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05576.html?_fr=mt1


“박찬주 사모 하인 노릇하며 1년을 감옥살이했습니다”

등록 :2017-08-04 16:34 수정 :2017-08-04 19:04


공관 근무병 4일 언론 인터뷰 “사령관 거짓말 보고 제보 결심” 

“화분 관리 못했다고 베란다 감금도” “공관근무보다 GOP가 더 편했다”


박찬주 사령관 부부의 ‘갑질’을 겪은 공관병이었던 군인권센터 제보자가 4일 오전 당시 심경을 밝히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박찬주 사령관 부부의 ‘갑질’을 겪은 공관병이었던 군인권센터 제보자가 4일 오전 당시 심경을 밝히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편집자주: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 부부 갑질사건의 피해자인 한 전역 공관병이 4일 언론 인터뷰에 나섰다. 그는 직접 겪거나 동료 공관병이 당한 박 사령관 부부의 ‘가혹행위’를 시민단체 군인권센터에 이야기를 전한 장본인이다. 인터뷰는 모처에서 30여분간 진행됐다. 그는 “박찬주 대장이 (가혹행위를) 발뺌하는 모습을 보고 사실을 알려야겠다 생각해” 시민단체와 언론 제보를 고민했다고 한다. <한겨레>는 그의 표현과 심경을 가급적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발언 원문을 최대한 살려 기록해 전한다.


저는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의 ‘공관병’으로 일했습니다. 6개월~1년 동안 박 사령관의 공관에서 ‘사모의 하인 노릇’을 하며 ‘좀 큰 감옥’에 살았습니다. 언제든 호출이 오면 달려나갈 수 있도록 왼손 팔목에 24시간 ‘전자팔찌’를 착용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혹시라도 팔찌 배터리 충전을 못했거나 팔찌를 풀어둬서 호출을 듣지 못하면 사모는 “굼벵이 새끼도 아니고 이것 밖에 못하냐”며 벨을 집어던지거나 “너네 영창보낼 수도 있다”고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사모는 공관병과 조리병에게 물건을 자주 집어던졌습니다. 전이 담긴 비닐봉지를 얼굴에 던지기도 하고, 썩은 과일을 조리병에게 던져 옷에 곰팡이가 파랗게 탁 터지는 걸 본 기억도 납니다.


사모의 취미는 다육식물 키우기였습니다. 작은 다육식물 화분이 집에 80여개 있었는데, 겨울엔 베란다에서 물을 주면 식물이 얼 수 있으니 공관병들이 하나하나 화장실로 옮겨서 물을 줬습니다. 물이 다 빠지면 다시 갖다 놓고요. 좀 추운 날 베란다에서 물을 줘 잎색이 변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걔네들 이렇게 물 주면 당연히 얼어죽지 멀쩡하겠냐, 너도 발가벗겨 물뿌리고 밖에다 내놓을까. 너 (작업) 다할 때까지 나오지마”라면서 동료 공관병을 베란다에 두고 문을 잠갔던 것을 본 적도 있습니다.


사모의 괴롭힘에 대해 박 사령관은 대부분 침묵했습니다. 한 조리병이 폭언과 괴롭힘을 못 견디겠다며 공관을 뛰쳐나갔을 때, 사령관은 “너희가 고생을 해봐야 여기서 불만이 안 나온다”며 전방 지오피(GOP)에 한명씩 번갈아 일주일 동안 보냈습니다. 저는 가지 않았지만, 듣기로는 전방에 있을 때가 훨씬 편했다더군요. 몸은 힘들어도 정신적 스트레스를 안 주니까요.


박 사령관의 아들도 우리를 방관했습니다. 나이가 20대 중반을 넘어 성인이었고 우리가 밥차려주고 빨래 다해주고 친구들 놀러오면 ‘바베큐 파티’를 준비해주기도 했습니다. 본인이 직접 시키진 않더라도 (저희가 다 해주는 게) 자기한테 좋으니까 잘못된 걸 알아도 방관한 겁니다.


박찬주 사령관 부부의 ‘갑질’을 겪은 공관병이었던 군인권센터 제보자가 4일 오전 당시 심경을 밝히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박찬주 사령관 부부의 ‘갑질’을 겪은 공관병이었던 군인권센터 제보자가 4일 오전 당시 심경을 밝히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공관병들은 스트레스로 쓰러지기도 하고, 심지어 자살 시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아들의 밥 반찬에 미리 말해둔 전을 준비해주지 않았단 이유로 거듭된 폭언에 스트레스를 받고 쓰러져 병원에 실려간 공관병이 있었습니다. 또 다른 한 공관병은 사모가 창고에서 물건 하나를 찾아오라 했는데 대여섯시간 동안 찾아도 안나왔는데도, 사모가 끝까지 찾으라 하자 그 공관병은 결국…(중략). 자살 시도 전 친하게 지낸 장교 등에게 전화해 ‘그동안 감사했습니다’하고 인사하고 끊으니까 이상해서 뛰어가 지하 창고 가보니 자살하려던 것을 발견해서 겨우 살렸습니다.


혹시 신고를 하지 그랬느냐고요? 어딜 둘러봐도 ‘장군’보다 높은 사람은 군대 안에서 찾기 어려웠습니다. 헌병대, 소대장, 중대장 모두 사령관 아랫사람들이었습니다. 대통령한테 말하지 않는 이상 더 높은 사람이 없으니까요. 기회가 될 때마다 소대장 등 간부들에게 부대로 돌아가겠다고 사정했지만 저희를 위해 아무 것도 해주지 않았습니다.


이번 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뒤 박 사령관이 사실을 부인하는 걸 보면서 내가 당한 게 있는데 ‘어떻게 저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싶어서 제보를 하게 됐습니다. 공관병 제도는 당연히 폐지돼야 합니다. 일반 부대처럼 ‘소원수리’조차 할 수 없는 훨씬 폐쇄적인 공관 안에선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렇게 알려지지 않으면 모릅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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