했다는 부동산 중개업자를 조사한 것뿐이다. 핵심 인물들에 대한 소환은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누가 땅 거래 과정과 내막을 소상히 알고 있을까? 두말할 필요 없이 거래 당사자들이다.

 

사저 땅의 원소유주, 청와대, 이 대통령 부부 등이 ‘당사자’의 범주에 들어간다. 김인종 전 경호처장이 “각하 개인 돈으로 하는(매입한) 것”이며 “보안 문제 때문에 (이시형씨의) 명의를 빌리자고 건의했다”고 말한 증언을 감안한다면, 비록 이시형씨가 땅 일부의 매입자로 돼 있지만 사실상 ‘당사자’가 아닌 것으로 봐야 한다.

 

‘당사자’ 중 땅 원소유주를 빼고는 모두 ‘을’에 해당한다. ‘을’만 조사해서는 진상을 밝히기 어렵다. 제대로 수사를 하려면 ‘갑’인 원소유주에 대한 소환조사는 필수적이다. 당사자의 한쪽만 조사해서는 거래의 이면까지 밝혀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갑’이 수사에서 배제된 상태에서 ‘을’끼리 작당하고 말을 맞춘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가장 중요한 핵심 당사자 원소유주 유씨는 미국행

 

검찰 수사가 시작될 당시 원소유주 유아무개씨는 이미 미국에 체류 중이어서 검찰이 유씨를 조사하는데 시간을 끌 수도 있겠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검찰이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원소유주에 대한 소환조사 기회를 놓쳤다. 유씨가 지난해 11월 말 제 발로 귀국했다가 다시 미국으로 출국했지만 검찰은 이 사실을 몰랐었다고 주장했다. “수사 진행 과정에 유씨에 대한 조사가 필요해 소재를 파악해 보니 이미 출국한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놓친 건가, 놓아 준 건가?

 


<내곡동 부지 내에 위치한 한정식 '수양'. 유씨가 운영해 왔다.>

 

황당하다. 핵심 당사자의 신병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었다면 이건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다.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겠다고 발표한 건 지난해 10월 20일. 그렇다면 유씨가 잠시 귀국했던 지난해 11월 말은 수사가 개시된 후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무려 한 달 동안이나 유일한 ‘갑’에 해당하는 핵심 당사자의 신병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는가?

 

잠시 귀국한 유씨 검찰 “몰랐다” 놓친 건가, 놓아 준 건가?

 

내곡동 사저 땅 수사가 장기화 되든지 아니면 공전될 모양이다. 검찰은 유씨 소재에 대해 “잠시 미국에 다녀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재산을 모두 정리한 뒤 딸이 있는 미국으로 거처를 옮긴 것 같다”고 말했다.

 

유씨와 유씨가 운영하던 한정식집 ‘수양’에 대해서도 여러 갈래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서울의 자랑스러운 한국음식점’ 인증 신청을 할 만큼 영업을 지속할 의지로 충만했던 유씨가 불과 2개월 뒤 건물과 부지를 이시형씨과 청와대에 모두 넘겼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제값을 다 받고 넘긴 게 아니다. 부동산 시세 사이트에 내곡동 땅은 80억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이를 54억원(실제 거래금액은 40억원이라는 주장도 있음)에 팔았다. 상식적으로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 거래다. 왜 유씨가 상식 밖의 거래를 감수해야 만 했을까?

 

유씨가 청와대에 매각한 내곡동 부지의 일부인 20-30번지는 원래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박아무개씨의 소유였다. 박씨는 지극히 사적인 이유라며 이 땅을 지난해 1월 유씨에게 증여했다. 매매가 아니라 증여를 했다. 이유가 뭘까?

 

수상한 원소유주, 이상한 거래, 내곡동에서 펼쳐지는 ‘미스테리 극장’

 

박씨는 이 대통령과 함께 종교활동을 한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그의 직장은 서울시청 산하기관이고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임기 3개월 남은 2006년 3월에 내곡동 지역에 대한 그린벨트를 해제했다.

 

정말 내곡동 땅과 ‘수양’의 원소유주가 유씨일까? 평소 유씨의 정체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 유씨가 갑자기 한정식 식당을 폐업한 점, 땅을 헐값에 넘긴 점, 내곡동 땅에 수상한 ‘증여’가 포함된 점, 땅 매각 직후 미국으로 도피한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유씨가 아닐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강남이 개발될 당시 강남 땅 상당 부분은 대기업의 소유였다. 현대 고 정주영 회장도 양재와 서초 등에 많은 땅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현대의 임원 중에는 이 땅을 ‘선물’로 받은 경우도 있었다. 내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유씨가 아닌 대기업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실제 소유주가 유씨 아니라면 거래는 모두 ‘허위’

 

유씨가 대기업과의 이면계약을 통해 형식상 소유주 역할을 해온 것이라면 이시형씨가 대출 받아 냈다는 돈과 국고 42억8000만원이 유씨에게 건네졌을 리 없다. 만일 실소유주가 대기업이었다면 내곡동 땅은 헐값이 아니라 무상으로 제공되었을 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유씨에 대한 소환조사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를 시작한지 한 달이 넘도록 1차 소환조사 대상인 유씨의 소재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못한 것인가, 안 한 것인가?

 

내곡동 땅의 원래 실소유주가 모 대기업이었다는 설이 사실이고 유씨와의 거래가 모두 허위라면, 이는 엄청난 사건이 된다. 대통령 탄핵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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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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