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191015123347797
'日의 노무현' 파격 목소리 "아베, 국익 훼손..한국은 죽지 않는다"[인터뷰]
김희윤 입력 2019.10.15. 12:33 수정 2019.10.15. 15:49
[일본에서 본 한일갈등]<5>일본의 신보수 레이와 신센구미 야마모토 타로 대표 인터뷰
자신은 최다 득표 하고도 낙선, 중증장애인 2명 당선시켜..'바보 타로' 노무현 닮은꼴
'전쟁가능법안' 통과 투표 당시 아베 총리와 자민당 의원들 향해 묵주들고 참배 "일본 민주주의는 죽었다"
참의원 선거 낙선 후 전국 순회연설에 나선 레이와 신센구미 야마모토 타로 대표는 신보수를 자처하지만, 아베 정부의 대한()외교를 두고 "국익을 훼손하는 외교"라고 일갈한다. 앞서 참의원으로 활동한 6년 간 그는 '아베 저격수'로 활동한 바 있다. 사진 = 이경도PD
[오비히로(일본)=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다케시마(독도)를 한국에게 돌려주자”고 말하는 일본 정치인이 있다. 강제징용 한국인들의 개인 청구권마저 소멸된 것은 아니며 일본 기업이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 정부는 이 문제에 손을 떼라고 한다. 아베 신조(安倍信二) 정부 정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야마모토 타로(山本太郞·45). 배우였던 그는 동일본 대지진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를 계기로 탈원전 운동에 나섰다가 정부에 ‘찍혀’ 일이 줄어들자 연예계를 떠나 정계에 투신했다. 참의원 당선 후 6년을 아베 저격수로 활약한 그는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때 ‘레이와 신센구미’(令和 新選組)를 창당해 99만 표를 얻고도 낙선했다. 대신 2명의 중증장애인을 비례대표를 당선 시켜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그런 그가 선거가 끝난 뒤 돌연 거리로 나서 열도를 순회하며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정치인이 되고 있다. 정치에 무감한 일본 국민들의 움직이기 위해 현장을 직접 발로 뛰기 시작한 것이다. 금기를 깨는 독특한 그의 가두연설은 연일 화제다. ‘야마모토 타로 현상’이란 신조어도 만들어내고 있다. 현지 언론 역시 주시하고 있다. 일본 주요 언론의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그를 ‘포스트 아베’ 즉, 차세대 총리감이라는 보는 시각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최근 홋카이도(北海道) 거리연설에서 그는 일본 정부의 대한(對韓)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졸렬한 정치를 가리기 위해 (한국을) 베일로 이용하지 말라”고 외쳤다. “한국 죽여버려라”는 우익의 힐난엔 “한국은 죽지 않는다”며 모집으며 오히려 한일관계 정상화를 강조한다. 대체 어떤 생각을 하길래 이런 ‘간 큰’ 발언을 하는 걸까. 지난달 27일 일본 홋카이도 오비히로(帶廣)에서 가두연설 중인 그를 만나 생각을 직접 들어봤다.
전쟁 가능한 일본을 위한 자위대 설치 등을 골자로 한 아베 정부의 개헌안 4개 항목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야마모토 대표의 모습. 사진 = 이경도 PD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문재인 정부와 아베 정부 간 경제적인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오늘은 (연설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일본엔 한국에 수출하는 것만으로 거둬들이는 연간 6조엔 가량의 수익이 존재한다. (일본의 연간 대한 수출액이 6조 엔이라는 의미) 지금처럼 한일 관계가 악화된다면, 향후 수출액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일본 국익을 생각한다면, 현재 아베 정부의 외교는 국익을 훼손하는 외교라고 생각한다.”
이 말이 끝나자마자 묻지도 않았는데 그는 일본 경제 현황과 아베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을 준비한 듯 이어갔다. 특히 불황과 세금 탓에 ‘새로운 빈곤층’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며 일본 정치인들이 꺼리는 말까지 쏟아냈다.
“일본 경제는 지난 20년간 디플레이션이 지속됐고, 증세가 추진되면서 많은 국민들의 생활이 궁핍해졌다. 그 와중에 한 줄기 빛으로 존재하는 것이 바로 관광객이다. 그런데 최근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한국 관광객 숫자가 급감했다. 이에 타격을 입는 지역과 관광업 종사자가 많다. 대체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 정부는 이러한 외교적 자세를 관철하고 있는 것인가. 지금 일본 정부의 외교정책은 다시 말해 ‘목표’가 보이지 않는 상태다.”
-한일 경제 갈등의 원인을 무엇이라 보는가.
“징용공 문제다. 개인의 청구권까지 소멸하지는 않았다는, 한국 사법부가 낸 결과는 당연한 것이라 본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본 내에서 과도하게 반응한 것이 갈등의 근본 원인이 됐다. 확실하게 말씀드리자면 징용공 개인은 당사자, 즉 피해자였다. 물론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통해 국가적 배상은 해결이 이뤄졌지만, 그 안에서도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은 점은 이미 일본 내에서도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징용 피해자와 해당 기업 간 사죄와 보상 문제는 전적으로 기업에 공이 가 있는 상황이지만, 이에 대해 국가가 나서 ‘그런 요구를 들어주지 말라’는 지시 혹은 압력을 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의 논점은 자연스럽게 일본 정부가 곧 일본 국민은 아니라는 ‘정부와 국민 분리론’으로 이어졌다. 한국인들의 아베 정부에 대한 반감이 일본 국민들에 대한 그것이 아니기를 바라는 것일까.
“양국 간 싸움으로 일본은 큰 경제적 손실을 입고, ‘일본은 역시 과거에 대해서 (사죄하지 않는다)’는 한국의 국민감정에 또 한 번 상처를 입히게 된다. 어떻게 생각해도 현재 아베 정부의 외교적 자세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행동으로 해석된다. 그러므로 그 국가의 정치가, 그 국민의 본의는 아니라는 점을 한국 국민들이 이해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회담을 가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오른쪽)과 아베신조 일본 총리(왼쪽)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아베 정권의 대한(對韓) 정책과 혐한 방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개인적으로는 일본 정부가 호전적인 내셔널리즘(민족주의)을 부추김으로써, 국내 정치의 실패로부터 국민들의 시선을 바깥으로 돌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빈부 격차의 가속화 속에 아베 정부는 소수를 위한 정치를 하고 있다. 사람들이 점점 살기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경제 정책의 개선 보다 국민의 관심사를 다른 쪽으로 돌리는 건, 이런 정치 전략이 훨씬 빠른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베 정부의 대한국 정책을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태도로 인식하는 듯했다.
“아베 총리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27회 정상 회담을 했지만, 북방 영토(쿠릴열도) 문제에 관해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 같은 문제 상황 속에도 러시아를 대하는 태도가 한국에 대한 자세와 너무도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분들께는 실례되는 말이지만 일본 정부가 상대를 봐가면서 태도를 달리하는, 어쩌면 쉬운 상대를 골라 괴롭히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의 불매운동에 대해서도 그의 소신은 거침이 없었다.
“불매 운동으로 인해 한국인 관광객이 감소했고 그 피해는 경제 이외의 지역 주민 생활의 불편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았던 지방 공항엔 한국행 노선이 생겨 지역 주민들의 해외 이동 자유도가 높아졌었다. 하지만 최근 잇따라 한국행 노선이 운항 취소 되면서 지역에서 해외로 이동하려면 반드시 도쿄를 거쳐서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 수출 규제 조치는 (일본) 자국민에게도 크게 민폐를 끼치고 있는 상황이다. 정말 용서할 수 없는 문제다.”
야마모토 대표는 일본 정치의 주류에선 벗어나 있다. 다만 냉철한 현실론자이자 일본 실질적 국익을 가장 우선시하는 ‘새로운 보수’로 자리매김 중이다. 그의 새로운 정치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아니면 찻잔 속 태풍에 그칠까. 그의 광폭 행보와 더불어 레이와 신센구미의 앞날과 일본 국민들의 선택이 자못 궁금하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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