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59635
'방사능 올림픽'이 안전하다는 아베의 위험한 발상
[주장] 동경올림픽 참가자들에게 후쿠시마 식품 제공하겠다는 일본, 적극적으로 거부해야
19.08.06 08:01 l 최종 업데이트 19.08.06 08:01 l 글: 김제남(jnkim517) 편집: 김예지(jeor23)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7월 24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0년 도쿄 올림픽 기념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 연합뉴스/UPI
2020년 여름 동경올림픽을 1년여 앞두고 '방사능 올림픽'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가 발생한 지 8년이 지났다. 동경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가 난 지 햇수로 10년이 되는 해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후쿠시마 아즈마 야구장에서 올림픽 야구와 소프트볼 경기를 치르고,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이 후쿠시마산 식자재로 만든 음식을 먹어도 될 만큼 피해가 복구된 것일까?
지난 2018년 3월 일본 동경올림픽 조직위원회는 < 2020 동경올림픽 식음료서비스를 위한 기본전략 >을 통해 '동경올림픽에 제공되는 음식 및 음료서비스는 재난을 당한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을 최대한 활용하여, (이를 통해 해당 지역의) 재건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조직위원회는 원전사고 지역의 식품 안전성을 확보했다며 '2015년 4월 이후 후쿠시마에서 생산된 쌀이나 야채는 허용치를 넘는 방사성 물질을 함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고, 일본의 모든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림 어업 제품은 사람이 소비하는 데 100% 안전하다'는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100% 안전하다'는 일본 정부는 무엇을 감추는가
그러나 올해 4월 일본 후생노동성이 공개한 '2018년도 일본 전역 농수축산물 방사성물질 검사결과'는 일본 전역이 방사능에 오염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와 환경운동연합이 후생노동성 검사결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야생육은 44.6%, 농산물은 18.1%, 수산물은 7%에서 방사성물질 세슘이 검출됐다. 농산물 중 두릅, 고사리, 죽순류에서 세슘이 기준치 100베크렐/kg의 4~7배 이상 검출되었고, 표고버섯은 조사대상의 54%에서 세슘이 검출됐다. 후쿠시마 사고 8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일본 전역에서 방사성물질이 검출되고 있고 방사능에 오염된 농축수산물이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동경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제시한 '일본 농축산물을 사람이 소비하는 데 100% 안전하다'는 자료는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와도 다른, 거짓말이 되었다.
일본 아베 총리는 동경올림픽 유치연설에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은 '완전 통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말은 통제되고 있지 않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 현장이 속속 드러나면서 거짓말로 밝혀지고 있다.
최근 <아사히신문>은 '후쿠시마 원전 지하에 1만8000톤에 달하는 고농도 오염수가 통제되지 않고 남아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의 보도처럼 후쿠시마 사고의 가장 심각하고 어려운 문제는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는 고농도의 방사능오염수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녹아내린 핵연료를 냉각하기 위해 매일 바닷물을 원자로에 투입하고 있고, 그 물은 방사능오염수로 쌓이고 있다. 또한 녹아내린 원자로 건물로 지하수가 유입되어 고농도의 용융염과 섞이고, 고준위 방사능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고준위 방사능오염수를 처리해 1000여 개의 탱크에 보관하고 있다지만, 손을 쓸 수 없는 엄청난 수준의 고농도 오염수가 1만8000톤이나 남아있다는 것이다.
고준위 오염수가 통제되지 못한 채 지하수와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더 심각한 재앙으로 확대될 수 있다. 원전폭발사고 초기 몇 년간 고농도 방사능오염수가 그대로 바다로 유입되어 바다와 수산물이 높은 수준의 방사능으로 오염됐다. 그때도 아베 총리는 방사능오염수가 연안 안에서 완전 차단되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방사능 오염은 통제되고 있지 않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매일 늘어나고 있는 고농도의 방사능오염수는 통제되고 있지 않다. 해수면에 가깝게 지어진 원전 건물로 유입되는 지하수를 막기 위해 동토벽을 설치했지만 지하수 유입을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또한 그린피스의 '도쿄전력이 자초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등에 따르면, 약 100만 톤의 고준위 방사능오염수를 기준치 이하로 처리해 탱크에 보관한다고 밝혔던 도쿄전력은 대부분의 방사능오염수를 기준치 이내로 처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방사능오염수 처리에 실패하고 있음을 시인한 것이다.
아베 정부는 2020년까지 방사능오염수를 기준치 이하로 처리해 태평양으로 투기할 계획을 갖고 있다. 아베 정부와 도쿄전력은 어떻게든 오염수를 값싸고 빠르게 처리해버리고 싶겠지만, 방사능오염수의 태평양 투기계획은 국내외 반대여론에 직면해 있다. 방사능오염수를 태평양으로 쏟아버리면 인근 바다와 어민의 생존은 끝장난다.
지난 2014년 후쿠시마 사고 현장을 방문했을 때 간담회 자리에서 만난 후쿠시마대학 환경방사능연구소의 아오야마 미치오 교수는 "사고 이후 바다에 유출된 방사성물질의 농도는 낮아졌지만 오염 총량은 20% 이상 늘었고, 큰 문제는 수산물 농축지수가 높은 세슘의 오염 총량이 27%까지 늘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바다에 유출된 방사성물질의 80%가 바다의 바닥으로 가라앉았다면서 후쿠시마 연안역과 해저에서 서식하는 수산물의 방사성물질 농축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후쿠시마 사고가 난 지 8년이 지난 지금도 고준위 방사능오염수가 통제되고 있지 않다. 후쿠시마 바다에서 나는 수산물을 '기준치 이하라 안전하다'며 안심하고 먹을 수 없는 이유이다.
지난 4월 12일 세계무역기구(WTO)는 한국 정부의 일본 수산물 수입 규제 조치가 '위생 및 식물위생 협정'에 합치한다고 판정했다. WTO 상소기구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환경영향이 식품에 잠재적으로 미칠 수 있는 위해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일본이 주장한 연간 피폭선량 허용한도 1mSv라는 기준치를 충족한 것만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안전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판정한 것이다. WTO는 '가능한 방사능 노출을 최소화하라(ALARA; 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는 국제 방사능 방호 원칙을 인정했다. WTO가 환경과 건강을 중시한 매우 의미 있는 판례를 남겼다.
▲ 지난 2014년 이다테무라 청사 앞 방사선계측기. 공간선량 2.5마이크로시버트(μSv)를 나타내고 있다. ⓒ 김제남
선수들은 후쿠시마산 음식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동경올림픽에 출전하는 젊은 선수들이 후쿠시마산 음식을 먹는 것은 피해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진행형이며 방사능 오염은 통제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음식으로 인한 방사능 피폭으로부터 선수들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방사선 영향을 더 많이 받는 젊은 선수들이 방사성물질에 오염된 경기장에서 뛰고, 방사능에 오염된 음식을 먹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대한올림픽위원회는 한일 수산물 분쟁에서 한국이 승소한 이유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일본 동경올림픽 조직위원회에 공식적인 항의와 철회를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 동경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후쿠시마산 음식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일본 부흥청 홈페이지에는 '후쿠시마를 먹자'라는 캠페인성 만화가 실려 있다. 후쿠시마 농수산물을 소비해서 후쿠시마 부흥, 일본 부흥을 이루자는 취지겠지만 정직하지 않은 나쁜 캠페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방사성핵종에 오염된 농산물은 씻거나 끓이거나 볶는다고 해서 없어지지 않는다. 방사성물질로 오염된 음식을 먹으면 우리 몸은 방사선에 피폭된다. 안전한 원전은 없듯이 안전한 방사선량은 없다. 단 한 번의 적은 양의 방사선에 피폭되는 것으로도 유전자 손상이나 암을 일으킬 수 있다. 피해를 주지 않는 방사선 피폭은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후쿠시마산은 안전하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으니 철저한 검사와 투명한 정보는 더더욱 뒷전일 것이다.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소비하는 국민의 건강과 인권은 뒷전이 되는 셈이다. 후쿠시마 농수산물 소비를 권장하는 정부 방침에도 불구하고 일본 국민 대다수는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구입하지 않는다고 하니 후쿠시마 고향으로 돌아가 평생 먹고 살아야 하는 주민의 건강과 생존이 큰 걱정이다.
올해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8주년을 맞아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원전 재앙의 최전선>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는 '원전폭발 사고로 전체가 피난 지역이었던 나미에와 이다테 지역의 방사능 오염은 사람이 들어가 살 수 없을 정도로 여전히 오염되어 있다'고 밝혔다. 나미에와 이다테 지역의 방사능 오염은 국제 권고 최대치보다 5배에서 최대 100배까지 높았다.
지난 2014년 필자가 방문했던 이다테무라과 나미에마치는 모든 것이 정지된 채 죽음의 도시가 되어 있었다. 그때 당시 나미에마치 희망목장에서 측정했던 방사능 수치도 기준치의 20배 이상 높았다.
2014년에 만난 일본 원자력전문가인 고이데 히로아키 교토대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수습하려면 10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세슘 137의 방사능 독성이 반감기에 반감기를 거쳐 10분의 1로 줄어드는데 100년이 걸린다. 그런데 아베총리는 2020년 동경올림픽을 앞두고 후쿠시마 참사의 기억과 방사능의 위험을 다 지워버리려고 한다.
아베정부는 동경올림픽을 앞두고 후쿠시마 부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주민의 귀환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일반인의 피폭허용한도를 1mSv에서 20mSv로 무려 20배 이상 올려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이 살 수 있는 지역처럼 되어 버렸다. 주민에게 귀환을 강요하고 피난주민에게 지원하던 가설주택이나 이주정착금도 끊었다. 주민들은 방사선 피폭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강제귀환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아베정부의 모든 정책은 동경올림픽과 부흥을 향해 달리고 있다.
진실 은폐한 올림픽으로 핵재앙을 막을 순 없다
아베 정부가 욕망한다고 후쿠시마 사고를 통제할 수 있을까? 아베 정부가 통제하고 있는 것은 후쿠시마의 진실을 은폐하는 정보와 언론일 것이다. 아베 정부는 정보와 언론을 통제하면서 2020년 동경올림픽과 아베정권의 부흥 프로젝트를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부흥올림픽으로 진행 중인 핵 재앙을 멈추게 하거나 감출 수 있을까? 원폭피해 국가가 원전강국을 건설하여 돌이킬 수 없는 후쿠시마 핵재앙을 초래했는데, 원전을 재가동하고 올림픽에 후쿠시마 안전 신화를 또다시 동원하고 있다. 아직도 일본은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과거로부터 배우지 못하고 있다. 일본 아베 정부는 세계평화의 상징인 올림픽을 앞두고 세계시민을 향한 혹세무민을 멈추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제남씨는 녹색연합 전문위원이자 전 정의당 국회의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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