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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입원증명서’ 검찰 또 언론에 공표, ‘꾀병’ 논란 부채질
강석영 기자 getout@vop.co.kr 발행 2019-10-18 15:34:48 수정 2019-10-18 15:34:48
이태원 살인사건 현장검증이 열리는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양지웅 기자
“뇌종양·뇌경색 진단으로 검찰 조사를 안 받으려 한다”
“허위 진단서로 구속을 피하고, 재판까지 지연시키려 한다”
“재벌처럼 꾀병 부리며 동정표를 얻으려 한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건강 문제를 둘러싼 의혹들이다. 이는 검찰에서 시작돼 일부 언론을 통해 왜곡·과장됐다는 점에서, 검찰이 또 부적절한 공표로 여론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검찰은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인 의료 정보를 이용해, 조 전 장관에 대한 ‘보복 수사’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4일 조 전 장관이 사퇴한 날이다. 정 교수는 이날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사퇴 소식을 접하고 더는 조사받기 어렵다며 중단을 요청했다. 조사를 마친 정 교수는 곧바로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 검찰의 재출석 통보에 정 교수 측은 건강상 이유로 하루 미뤘다.
정 교수의 건강 문제는 언론을 통해 처음 밝혀졌다. 주진우 기자는 15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정 교수가 며칠 전 뇌경색과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 측은 이날 밤 변호인을 통해 팩스로 정 교수의 ‘입원 증명서’를 제출했다.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공소장이 국회에 제출된 17일 오후 경북 영주시 동양대학교 정 교수 연구실 앞 복도에 적막감이 돌고 있다. 2019.09.17.ⓒ뉴시스
문제는 검찰이 해당 ‘입원 증명서’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딴지를 걸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16일 기자들과 만나 “증명서 하단에 의사 성명, 면허 번소, 직인이 없는 상태”라며 “요건 갖춘 문서를 받은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정 교수 측에 증명서 발급기관과 의사 이름이 적힌 증명서 원본, MRI 등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이어 “(증명서에) 진료과는 정형외과로 기재돼 있다”라고 지적하며 “현재까지 변호인에서 보낸 자료만으로는 뇌종양 진단을 확정할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뇌 질환에 걸렸다는 정 교수 측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취지다.
이에 정 교수 측 변호인단은 즉각 반발했다. 변호인단은 이날 “(정 교수의) 입원 장소 공개 시 병원과 환자의 피해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 부분을 가리고 제출하겠다는 뜻을 사전에 검찰에 밝혔다”라고 강조했다.
검찰의 증명서 원본 요청에 변호인단은 “다시 한번 입원 장소 공개 문제에 대한 우려를 밝혔고 또한 추가적인 정보에 대해 피의자가 다음날 출석하니 필요하면 검찰 측과 논의를 거쳐 조처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분명히 밝혔다”라고 말했다.
이어 “입·퇴원 확인서상 정형외과 기재와 관련해서도 여러 질환이 있어 협진한 진료과 중 하나이므로 이 부분 오해도 없길 바란다”라고 지적했다.
검찰마크ⓒ뉴시스
검찰과 변호인의 말을 종합하면, 정 교수 측은 진단서가 아닌 입원 증명서를 제출했다. 해당 증명서에는 주요 병명과 진료과인 정형외과만 기재돼 있고, 발급기관, 성명, 면허번호 등은 빠져 있다. 이에 일부 언론들은 정 교수 측이 ‘허위 증명서’를 만들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입원 장소를 공개하면 병원과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라는 정 교수 측의 우려가 변명에 불과하다고 치부할 수 없다. 지금까지 검찰은 조 전 장관 일가 수사에서 ‘피의사실 공표’를 최대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 교수의 서울대 동창이 원장으로 있는 정동병원이 입원 장소로 잘못 알려져 해당 병원 사이트가 한때 마비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해당 증명서로 뇌종양 진단을 믿을 수 없다’라는 취지의 검찰 관계자의 발언은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 해당 발언을 바탕으로 “정 교수가 꾀병을 부리고 있다”, “구속을 피하고 재판을 피하려는 속셈이다” 등의 의혹이 생성됐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특수부 축소 등과 관련한 검찰개혁안을 발표 후 굳은 표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9.10.14ⓒ김철수 기자
의료인들은 검찰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 “광기 어린 일”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사무처장은 18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진단서가 아닌 입원 증명서를 제출한 자체가 꼼수’라는 주장에 “입원 증명서는 입원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병가, 휴직에 사용된다”라며 “진단서 대신 (입원 증명서가) 많이 쓰는 이유는 진단만 가지고 중증 여부를 거론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증명서에 정형외과로 적힌 이유에 대해 “입·퇴원 확인서는 그 질환으로 진단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 질환으로 입원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된 진료를 했던 입원과에서 작성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정 사무처장은 “질환의 내용이 간단하게 공개된 것으로 모자라 어떤 진료과에서 어떤 종류의 문서를 증명했는데, 이게 법정 문서가 아니다 맞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너무 과도하다”라며 “공개된 질병 자체가 거짓인 것처럼 단언하는 방향으로 가는 건 너무 광기 어린 일이 아니냐”라고 말했다.
그는 휠체어를 타고 출석한 재벌들에게도 이런 일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의과대학 출신 성형외과 전문의 이주혁 씨는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아무리 사회적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는 사건이라 해도, 수사 대상자의 인권과 개인적 사생활이 무분별하게 노출돼도 좋다 할 수는 없다”라며 “일반인인 정 교수의 현재 질병 내역, 진단명을 온 국민이 알아야 한다고 당연하다는 듯 신문들이 떠들어대는 것은 대체 누가 그리 해야 한다고 정했는가”라고 일갈했다.
이어 “정 교수가 얼마나 아픈가, 그게 구속 수사에 영향을 줄 정도인가와 같은 사실은 수사기관에서 신중하고 비밀스럽게 판별해야 할 일이지, 이렇게 언론에 무자비하게 유포되고 상관도 없는 사람들한테 죄 떠벌려질 일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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