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151008110327410


"한글창제 늦었으면 상당수 동물명 한자어 됐을 것"

입력 2015.10.08. 11:03 수정 2015.10.08. 16:26 


한글날 기념 '집현전 학술대회'..상품명·간판 속 한글 등 분석



촬영 전승엽(미디어랩)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사슴, 닭 등 오늘날 상당수 동물 이름이 고유어로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훈민정음의 탄생 덕분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정남 경희대 한국어학과 교수는 재단법인 외솔회 주관·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8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569돌 한글날 기념 제7회 집현전 학술대회'에서 '동물 이름과 한글'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한글 창제가 조금만 늦었더라도 상당수 고유어 동물 이름은 한자어로 대치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동물 이름이 표기된 가장 이른 시기의 한글 문헌은 '훈민정음 해례본'이다.


당시 용자례(글자 보기)로 제시된 94개 어휘 중 23개가 동물 이름이었다.


김 교수는 "기계 문명이 발달하고 산업화된 현대 사회에서는 단어의 용례를 제시할 때 동물의 이름을 거론하는 일이 매우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 사람들에게 동물 혹은 그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 짐작하게 한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표기가 바뀐 명칭도 있다.


'기러기'는 15세기 '그력', 16세기 '긔려기'에서 17세기 '기러기'와 '그러기'가 혼용되다가 18세기 들어서 지금의 이름이 정착됐다.


김 교수는 "한국어는 한자어 어휘가 그 수효나 체계 면에서 방대함에도 동물명의 상당수는 고유어로 이뤄져 있다는 점에서 동물 이름 특성에 대한 한국어학적 조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천탁 한국교원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상품 이름에 쓰인 한글의 다양한 모습을 분석했다.


윤 교수는 "현재 유통되는 상품명 중에는 영문자로만 된 것도 있지만 대부분 한글과 함께 쓰이는데 연철 표기, 다양한 품사 활용, 한자음·영문 자음 활용 등의 특징을 보인다"고 말했다.


연철 표기는 '먹어'를 '머거'처럼 실제 발음에 따라 형태소 사이의 경계를 밝히지 않고 형태소의 끝 자음을 문법 형태소의 초성으로 표기하는 방식이다. '누네띠네'·'파시통통'·'까마쿤' 등이 대표적이다.


동사와 부사를 상품 이름('뿌셔뿌셔'·'따옴')에 쓰거나 한글의 음과 같거나 유사한 한자음을 활용('참ing'·'첫눈愛')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소비자의 관심을 유발하거나 강한 인상을 주려고, 혹은 제조사가 몰라서 외래어 표기법에 어긋난 표기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윤 교수는 "한글에 대한 사회언어학적 접근은 국어 교육 등에서도 활용할 부분이 많다"며 "끊임없이 관심을 두고 자료를 모으면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외에도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대학가 간판 속 한글이나 우리말 식물명에 대한 발표와 쉽고 즐거운 한국어 교육을 위한 논의 등이 이뤄졌다.


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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