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nocutnews.co.kr/news/5245655
철저히 망가진 공익제보자의 삶 "나는 3년간 유령이었다"
울산CBS 이상록 기자 2019-11-19 05:15
울주군시설관리공단 채용비리 폭로 김모씨 최근 사직서 제출
내부고발로 전 울주군수 등 6명 기소됐지만 조직 내부선 유령 취급
해고·복직·추가 징계…우울증 심화·생활고에 고통
"후회 없지만 다시는 공익제보자로 나서지 않을 것"
"공익제보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내 삶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후회는 없지만 너무나 고통스러웠기에 그간의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요."
울산 울주군시설관리공단에 만연한 부조리를 지켜볼 수 없었던 38살 청년 김모씨. 그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조직 내 채용 비리 문제를 공론화했고, 결국 3선 자치단체장과 공단 전·현직 임직원들을 법정에 세웠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압력과 비방, 회유가 뒤따랐지만 단단하게 버텼다. 그는 잘못을 바로잡는 데는 그만한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용기의 대가는 혹독했다. 지역사회에 뿌리내린 조직은 예상보다 훨씬 공고했고, 기나긴 싸움에 개인의 삶은 점차 망가져 갔다. 그토록 완강하게 버티던 그는 결국 사직서를 냈다. 그렇게 3년간의 악전고투를 끝낸 김씨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울분 섞인 한숨을 토해냈다.
공익제보자 김모(38)씨가 2018년 2월 울주군시설관리공단 내부 문제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이상록 기자)
◇"눈먼 돈 받지 않겠다"…지난한 싸움의 시작
2016년 12월 지방공기업인 울주군시설관리공단에 입사한 김씨는 수습 기간이 끝난 이듬해 6월부터 그간 보고 느꼈던 공단 내부 문제를 지적하기 시작했다. 우선 그는 출장을 가지 않고도 결재만 받으면 지급되던 출장비를 거부했다. 많은 직원들이 관례적으로 받아오던 출장비를 거부하자 김씨는 직장 상사들에게서 '눈 밖에 난 사람'이 됐다. 싸움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하루 4시간, 한달에 12번씩 출장을 가면 최대 24만원이 지급됩니다. 그런데 이 출장비를 용돈 개념으로 생각하는 직원들이 많았어요. 허위 출장 신고를 해도 돈이 지급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죠. 이 돈을 받는 것이 정당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출장비를 거부했던 겁니다. 또 직장 상사가 수영강사에게서 돈을 받은 의혹과 관련해 공단 감사팀에 문제를 제기했고, 그때부터 저는 유별난 사람으로 찍혔습니다. 이후 공단 내 각종 부조리를 국민권익위 등 외부기관에 20여차례 제보했습니다. 잘못된 부분은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 노조 설립과 해고·복직…유령 취급에 우울증까지
수영강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2017년 10월 노조를 설립한 김씨는 모두가 쉬쉬하던 채용 비리 의혹을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제보했다. 울산지방경찰청이 수사를 시작했고, 채용 비리 의혹은 일파만파 커졌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올해 6월 신장열 전 울주군수를 비롯해 울주군시설관리공단 전·현직 임직원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김씨의 공익제보로 3선 자치단체장과 채용 비리 연루자들이 법정에 서게 된 것이다. 그러나 김씨는 이 과정에서 해고와 복직을 거듭하며 갖은 시련을 겪는다.
"노조를 설립하자 공단은 저를 행정 업무에서 배제하고, 수영장 안전요원 업무만 맡겼습니다. 부당지시라며 이를 거부하자 공단은 2018년 1월 말 지시 불이행을 이유로 해고했습니다.
공단에서 함께 근무하던 아내는 상사로부터 당한 성폭력의 충격 때문에 휴직을 한 상태였습니다. 저와 아내 모두 월급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평창올림픽 공사현장에서 막노동을 하고, 여름에는 제주도 워터파크에서 안전요원을, 김해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했습니다.
공사 현장을 전전하고 있는 중에 중앙노동위원회가 해고 부당 판정과 함께 복직을 명령했습니다. 약 10개월 만에 복직하게 됐는데 출근 첫날을 잊을 수 없습니다. 사무실 문을 열고 '안녕하십니까'라고 외쳤는데 대꾸는커녕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어요. 점심시간이 되자 모든 직원들이 나가버렸습니다. 유령 취급을 한거죠. 홀로 남은 저는 편의점에서 밥을 해결했죠. 비참했습니다. 이때부터 우울과 불안, 불면 증상이 생겼고, 지금까지 심리 치료와 함께 6~7가지 약을 먹고 있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몇몇 임원들이 저와 대화하지 말라는 말을 직원들에게 했다고 하더군요."
◇ 떠올리고 싶지 않은 3년 "돈·건강·시간 모두 잃어"
철저한 고립 속에 연가와 병가를 사용하며 버텼던 김씨는 점차 심해지는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휴직을 신청했다. 하지만 공단은 개인정보가 담긴 병원 의무기록 사본 등을 요구하며 휴직을 승인해주지 않았다. 이 와중에 공단은 김씨에게 2차 징계까지 내렸다.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던 김씨는 경제적 어려움까지 더해지자 지난 9월 말 결국 사직서를 내고 울산을 떠났다.
"휴직 중이던 아내가 직장 내 성폭력과 관련해 산업재해 승인을 받게 됐어요. 그러면 공단은 휴직 중에 받지 못한 아내의 월급 일부를 소급 지급해줘야 하는데 차일피일 미뤘습니다. 고정적인 수입이 없으니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었죠. 이런 상황에서 공단은 저의 휴직 신청을 불승인하고, 2차 징계로 정직 처분까지 내렸습니다. 여러 문제가 겹치면서 아내와의 다툼도 잦아졌습니다.
2차 징계를 받은 직후부터 조직을 상대로 한 싸움이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소송 등을 통해 2차 징계가 부당하다는 판정을 받고 복직하더라도 불이익은 계속될 것이고, 과연 그 고통을 견딜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 것이죠. 여기에 각종 소송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다보니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압박을 받게 됐습니다. 결국 사직서를 냈습니다. 그러자 계속 미뤄지던 부정채용자들에 대한 해고 조치가 이뤄졌고, 아내에게 지급되지 않던 월급도 정산됐습니다. 그토록 해결되지 않던 문제들이 우연인지 몰라도 사직서를 낸 직후 한꺼번에 풀리게 된 겁니다.
공단은 제가 지쳐 포기하기만을 기다렸고,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습니다. 스스로 내려놓고 뒤돌아 보니 남은 것이 하나도 없더군요. 돈도 잃고, 건강도 잃고, 시간도 잃었습니다. 후회는 없지만 두 번 다시 공익제보자로 나서지 않을 것입니다. 울산에서 겪었던 3년의 기억을 모두 지우고 싶습니다."
jjaya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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