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강만수 아니었어도 산은 공공기관 해제했겠나
입력 : 2012-02-01 21:38:50ㅣ수정 : 2012-02-01 21:38:52
기획재정부가 그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현 정권 실세인 강만수 전 재정부 장관이 회장으로 있는 산은금융지주·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을 공공기관에서 해제했다. 산은 임직원들에게 ‘자리를 걸고 공공기관에서 해제시키겠다’고 공언해왔던 강 회장으로서는 자신의 힘을 증명해보인 쾌거일지 모르나 재정부는 특혜 시비를 자초해 스스로 공신력을 실추시켰다.
재정부가 내세운 산은의 공공기관 해제 이유는 군색하기 짝이 없다. ‘인력운영·예산집행상의 제약 때문에 민영화 대상기관으로서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산은과 기은의 민영화 방침이 발표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재정부는 지난 수년 동안 ‘민영화가 완료되면 공공기관 해제는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논리로 이들 기관의 공공기관 해제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던 것이 대통령 최측근 기관장이 취임해 밀어붙이니 ‘민영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군색한 논리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기은은 사실상 산은에 업혀간 꼴이다.
공공기관은 정부의 투자·출자, 재정지원으로 설립·운영되는 곳으로 당연히 예산·인사·조직운영 등에서 정부의 간섭을 받는다. 산은은 사실상 100% 정부 소유이며, 기은의 정부 지분은 68.6%다. 이들 기관이 잘못되면 국민혈세가 투입돼야 하는데 이런 국책은행을 공공기관에서 제외해 민간기업처럼 운영하도록 하겠다니 정부가 제정신인지 의아할 따름이다. 금융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세계적 추세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공공기관 지정·해제의 무원칙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정부 보유 지분이 전혀 없는 한국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해놓고 있는 사실이다. 이명박 정권 초 정부가 미는 것으로 알려진 대통령 측근 인사가 거래소 이사장 취임에 실패한 뒤 거래소에 대한 검찰 수사, 감사원 감사가 실시됐고 이어 정부가 2009년 1월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했다. 당시 정부 뜻을 거스른 신임 이사장에 대한 사퇴압박 수단으로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했다는 관측이 파다했고 결국 이사장이 중도 사퇴했다.
재정부는 이번에 한국거래소의 경우 주무부처가 요청하지 않았고 방만경영 전력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공공기관 해제에서 제외했다. 공공기관 지정·해제가 이처럼 자의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관료집단의 횡포라 할 수 있다.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집단)’의 힘을 보여주는 부끄러운 후진국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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