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10300930001


아라가야 왕성축조 대규모 토목공사 확인…한성백제 풍납토성과 같은 판축공법으로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입력 : 2019.10.30 09:30 


경남 함안 가야리 추정 왕궁지에서 확인된 판축공법의 흔적. 나무기둥과 판을 만들어 그 안에 흙을 단단히 다진 뒤 한층한층 쌓아올리는 기법이다.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였음을 알 수 있다.|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제공


‘나무기둥과 판축공법으로 쌓은 왕성이 틀림없다.’ 아라가야 왕성으로 추정되는 함안 가야리 유적(사적 제554호)에서 대규모 토목공사 흔적이 확인됐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아라가야 추정왕궁터 중심유구인 토성에서 판축성벽 축조와 관련된 나무기둥과 횡장목(판축 때 가로방향으로 고정한 목재) 등 목조 구조물과 달구질 흔적을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판축은 나무기둥과 판으로 틀을 만들어 흙을 넣고 목봉 등으로 단단하게 다지는 방법으로 한층한층 쌓아올리는 토목공법이다.


한성백제의 도성인 풍납토성의 판축공법 복원 모형. 나무 기둥과 횡장목(가로 목재) 등과 나무판으로 틀을 만든 뒤 그 안에서 흙을 단단히 다지는 방법으로 성을 한층한층 쌓아갔다. 판축공법을 사용하면 흙으로 쌓은 성이지만 송곳조차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다. |한성백제박물관


한성백제(기원전 18~기원후 475)의 도성인 풍납토성이 판축공법으로 쌓은 대표적인 성이다. 길이 3.5㎞, 폭 43m, 높이 11m의 풍납토성을 쌓는데 동원된 연인원은 무려 45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판축공법으로 다진 성벽은 송곳으로 찔러도 흠이 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다.


이번에 확인된 판축토성벽의 경우 판재를 지지하는 나무기둥이 성벽 기초부에 성벽을 따라 중심토루(굴착공사에서 특정부분의 지지물) 내외곽에 약 60~80㎝ 간격으로 열을 지어 설치돼 있었다. 안팎으로는 약 6m 간격을 두고 평행하게 설치된 나무기둥 사이로는 중심토루가 있었다. 또 성벽을 가로질러 설치된 횡장목(가로 방향 목재)은 중심토루 윗부분 약 60~70㎝ 깊이에서 확인됐다. 추정지름 10~15㎝, 길이 약 4.8m인 횡장목 역시 8개가 약 60~80㎝의 간격으로 좁은 범위에서 나무기둥을 중심으로 연결 설치돼 있었다.


백제 부소산성의 판축구조물 복원도. 판축은 나무기둥과 판으로 틀을 만들어 흙을 넣고 목봉 등으로 단단하게 다지는 방법으로 한층한층 쌓아올리는 토목공법이다.


중심토루는 5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나란히 성토다짐(성질이 다른 흙을 서로 번갈아가며 쌓아올리는 기술) 되었다. 나무판 안에서 점성이 높고 고운 점질토를 달구(집터를 평평하게 고르는 기구)로 두드려 다진, 이른바 달구질 흔적이 확인된 것이다. 가야 영역에서 목조 구조물과 이를 사용한 축성기술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숙자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실장은 “판축기법으로 성을 쌓으려면 나무기둥과 횡장목(가로목재) 등의 목조 뼈대를 설치한 뒤 운반해온 흙을 달구질하는 방법을 반복해야 한다”면서 “그만큼 대규모 인원이 투입되는 대대적인 토목공사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익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장은 “토성의 규모는 전체 높이 약 8.5m, 폭은 20m 내외로 추정된다”면서 “축조기법과 유물, 탄소연대 등을 통해 볼 때 아라가야 왕궁지는 5세기말~6세기 초에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달구질의 흔적, 나무판 안에서 점성이 높고 고운 점질토를 달구(집터를 평평하게 고르는 기구)로 두드려 다진, 이른바 달구질 흔적이 확인됐다.|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제공


함안 가야리 일대는 1587년(선조 20년)에 제작된 읍지 <함주지>와 일제강점기의 고적조사보고 등에서 아라가야 왕궁지로 추정된 바 있다. 2018년 5월부터 발굴조사를 벌여온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지금까지 토성벽, 목책, 건물지 등 다양한 왕성 관련 시설과 무구류 등의 유물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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