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1624


뒤늦게 제기된 도쿄 올림픽 방사능 문제

[이헌석의 원전비평]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media@mediatoday.co.kr 승인 2019.08.10 11:58


일본 제품 보이콧 운동이 벌어지고, 일본 여행도 눈에 띄게 줄었다. 이 과정에서 내년 도쿄 올림픽 참가도 언급된다. 2013년 아베 일본 총리는 2020년 하계 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가 “통제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당시 아베 총리가 말한 “Under Control”은 이후에도 많이 회자됐다. 하지만 당시 이 발언은 일본 언론조차 의구심을 표했다. 아사히 신문은 당시 보도에서 “방사성 물질 봉쇄 측면에서 오염수는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방사능 오염수 탱크에서 오염수가 누출되면서 아베 총리 발언은 ‘대외 홍보용 발언’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하지만 국내 찬핵진영은 후쿠시마 상황에 언제나 긍정적이었다. 일본의 방사능 오염을 지적한 강연을 ‘괴담 유포’라며 긴 기사를 쓰는가 하면, 일부 인사는 공개적 발언이나 SNS로 ‘미신’이나 ‘탈핵 무당’ 같은 원색적 용어를 이용해 방사능에 대한 우려와 지적을 폄하했다. WTO 일본산 수산물 분쟁에서 우리 정부가 승소한 직후인 지난 5월에는 한국원자력학회가 일본산 수산물이 안전하다는 내용이 담긴 회견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하루 만에 사과 보도자료를 내는 해프닝도 있었다.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4월14일 후쿠시마(福島) 오쿠마 소재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해 관계자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 과거와 달리 방호복이 아닌 양복 차림이다. ⓒ 연합뉴스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4월14일 후쿠시마(福島) 오쿠마 소재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해 관계자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 과거와 달리 방호복이 아닌 양복 차림이다. ⓒ 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잘 수습된다는 걸 보여주려고 도쿄 올림픽을 이용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인근 지역 피난 기준을 완화해 피난 구역을 계속 줄여왔고, ‘먹어서 응원하자’는 캠페인으로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보급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에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제공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아직도 적지 않은 후쿠시마 인근 농수산물에서 방사성 물질이 발견되지만, ‘기준치 이하’라는 이름으로 일본 정부는 이를 유통한다. 


다행히 우리 국민들은 이런 현실을 제대로 이해한다. 지난 2일 진행된 한 여론조사에서 ‘선수 안전이 최우선이므로 추가 안전조치가 없으면 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응답이 68.9%였다. 보이콧 찬성 여론이 많은 것도 의미 있지만, 보수층을 제외한 모든 지역·연령·정당 지지층에서 보이콧 찬성이 다수로 나온 것 역시 중요하다. 그만큼 국민들은 ‘안전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물론 올림픽 보이콧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지난 4년간 열심히 훈련해온 선수들 노고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선수와 관광객 안전조치 없이 무작정 올림픽을 개최해서는 안 된다. 이후 각국 정부가 일본 정부를 향해 더욱 적극 안전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오히려 문제는 국내 찬핵진영과 일부 보수 언론이다. 전국민적 우려에도 이들은 아직도 합리적 의심과 우려를 ‘방사능 괴담’ 정도로 치부한다. 안전하다고 믿는다고 방사능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이중 삼중의 안전망을 통해 유해한 식품을 걸러내는 것이 식품안전의 기본이다. 뒤늦게나마 일본산 수산물 문제가 다시 제기된 것은 우리 국민건강을 위해 다행한 일이다. 


특히 일본 정부의 ‘통제되고 있다’는 선전에 우리 국민이 이용당하는 일은 적극 막아야 한다. 자신들 이해관계나 정치적 이유로 국민안전이 뒤로 밀리는 일은 이제 더 이상 안 된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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