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190811155317336


日 지식인 "아베정권, 한국 굴복 대상으로 여겨".. 규탄 행진

이현미 입력 2019.08.11. 15:53 수정 2019.08.11. 16:16 


도쿄 촛불행동을 지지하는 참가자들이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도쿄 촛불행동을 지지하는 참가자들이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아베정권은 조선에 대한 식민지 지배를 전혀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경제보복을 하고 한국을 굴복의 대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대로는 한·일 관계가 더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케우치 야스히토 역사연구가) 

  

지난 10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한국YMCA에서 열린 ‘2019 야스쿠니의 어둠에, 평화의 촛불을! 야스쿠니반대 도쿄 촛불행동’(도쿄 촛불행동) 심포지엄에 참가한 일본 지식인들은 지난 역사에 대한 책임의식을 요구하며 아베정권을 규탄했다. 

  

한·일 지식인과 시민운동가들로 구성된 도쿄 촛불행동은 매년 광복절(8월15일) 즈음에 도쿄에서 야스쿠니신사 한국인 합사 취소를 요구하며 행사를 열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약 300명이 참석했다. 


지난 10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한국YMCA에서 열린 ‘2019 야스쿠니의 어둠에, 평화의 촛불을! 야스쿠니반대 도쿄 촛불행동’(도쿄 촛불행동) 심포지엄에 참가한 패널들이 발표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10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한국YMCA에서 열린 ‘2019 야스쿠니의 어둠에, 평화의 촛불을! 야스쿠니반대 도쿄 촛불행동’(도쿄 촛불행동) 심포지엄에 참가한 패널들이 발표 준비를 하고 있다.


◆“아베, 조선 식민지지배 정당화” 

  

‘식민지주의의 중단’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 다카하시 데쓰야 도쿄대 교수는 아베 신조 정부의 식민지주의적 사고를 한·일 갈등의 문제 원인으로 진단했다. 

  

다카하시 교수는 “아베정권은 조선에 대한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 하려고 한다”며 “한국에 대한 정책을 보면 아베정권에 식민지주의적 관점이 새겨져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민지 지배는 끝났지만 과거 종주국과 식민지의 관계가 청산되지 않은 ‘후기 식민주의’가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강제동원,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청구권에 관한 문제를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한다’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의 문구를 전가의 보도로 사용하는 아베정부에 일침을 놓았다. “식민지지배가 불법이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은 채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야스쿠니 합사 취소소송 원고인 이병순 씨가 야스쿠니신사에 무단 합사된 아버지의 이름을 빼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야스쿠니 합사 취소소송 원고인 이병순 씨가 야스쿠니신사에 무단 합사된 아버지의 이름을 빼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다카하시 교수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은 타당하다”고도 밝혔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은 국가 간 합의일 뿐 개인청구권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 정부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피해자와 패전 후 소련에 남아 강제노동을 했던 시베리아 억류자들의 개인청구권을 인정해왔다”며 아베정부의 이중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또 “1990년대 외무상도 개인청구권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1991년 8월27일 야나이 외무성 조약국장은 참의원 예산위원회 심의에서 “청구권협정으로 양국이 포기한 것은 외교보호권이며 개인청구권 자체를 소멸시켰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결국 식민지지배를 정당화하려는 아베정부의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그는 지적했다. 다카하시 교수는 “아베 총리는 (조선 지배를 합법이라고 주장하기 위해) 식민지주의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일본 정부가 1910년 한·일병합과 조선 식민지지배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는 근본 문제를 마주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케우치씨도 “‘일본 회의’ 자료를 보면 아베 일각은 식민지지배라는 말 대신 ‘일본의 조선 통치’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식민지지배의 불법성을 제대로 인정하고 새로운 일본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日 “군함도는 집단취식소, 역사왜곡 해” 


도쿄 촛불행동에 맞불 집회를 놓은 일본 우익들.

도쿄 촛불행동에 맞불 집회를 놓은 일본 우익들.


일본 지식인들은 아베정부가 절치부심하며 오래 전부터 역사왜곡을 시도해왔다고 지적했다. 다케우치씨는 “메이지일본의 산업혁명유산을 추진한 단체의 조사 자료를 보면 ‘군함도’에 강제동원은 없었다고 선전한다”며 “생존자 인터뷰를 통해 ‘군함도는 집단취식소였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자료는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만든 것”이라며 “강제동원은 없었다는 게 일본 우파의 사고”라고 지적했다. 

  

일본명으로 ‘하시마’인 군함도는 나가사키 반도 옆에 있는 작은 섬으로, 일제가 섬 전체를 빽빽한 아파트로 만들어놓은 모습이 군함을 닮았다고 해서 군함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섬 일대의 해저 탄광에서 석탄을 캐기 위해 당시 일제와 전범기업인 미쓰비시는 식민지에서 노동자를 끌고와 고된 노역을 시켰다. 강제동원 노동자에게는 살아 나갈 수 없는 ‘지옥섬’이었지만 아베정부는 이곳을 ‘근대화의 상징’이자 ‘자랑스러운 세계유산’으로 미화하고 있다.(민족문제연구소 저서 ‘군함도 끝나지 않은 전쟁’) 

  

◆“한국이 말 바꾼 것 아냐…日이야말로 국제법 위반” 

  

일본 지식인들은 “아베 정부가 피해자인 척” 하며 여론을 선동하는 점도 문제삼았다. 아베정부는 “한국은 국가 간 합의를 계속 뒤집는 신뢰할 수 없는 나라”라며 한국의 약속 파기 때문에 일본이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제철 강제동원 소송 원고 측 대리인인 김세은 변호사는 이에 대해 한국 대법원의 판결 의미를 설명하며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일본은 한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라고 말하는데, 지금 목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은 한국 정부가 아니라 과거에 고통 받았던 늙은 사람”이라며 “국가 간 약속 때문에 피해자 개인이 어떠한 주장도 하지 못하는 게 옳은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국 대법원 판결은 일본을 공격하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했고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지금이라도 제대로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양국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과 2015년 위안부합의 때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이라고 못 박으면서 식민지지배의 성격에 대해선 합의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양국 대법원의 판결이 달라졌다고 김 변호사는 설명했다. 


야스쿠니 합사 취소소송 원고들이 ‘2019 야스쿠니의 어둠에, 평화의 촛불을!’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야스쿠니 합사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야스쿠니 합사 취소소송 원고들이 ‘2019 야스쿠니의 어둠에, 평화의 촛불을!’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야스쿠니 합사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강제동원 피해자는 2003년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원고 패소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이후 한국에서 소송을 진행해 2018년 승소했다”며 “일본 재판소는 한반도 지배가 합법적이라는 전제 아래 일제의 징용령을 인정했지만, 한국 대법원은 이는 한국의 핵심 가치와 정면 배치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효력을 미칠 수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4명의 원고 중 유일하게 살아계시는 이춘식 할아버지는 일본의 수출제재가 시작됐을 때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는 것 같다’고 하셨다”며 “이춘식 할아버지는 1965년 청구권협정 때 아무 의견도 내지 못했는데 국가 간 약속 때문에 일본 정부는 할아버지의 소송 권리를 방해하고 또 다른 사람들(한국 기업 등)을 괴롭히면서 할아버지가 고통을 느끼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대법원 판결에 따라 다음 절차인 신일철주금의 자산을 압류하기 위해선 법원의 압류 명령을 송달해야 하는데 일본 정부가 전달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국제법인 ‘해외송달에 관한 헤이그협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회를 맡은 야노 히데키 ‘조선인 강제노동 피해자 보상 입법을 목표로 하는 일한공동행동’ 사무국장도 “가해자인 일본이 피해자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며 “식민지 지배를 청산해야만 양국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