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nocutnews.co.kr/news/5192690
2020년 일본령 조선? 네이버 웹툰 공모작 '친일' 논쟁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2019-08-03 06:00
네이버 웹툰 공모전 예선에 '일본령 조선' 배경 작품 등장
'서울→게이조우'·'서울올림픽→도쿄올림픽'으로 변경
역사적 사실과 무관함 밝혔지만 친일·역사왜곡 '갑론을박'
네이버 웹툰 측 "항일 스토리로 심사…내용 지켜볼 예정"
(사진=네이버 웹툰 캡처)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하면서 한일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9 네이버 웹툰 최강자전'에 '일본령 조선' 배경을 앞세운 작품이 등장해 독자들 사이 논쟁이 벌어졌다.
지난달 29일부터 공개된 '2019 네이버 웹툰 최강자전'은 웹툰 연재를 꿈꾸는 예비 만화가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공모전이다. 접수 작품 중 심사에 따라 예선 진출작 100작품을 선정한다.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이중 '아사'(ASA)라는 작품이다.
2020년을 배경으로 한 이 웹툰은 대한민국의 현재를 '일본령 조선'으로 설정했다. 여전히 일본 식민지배 하에 있는 가상의 '조선'이기에 서울은 '경성'의 일본식 발음인 '게이조우'로 불린다. 등장인물들의 공식적인 이름 역시 창씨개명된 일본 이름이다.
작품설명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2020년 올림픽 준비가 한창인 일본령 조선의 게이조우시에 사는 고등학생 슈. 어느 날 그는 소꿉친구 메구미의 집에서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고, 정상인이라면 회생 불가능할 정도의 사고에서 놀랍게도 상처 하나 없이 살아난다. 혼란스러운 슈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나고, 그는 실종된 메구미를 인질 삼아 협박하며 사람들을 암살할 것을 사주한다."
웹툰 첫 장면에는 배경 설명을 위해 남산타워 앞에 즐비한 일본어 간판과 2020년 올림픽 개최를 홍보하는 건물이 등장한다. 배송 기사들은 "시대가 많이 변했다. 조선반도에서 올림픽이 다 열린다", "88년 도쿄 올림픽 이후로 30년 만 아니냐" 등의 대화를 나눈다. '88 서울올림픽'도 '일본령 조선'이라는 배경에 따라 '88 도쿄올림픽'으로 바뀌었다.
주인공 슈에게 암살 당하는 독립운동가도 있다. 배경만 현대로 가져온 조선 독립운동이 웹툰에서 중요한 소재임을 알 수 있다.
그는 자신을 '야스모토씨'라고 부르는 슈에게 "나는 안씨다. 너는 조선인이면서 어째서 군부의 사냥개 노릇을 하는 거지? 이대로는 우리에게 아무런 미래가 없다는 걸 모르는가. 너 같은 능력자들마저 현실을 외면하는 거냐"라고 되묻는다.
작가는 웹툰을 시작하기 전에 '본 작품은 픽션으로 등장하는 지명/인물 등은 역사적 사실과 전혀 관계없다'고 명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웹툰은 일부 독자들에게 빈축을 사고 있다. 작가에게 어떤 의도가 있든지 이 시점에 '일본령 조선'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공모전 예선에 어떻게 올랐느냐는 비판이다.
한 독자(아이디: sumi****)는 "일본불매가 굉장히 이슈되는 이런 시기에 '만약 독립이 성공하지 못했다면'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나. 앞으로 내용이 어떻든 주인공이 후반으로 가면 독립운동가가 되든 정말 관심없고 짜증만 난다. 극우파 일본인도 아니고 한국인이 이런 만화를 그리다니 믿을 수가 없다. 예선에서 이 만화 안 거르고 뭐하나"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다른 독자(아이디: eorn****)는 "(그림체나 구도가) 일본 작품 영향 받은 게 많이 보인다. 가상이라고 해도 일제강점기 실제 희생당한 피해자들과 독립운동가들이 존재했고, 이후 우리나라의 역사가 존재하는데 굳이 이 모두를 지우는 건 역사왜곡이란 걸 잊지 말라. 더 예민하게 창작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아직 첫화 밖에 공개하지 않은 작품을 '친일'로 단정짓는 건 섣부르다는 반박도 상당하다. 웹툰 준비 기간을 고려하면 작가가 한일갈등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 독자(아이디: gard****)는 "작품을 오래 준비했을테니 지금 상황에 어떤 의도를 가질 수는 없다. 오히려 일본 지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설정이 현재 우리에게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역사를 다시 공부해 볼 기회가 될 것 같다"면서 "그저 요즘 일본 불매운동 해서 불편한 건 너무 단편적인 것 같다. 소재 자체가 문제가 되는지는 모르겠다"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독자(아이디: jull****)는 "일본에게서 독립하지 못한 한국이라는 설정은 문제 없는 거 같다. 애초에 처음부터 역사적 사실과는 관계가 없다고 명시돼 있지 않나.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향할지도 제대로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까는 건 좋지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네이버 웹툰은 심사 과정에서 작품 전개 방향과 기획 의도를 검토했다. 큰 맥락에서 항일 운동을 다룬 웹툰인만큼,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웹툰 측은 "네이버 최강자전은 매체 연재 또는 출판 경력이 없는 아마추어 작가들이 독자들에게 작품을 선보이고 평가받는 장"이라며 "해당 작품은 친일세력에 어머니와 소꿉친구를 인질로 잡힌 능력자 주인공이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진 인물을 만나 일본에 항쟁하는 스토리로 예선 작품 심사 시 전개 방향과 기획 의도가 검토된 바 있다. 이후 내용을 지켜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ywj201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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