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561163
'한국은 버릇없고 시끄러운 꼬마'...그 중심엔 '일본회의'가
[TV 리뷰]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긴급 추적! 일본회의' 편
이학후(cinemania) 19.08.11 10:57 최종업데이트 19.08.11 11:14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긴급 추적! 일본회의’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 JTBC
조국 전 민정수석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SNS에 영화 <주전장>을 본 소감을 다음과 같이 적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와 극우세력의 주장을 먼저 던져놓고, 그 문제점을 차분히 차근차근 지적하고 있었다. 이들의 주장은 글을 통해서 알고 있었지만, 얼굴을 보고 육성을 들으며 접하니 더욱 생생했다. 일본 지배 세력이 공유하고 있는 제국주의, 인종차별주의, 성차별주의를 잘 알 수 있었다. 특히 말미에 나오는 '일본회의' 대표 카세 히데아키의 발언을 들을 때는..."
조국 전 민정수석은 앞선 7월 22일엔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한 권의 책을 들고 와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교도통신 서울 주재 특파원을 지낸 아오키 오사무 기자가 쓴 <일본회의의 정체>(2017년 7월 국내 출간)라는 책이다. 그는 SNS와 책을 통해 한일 무역전쟁과 역사전쟁의 배후에 '일본회의'가 있음을 직,간접적으로 알린 것이다.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긴급 추적! 일본회의’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 JTBC
'일본회의'.
우리에겐 생소한 조직 이름이다. 하지만, 서방 언론은 이미 '극단적 우파, 반동적 그룹(CNN)', '강력한 초국가주의 단체(르몽드)' 등으로 평가하며 '일본회의'를 주목했다. 지난 1일 방송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긴급 추적! 일본회의' 편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일본 우익 세력의 본산 '일본회의'의 이면과 야욕을 집중적으로 추적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국 수출 규제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가 아니냐?"는 일본 기자의 질문을 받자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정했다. 그러나 지난 3월 27일 자민당의 외교부 회의에서 아베 총리의 최측근인 신도 요시타카 전 총무상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로) 일본 기업에 직접적인 피해가 있을 때는 일본이 한국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역사 문제를 경제 문제로 대응한 아베 정부의 속내는 이미 만천하에 드러났다.
왜 일본의 우익들은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문제의 진실을 감추는 데 집착하는 걸까? 일본을 수십 년간 연구한 학자들은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문제에 연관된 수출 규제 조치에 '일본회의'가 개입되었다고 지적한다. '일본회의'의 중심엔 카세 히데아키가 있다.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긴급 추적! 일본회의’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 JTBC
영화 <주전장>은 카세 히데아키가 일본 우익 세력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일본회의'의 중심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카세 히데아키는 위안부의 진실 국민운동, 역사적 사실 보급협회, 난징 진실규명 국민운동,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역사모임 등 우익 역사 단체를 이끈다. 그런 활동 속에서 "위안부는 성 노예가 아닌, 매춘부에 불과하다"는 망언을 일삼았다.
<주전장>을 연출한 미키 데자키 감독은 카세 히데아키로 대표되는 우익들의 주장을 '일본은 한국인, 중국인들보다 우월한 존재다'라고 믿는 인종차별주의의 발현이라고 해석한다. 또한,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문제에 임하는 일본 우익의 태도를 인종차별주의에 바탕을 둔 역사 왜곡으로 설명한다.
"일본은 지금까지 결코 어떤 것도 잘못한 것이 없다고 믿는다. 심지어 제2차 세계대전 때도 그들은 공격을 가한 쪽이 아니라 아시아를 자유화시키고 아시아에서 승리를 거둔 장본인이다(라고 믿는다)."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긴급 추적! 일본회의’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 JTBC
제작진은 일본 최대 우익 단체인 '일본회의'의 실체를 파헤친다. '일본회의'는 신흥종교단체 '생장의 집'을 중심으로 우파 종교 단체가 뭉친 '일본을 지키는 모임(1974년 결성)'과 원호(일왕 연호) 법제화를 목표로 정·재계, 학계 우파가 총결집해 만든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1978년 결성)'이 1997년 통합하며 태어난 조직이다.
이들은 무엇을 위해 뭉쳤을까? '일본회의'는 황실 중심, 헌법 개정, 국방 강화, 애국 교육을 핵심 목표로 삼는다. 코바야시 세츠 한법학자는 '일본회의'를 움직이는 핵심 4인방으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쿠라이 요시코 저널리스트, 에토 세이아치 총리 보좌관, 모모치 헌법학자를 지목한다. 그는 이들이 '일본회의'를 활용하여 평화헌법 9조 1항(전쟁 무력 행사 포기), 2조(전력 보유 교전권 불인정)를 개정해서 메이지 헌법으로 회귀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부연한다.
20년 이상 세력을 다지던 '일본회의'는 아베 2차 내각이 등장하면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현재 내각의 19명 중 15명이 '일본회의' 출신으로 꾸려졌다. 일본 참의원/중의원 710명 가운데 약 40% 가까이가 '일본회의'에 속했다. 지방에 있는 의원 약 1600 명 정도가 '일본회의'를 지원하는 의원연맹을 만들었다.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긴급 추적! 일본회의’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 JTBC
'일본회의' 조직은 일본 47개 광역 단체와 3300여 시정촌에 거점을 두고 있다. 이외에 황실 중심, 헌법 개정, 애국 교육, 국방 강조, 그리고 신사 참배를 위한 여러 프런트 조직이 활동하고 있다. 현재 일본 사회는 '일본회의'가 운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회의'는 야스쿠니 역사관을 앞세워 역사 수정을 추구한다. 제작진은 대표적인 사례로 '군함도'를 꼽는다. 일본은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당시에 강제 징용의 어두운 역사를 알리겠노라 약속했다. 그러나 약속은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았다. 도리어 '일본회의'의 지원을 받은 민간연구소의 연구위원이 UN 인권이사회에서 "(군함도의 강제징용은) 역사적 사실과 완전히 반대"라는 궤변을 늘어놓기에 이르렀다.
1993년 일본 정부는 위안부 강제 징용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내놓았다. 1997년엔 중학교 교과서에 위안부 문제를 실었다. 그러나 아베를 중심으로 한 '일본회의'가 권력을 잡으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2006년 일본 교육기본법을 바꾸어 '애국심 교육'을 근거로 중학교 교과서에서 위안부 부분을 삭제했다.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긴급 추적! 일본회의’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 JTBC
아베 정권은 '일본은 잘못이 없다'는 전제를 깔고 역사를 수정한다. 10년간 '일본회의'를 연구한 이영채 일본 게이센여대 국제사회학과 교수는 '아름다운 일본, 특별한 일본'을 기치로 한 '일본회의'가 태평양 전쟁을 침략이 아닌 해방으로 호도하는 작금의 현실을 비판한다.
"일본이 '선'이란 것은 다른 타자들은 어떻게 보면 열등한 거죠. 그래서 선한 일본이 열등한 민족에 대해서 지도를 하고 교육을 하는 것은 침략주의가 아닌 거고. 식민지를 정당화하는 거죠."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긴급 추적! 일본회의’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 JTBC
'일본회의'는 언론을 통해 왜곡, 조작된 뉴스를 쏟아내어 일본의 여론을 입맛대로 움직이는 상황이다. 위안부 문제 등 역사를 바꾸는 데 미국이 중요하다고 여긴 역사 수정주의자들은 미국의 백인 유튜버 토리 마리노를 스피커로 삼아 거짓된 주장을 퍼뜨리고 있다.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기사를 쓴 기자에게 돈을 지불한 적도 있다.
더욱더 무서운 건 '일본회의'가 미국 학자들을 광범위하게 후원한다는 사실이다. 최진봉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미국의 의식을 바꾸려는 '일본회의'의 전략을 주시한다.
"일본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만드는 학자들을 미국 내에 많이 만들어내는 거예요. 그럼 일본에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생기는 거잖아요."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긴급 추적! 일본회의’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 JTBC
아베와 '일본회의'는 전쟁 전으로의 회귀를 꿈꾸고 있다. 군국주의 시절로 돌아가기 위해 일왕제 수호와 숭배, 자학적인 역사 교육의 부정,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로의 복귀, 등의 단계를 하나씩 밟아가고 있다. <일본회의의 정체>에서 아오키 오사무 기자는 아베 내각이 '일본회의'와 결탁해 일본의 민주주의 체제를 사멸의 길로 몰아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아베 총리는 A급 전범을 신으로 모시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교과서에선 위안부 문제와 난징 대학살을 지웠다. 평화헌법의 개정을 위한 움직임도 여전하다. 우리에겐 기습적인 경제 도발로 가했다 '한국을 버릇없고 시끄러운 꼬마'로 여기는 '일본회의'와의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한일 갈등의 원인이 전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다고 주장하며 '(한일 관계 악화로) 한국 여자들 7천원에 몸을 팔게 될지도'란 제목을 단 어처구니없는 유튜브 동영상을 160만 명이나 시청하는 지금, 영화 <주전장>, 책 <일본회의의 정체>, TV 시사프로그램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긴급 추적! 일본회의' 편은 우리가 싸워야 할 진짜 적이 누구인지, 정체는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려준다. 그리고 치밀하고 집요한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 더 깊이 들여다보길 제안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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